민원실이나 외정문에서 근무를 하다보면 딱한 사정의 가족들을 보게 된다.
몇년전 D소에서 근무하던 어느날 외정문에 가보니 50대 후반에서 60대 초반으로 보이는 부부가 먼곳에서 아들을 접견하러 왔는데 어머니가 신분증을 가져오지 않아 외정문 근무자에게 들여보내 달라고 사정하고 있었다.
근무자는 신분증이 없으면 들어갈수 없으니 어머니는 차에서 기다리고 아버지만 들어가라고 하자 어머니가 집이 멀어서 갔다오기 힘드니 남편과 함께 아들을 만날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해도 근무자는 단호하게 안된다고 말하며 규정을 들이대고 있었다.
어머니가 울면서 집에 있는 딸이 카톡으로 주민등록증을 찍어 보내준것을 보여줘도 근무자의 태도는 바뀌지 않았다.
옆에서 지켜보던 내가 근무자에게 민원실까지 올라가게 할수는 있지 않겠냐?고 넌즈시 말을 건넸더니 민원실에 올라가면 접견을 해달라고 사정하기 때문에 안된다는 것이었다.
평소에 자신의 근무에 자부심을 가지고 나름대로의 영역을 구축해온 직원이라 내 말도 듣지 않을것이고 더 이상은 안되겠다 싶어 근무자실을 나와 청사로 올라가려는데 부부가 내게 달려와 아들을 접겐할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울면서 사정하는데 도저히 외면할수 없었다.
내가 접견 처음 오셨냐?고 물어보자 몇번 왔는데 오늘 깜박 잊고 왔다는 말에 따라 오시라고 말하고 민원실쪽으로 향하는데 근무자가 밖으로 나와 "계장님! 이러시면 안돼죠? 민원실에서도 안된다고 했는데 계장님이 이렇게 하시면 근무자들은 뭐가 됩니까? 어떻게 근무하라고 이러세요?"라고 따지며 민원인들을 못올라가게 제지를 하였다.
내가 접견을 몇번 오신 분이시고 따님이 카톡으로 주민등록증 사진을 찍어 보냈는데 이 정도면 신분이 확인된것 아닌가요?라고 말했더니 규정상 신분증이 없으면 출입을 못시키고 민원실에서도 그렇게 하라는 답변을 들었다는 말을 하기에 "신분증을 확인하는 이유가 뭔가요? 신분이 확인하기 위해서잖아요. 이분들은 신분이 확인된 분들이니 걱정마세요. 내가 책임질게요. 민원실 직원한테도 내가 말할게요."라고 말한 후 부부를 민원실로 데려가 민원실 계장에게 자초지종을 말했더니 민원실 계장이 부부가 함께 아들을 접견할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근무자와 충돌을 피하기 위해 그냥 올라오려했던 내 자신을 반성하며 어머니의 눈물을 닦아주게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며 사무실로 돌아왔다.
나는 경직된 행정을 하는 후배들에게 그런 식으로 일하는건 초등학생들 앉혀 놓아도 잘한다는 말을 하곤한다. 신분증을 확인하는 것은 신분을 확인하기 위함인데 이미 신분이 확인된 사람에게 신분증 미지참을 이유로 규정을 들이대며 비상식적인 행정을 하니 얼마나 답답한 일인가?
공직사회에는 안타깝게도 이러한 사례들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