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도 망가졌네 ㅠㅠ

by 지와 사랑

많이도 망가졌네 ㅠㅠ

모 공중파 방송에서 마약 관련 큰 사건들을 방송하면서 교도관 현직에 있을 때 데리고 있던 무기수의 교도소 생활에 대한 인터뷰 요청이 들어와 24시간 아내를 캐어해야 하고 해당 수용자가 교도소 생활을 잘하고 있기 때문에 방송에 도움이 안 될 것이라며 사양했지만 우리 집 가까운 스튜디오에서 촬영할 것이고 내가 해주는 얘기가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하기에 망설임 끝에 얼굴, 실명 공개하고 인터뷰에 응했다.


1시간 넘는 인터뷰 내용은 P가 15년여 교도소 생활동안 관규위반 한번 없이 생활 잘하고 있으며 평상시 웃는 얼굴로 밝게 생활하고 있으나 2009년 무렵 부친이 사망하고 슬픔에 잠기기도 했으나 직원의 상담으로 마음을 추스르고 생활 잘하고 있다는 등의 내용과 한 달에 30만 원 넘게 받는 힘든 작업장에 장기간 출역해서 모은 천만 원이 넘는 돈을 나이지리아에 보내 모친이 암수술을 받게 해 건강을 회복했다는 얘기와 외국인 교도소의 이런저런 얘기들을 촬영했다.


P 얘기 이외에도 외국인 처우 교정행정에 대해 많은 얘기를 했는데 3개월이 지난 어느 날 방송에 나온 내 인터뷰는 1분도 안 되었고 내 모습도 너무도 망가져 있어 나를 멘붕에 빠지게 했다


잠이 오지 않았다.

아내를 돌보는 3년 동안 이렇게까지 늙고 흉한 모습으로 변해 있다니......


그리고 방송도 P를 악마화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교도관들의 돌봄으로 평범한 수용자로 생활 잘하고 있는 부분은 모두 편집해 버리고 그가 간사하고 교활해서 교도관들에게 친절하다는 짤막한 멘트가 1시간 넘게 내 교도관 생활의 일부를 성심성의껏 얘기했던 내 인터뷰의 전부였다.


이틀 후 멘붕에 빠진 마음을 추스르고 방송에 나온 내 모습을 다시 보았다.

내 젊은 날 교도관 사진들을 배경으로 나오게 한 담당 PD의 배려가 느껴졌고 내 망가진 모습을 최대한 짧게 나오게 해 준 것에 대해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한편으론 아내를 돌본다는 핑계로 내 건강이나 모습에 신경 쓰지 않았던 나태함을 반성했다. 그리고 내가 부끄러워할 건 아니다.


이런 생각을 하고 나니 방송에 나온 내 모습이 추하게 보이지 않았다. 선이든 악이든 겉으로 포장하고 과장된 모습을 부각하는 것들이 부끄러운 것이다.

비록 나쁜 죄를 저지른 범죄자이지만 지금은 생활 잘하고 있는 사람을 교활하고 나쁜 놈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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