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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와 사랑 Dec 26. 2021

SOFA사동 담배 사건

1999년말 나는 5년간의 총무과 영치, 구매 담당을 마치고 보안과 야근을 하고 있었다. 당시 3부제 근무였는데 오전 9시에 출근하여 다음날 아침 9시에 비번을 받고 퇴근한 후 다음날 일근 후 그 다음날 오전 9시에 출근하여 야근을 반복하는 시스템이었다.


야근 근무날 공장에서 수용자들과 함께 있는데 느닷없이 내가 데리고 있던 SOFA 영치청소부 G가 찾아왔다. 주변을 살펴보니 아무도 없고 G 혼자였다. 내 근무지는 2층이었고 그 시간대에 G가 일하는 곳은 1층이었는데 직원 동행 없이 혼자 온 것이었다. 나는 G에게 "너 혼자 다니면 징벌이야 임마!"라고 말하며 G의 얼굴을 보니 벌겋게 달아올라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졌다는 것을 직감하며 G에게 무슨 일 있냐? 고 물어보니 한국교도소에서 11년을 넘게 살았고 가석방 혜택을 받으려고 지금까지 착실하게 살아왔는데 징벌 받게 생겼다며 자기 좀 도와달라고 하였다. 내가 당연히 도와줘야지 근데 무슨 일인데?라고 물어보자 G의 입에서 “담배”라는 말이 튀어 나왔다. 나는 순간 아찔한 생각이 들며 몸이 굳어 버리는 것 같았다.

 

   G의 말은 이러했다. 직원이 SOFA수형자들에게 담배를 주었는데 G는 담배를 피우지 않았지만 직원이 주는 담배를 SOFA수형자에게 심부름 하며 전달해 주어서 공범이 되었고 지금 직원들이 검방중 SOFA사동에서 담배를 발견해 조사 중인데 조사과정에서 이런 게 드러나면 자기도 징벌을 받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가석방이 물거품이 되니 자기 좀 도와달라는 것이었다. 내가 직원은 누군데? 라고 물어보자 ㅇ라고 했는데 당시 소파사동 3개부 담당의 성이 모두 같았다. 그래서 나는 당연히 그중 행동이 가장 경망스러운 사람이라 생각했다.

   G가 자기가 조사를 받을 때 직원 이름을 대도 괜찮겠냐? 고 말해 나는 말하라고 했다. 그런 짓을 한 직원은 당연히 처벌받아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주저 없이 말한 것이었다. 당시 교도관들이 가장 싫어하는 말이 담배장사 한다는 얘기였는데 실제로 담배 장사하는 직원은 거의 없었고 적발되면 파면당하기 때문에 돈 몇 푼 받고 그런 짓을 하다 직장과 퇴직금을 날리는 멍청이는 없었다. 간혹 수용자들의 유혹에 빠져 담배를 거래하는 사람도 신규직원이나 경교대중 극히 일부였는데 이들이 전체 교도관의 명예를 더럽히는 것이었다.

 

   G에게 도와준다고 말하고 조사에 성실하게 임하라고 말한 후 G가 일하는 곳까지 데려다 주었는데 다음날 당직계장이 나를 부르는 것이었다. 조사실로 오라는 것이었다. 교대자가 와서 조사실에 가보니 G가 조사를 받고 있었다. 조사실에 들어가니 조사계장이 나에게 G가 진술을 거부하고 있으며 내가 오기 전까지 절대 진술하지 않겠다고 해서 나를 불렀다는 얘기를 했다.

관련 직원과 SOFA수용자 모두 혐의를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어 G가 진술해 주지 않을 경우 사건은 미궁에 빠지게 되니 G가 진술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고 하였다.

  당시 담당근무자가 워낙 치밀한 성격의 소유자라  G에게 담배를 전달하게 하는 등의 방식으로 SOFA수용자 모두를 공범으로 만들어 놓아 누구도 진술하지 못하도록 만들어 놓았기 때문에 협조하는 사람이 없었다.

   잠시 후 조사계장이 내가 입회한 상태에서 G에게 "너의 행위는 경미하니 협조해주면 네가 징벌을 받지 않도록 해 주겠다." 말하자 G는 나에게 "조사계장의 말을 믿어도 되겠냐" 고 물어보았다. 나는 G에게 믿을만한 분이니까 말해도 된다고 말하자 그럼 조사계장이 약속한 것에 대해 내가 증인이 되어 달라고 말하였다. 조사계장과 내가 알았이 알았다고 말한 후 G가 진술하기 시작했는데 뜻밖에도 관련 직원이 경망스러운 직원이 아니라 평소에 퍼펙트하고 깔끔한 매너를 가졌던 선배였다.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실수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G의 진술로 인해 SOFA사동 담배사건의 진실이 밝혀졌고 직원은 파면, 관련 SOFA수형자는 징벌을 받게 되었다. G는 훈계 처분을 받아 가석방에 혜택받을수 있었다. 관련 소파수형자 M이 워낙 유명했던 수형자라 몇 달 후 M이 징벌 받았던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기도 하였다.

관련 직원이 나와 친했던 선배라 파면당했다는 것이 가슴 아팠고 청의 처분에 대해 불만을 가졌었는데 알고 보니 전에 다른 소에서 비슷한 건으로 징계를 받은 전력이 있는 직원이었다. 그 사건으로 인해 영어도 못하는 내가 야간에 SOFA사동 담당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영어 잘하는 직원들을 배치했다가 안 좋은 사건이 발생하니 영어보다 신뢰할 수 있는 직원을 배치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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