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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와 사랑 Aug 19. 2022

귀신 소동

피아오가 새벽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는 것을 두 번이나 제지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어느 날 새벽 4시경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데 중통실 근무자로부터 교도소 주벽 둘레에 희뿌연한 물체가 나타났다 사라졌다 다시 나타나고 하는데 귀신같다는 얘기를 듣고 모니터링을 해보니 흰옷을 입고 머리에 흰 천으로 감싼듯한 사람이 주벽을 돌다 숲 속으로 사라졌는데 한참 동안 모습이 보이지 않다 다시 나타나 직원 한 명과 함께 정문 밖으로 나가 찾아보니 노인네 한분이 인근 대학병원 환자복을 입고 머리엔 하얀 망사를 쓴 채 장화를 신은채 배회하고 있었다.


 민간인이 출입할 수 없는 교도소 울타리 안에서 길을 잃은 채 헤매고 있는 70대 후반의 노인네를 보며 어떻게 이런 상황이 발생할 수 있었는지 궁금해 자초지종을 물어보니 잠을 자고 있는데 종중 모임이 있다고 선산으로 모이라고 해서 찾아왔다가 길을 잃어버려 출구를 찾고 있다는 것이었다.

어르신에게 이름을 물어봐도 기억이 안 난다고 하고 전화번호를 물어봐도 모른다고 하고, 가족들 전화번호 중 기억하고 있는 것이 있냐? 고 물어봐도 모른다고 하고 찾아줄 방법이 막막하던 차에 문득 집전화번호는 알 수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물어보니 7자리 번호를 기억하고 있었다.

집으로 전화를 걸어보니 손녀인듯한 학생이 반갑게 받았다.

할아버지가 병원에서 없어져 온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 밤새 할아버지를 찾아다니고 있었고 혹시나 해서 집에 손녀가 대기하고 있다 전화를 받았다는 것이었다.


아빠한테 연락해서 할아버지 모시러 가겠다며 어디냐? 고 물어보기에 D교도소라고 했더니 할아버지가  왜 교도소에 계시냐? 고 물어봐서  우리도 모르겠다며 수감된 건 아니니 걱정하지 말고 아빠한테 외정문으로 오시라고 했더니 20분도 채 안되어 가족들이 찾아와 할아버지를 인계하고 본연의 업무로 복귀하였다. 가족들도 할아버지를 찾은 기쁨에 할아버지를 모시고 바람괴 같이 사라졌다.


할아버지가 농사일을 하다 머리를 다쳐 D교도소 인근 대학병원에 입원해 있던 중 종중에서 선산으로 모이라는 꿈을 꾸고 병원 밖으로 나와 2km가량 떨어진 교도소 산 쪽 울타리를 넘어 선산괴 비슷한 교도소 숲 속으로 들어와 종중들을 찾아보니 아무도 보이지 않아 헤매고 있었던 것이다.

머리를 다쳐 몸상태도안좋은데 비까지 내리는 숲 속에서 길을 잃어버려 장시간 방치되었다면 불미스러운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다행히 야간근무 중이던 통실 근무자에게 발견되어 무사하게 가족에게 인계될 수 있었다.

그날은 하루 종일 비가 내려 퇴근 후 집에 와서도 할아버지나 나나 정말 운이 좋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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