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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와 사랑 Jul 20. 2022

갈림길에서

  세탁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이 격앙된 표정으로 20대 중반의 수용자 한명을 데리고 팀사무실로 들어와 여기서 얘기 좀 하겠다고 말해 그러라고 말하고 지켜보고 있는데 두 사람의 대화나 표정이 심상치 않다.  

  "눈 내리 깔아!" 직원의 말에 수용자가 "원래 이렇게 뜨는데요",

  "고개 쳐들고 말투가 왜 그래" 직원이 큰소리로 윽박지르듯 다그치자 수용자가 "평소 말투가 이렇다고요"

  다분히 반항적인 수용자의 태도에 직원이 "네가 왜 세탁에 올라가려고 했냐?고 물어보는데 어디서 고개 뻣뻣이 들고 대들고 있어?" 수용자가 "내가 평소 말할때 이렇게 말한다고요"라고 말하며 꼬박꼬박 말대꾸를 하며 서로 고성이 오가며 갈수록 험악한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었다.


  20대 중반 수용자 현식(가명)이는 182cm의 건장한 체구에 온몸에 문신이 가득하고 목에서 얼굴에 이어지는 부분까지 문신이 새겨져 있어 조직폭력배처럼 보였지만 말없이성실하게 생활하는 수용자였는데 평소 모습과는 전혀 다른 거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직원이 매우 강성인데다 체구도 좋아 왠만해선 밀리지 않는데 현식이도 만만치않게 대응하고 있었다. 직원이 "너 사람 잘못봤어? 빨리 말해 세탁에 올라가려 했어? 안했어?"라고 말하자 "마음대로 하시라고요"라고 대답하며 조금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현식이를 보며 개입을 할까 말까 잠시 머뭇거리다 이러다가 현식이가 조사수용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조심스럽게 "현식아! 직원이 묻는 말에 대답만 하면 되잖아? 그리고 지금 네 말이나 행동은 내가 보기에도 평소와 달라 딴 생각하지 말고 네가 나쁜 의도로 그러지 않았다는 것만 말하면 되는데 왜 자꾸 엉뚱한 방향으로 끌고 가냐?"라고 말하며 내게도 대들지 모른다는 불안한 마음으로 현식이의 표정을 보니 조금 누그러지는 듯 했다. 직원도 내가 현식이에게 말하는 동안에 격앙된 마음을 가다듬고 "내가 너에게 불이익 주려고 하는게 아니야 세탁대원들이 너하고 다른 친구가 세탁에 올라가 보겠다는 말을 했다고 해서 물어보고 올라가면 안된다고 말하려고 하는데 네가 눈을 치켜 뜨고 대들듯이 말하니 나도 이러는거지" 

  두 사람의 격앙된 태도가 진정되어 사태가 진정될 기미가 보여 볼일이 있다며 자리를 피해주었는다. 


  며칠 후 현식이와 같은 작업장에 있는 40대 중반의 수용자 Y가 현식이가 자신에게 욕을 했다며 처리해 달라고 팀사무실에 왔다. 현식이를 불러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현식이와 친한 수용자가 Y가 현식이를 조사방에 보내려고 작업을 치고 있다는 얘기를 하여 현식이가 운동시간에 Y를 쫒아다니며 "**놈아! 네가 나를 조사방에 보내려고 했다며?"라고 말해 다툼이 벌어졌다는 것이었다. 

  내가 현식이에게 "야! 넌 집에서 아버지한테 욕하냐?"라고 물어보자 "아니요!"라고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네가 아무리 잘했다 하더라도 아버지뻘 되는 어른한테 욕을 하면 네가 더 나쁜 놈이 되는거야 그리고 말을 전달한 준호가 더 나쁜 놈이야 말은 전달될수록 부풀려져서 전혀 엉뚱한 내용으로 전달되는거야" 이런 저런 말들을 늘어놓으며 현식이가 Y에게 사과하도록 하여 화해를 시켰는데 얼마 후 중간에서 이간질을 시키며 싸움을 붙이던 수용자가 다른 수용자들한테 똑같은 행동을 하다 되치기 당해 조사수용되고 말았다.


  현식이는 눈망울이 선하고 조폭의 이미지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데 온몸에 문신이 가득하고 상의를 벗으면 십여군데의 칼자국이 자라온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발을 하려고 앉아 있는 현식이의 상의를 벗은 모습을 보고 이발담당 젊은 직원이 어떻게 생긴 칼자국이냐?고 현식이에게 물어보니 말없이 빙긋이 웃는 모습을 보고 누군가에게 맞은 칼자국은 아닌 것 같아. "자해했냐?"라고 물어보니 아니라고 대답한다. 홀어머니 밑에서 중졸인 현식이와 같은 소년수용자들을 수없이 대해온 나로서는 25세의 현식이가 결손가정에서 자라온 소년수용자들의 모습으로 다가와 말한마디도 따뜻하게 건네고 있었는데 그래서인지 현식이도 나를 대하는 눈빛이 천진난만한 아이였다. 정에 굶주린 아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좋은 환경에서 자랐다면 교도소에 오지 않았을 아이였다. 


  천주교 종교 집회가 있어 교회당에 가보니 수용자들이 모여 있는데 현식이의 모습이 보였다. 종교 행사에 전혀 참석하지 않았던 아이였는데 반가운 마음이 들어 현식이에게 다다가 "너 천주교 신자냐?"라고 물어보니 아니라고 대답한다. 어떤 종교든 관심을 가지고 참석하기 시작한다는 것은 회심의 시작일 수 있다. 


  술에 취해 살인죄를 저지르고 교도소에 들어와 독방에서 절망에 빠져 폐인이 되다시피한 수용자 한명이 불교에 귀의하면서 모범수가 된 사례를 직접 보았기에 출소일이 얼마남지 않은 현식이가 종교에 귀의해 건강한 사회인으로 다시 태어나길 기원하며 교회당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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