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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바라기 Aug 03. 2023

[악귀리뷰] 나는 누굴 위해 그렇게 스스로에게 가혹했나

​모태신앙인 교인으로서

괴물, 좀비 이런 호러 영화는 절대로 안 본다

특히나 귀신이 나오는 건 절대로..!

호러물이라면 질색하는 내가

‘김태리’ 연기가 그리워서 보고 싶었다..

뭔가 그녀가 선택한 작품이라면..

믿을만하지 않을까 싶었다.​


‘미스터 션샤인’ 그리고

‘스물다섯 스물하나’

이게 그녀의 마지막이었다.


​호러물은 정말 싫지만

‘김태리’

그녀가 보고 싶어서 시작한

‘악귀’


​역시 그녀는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구산영(김태리)은 보이스피싱으로 돈을 잃고

기울어 가는 집의 20대 가장이다

엄마랑 단둘이 살면서 닥치는 대로 돈을 벌고

겨우겨우 버겁게 살아가는..


​그러다 귀신을 쫓던 이혼한 아빠가 돌아가시면서

‘악귀’가 구산영을 따라다니기 시작한다.


​구산영의 복수

그리고

악귀의 복수


악귀가 따라다니기 시작하면서

실제로 구산영이 죽도록 미워하던 사람들도

그리고 악귀가 복수하고 싶었던 사람들도

모두 차례차례 죽어간다.​


우리 모두 마음속에는

정말 죽이고 싶은 왠수가 있고 차마 죽이지 못하지만

성경에도 그것은 이미 살인한 것과 같다고 말한다

그리고 괴로워하는 구산영한테도

악귀는 ‘너가 죽이고 싶어 했잖아?’

라고 반박할 수 없는 사실을 말한다.​


악귀는 살인 말고도

늘 돈이 없어 기 한번 제대로 피고 살아본 적 없는

구산영의 깊은 마음속에 있던 한(?)을 대신하여

평소에 꼴 보기 싫었던​

돈 자랑하는 친구들

취직 자랑하는 친구들에게

모욕감을 준다

​​

악귀 말고도 아귀라는 귀신들도 나오는데

이 귀신들은 남의 것을 탐하는 귀신들이다

이들은 남의 것을 탐하는 인간들 속에 들어가

그 인간들의 욕망을 이용해서 남의 것을 빼앗고

그 죄책감으로 자살하게 만든다.​


이 모두 어찌 보면 인간의 약점이

귀신이 쉽게 들어갈 수 있는 ‘문’이 되면서

‘쾅쾅쾅’

우리의 나약한 영혼에 문을 두드리고​


‘문을 열었네?‘

귀신에게 직접 문을 열어준다는 것을 시사하면서​


살인과 모욕 이 행동들이

과연 정말 귀신 때문에 일어나는 일들이 맞나?

라는 의구심이 들게 만든다.

악귀와 귀신들은

단지 우리 안에 악마 같은 모습을

밖으로 꺼낸 것뿐인 것 같아

귀신들려 저질러진 행동들로 더욱더 괴로워하는

인간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악귀가 어쩌다 악귀가 되었는지에 대해

파헤치는 여정이 계속될 때

이 악귀를 욕하게 되는 게 아니라

이 어린 여자아이를 악귀로 만든

어른들의 잔혹함이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되면서

어느 순간부터 귀신보다 무섭고 소름 끼치는

어른들의 민낯 보게 된다.

돈에 눈이 멀어

딸을 팔은 부모

마을 이웃들

재벌들

경찰들

등등​


이 모두가 자신들이 원하는 욕망을 위해

한 어린 여자아이를 잔인하게 살해하였다는

사실에 경악하게 된다.

돈 없고 힘없고

하고 싶은 것도 못하고

죽고 싶어 하던 인간 구산영은

어쩌면 악귀에게 자신의 풀지 못했던

욕망과 서러움을 가장 잘 이해해주고

풀어줄 수 있는 인간이었던 것이다



마지막 화에서는

‘거울’ 속에 갇힌 구산영의 모습들이 나온다

구산영의 영혼이 거울 안에 갇히고

악귀는 구산영의 몸을 가진 것.

거울 속에 갇힌 구산영은

머리를 풀어헤친 귀신에 의해

끊임없이 살해당할 뻔하면서

필사적으로 발버둥치며 도망친다.

이 장면은 정말 손에 땀이 날 정도로

구산영이 죽을 것만 같아 초조하다.

그때.. 구산영의 영혼을 죽이려고

필사적으로 목을 조르는 귀신의 얼굴이 보이는데

바로 구산영 자기 자신이었다.

구산영은 자기 자신의 영혼을 스스로 죽이고 있었다​

그 어떤 장면보다도 충격적이었다.

구산영은 누구보다도 힘겹게 살아가고 있었지만

현실은 나아지지 않았고

점점 친구들과의 현실 격차는

더 크게 벌어지고 있었다


단 한 번도 하고 싶은 거 먹고 싶은 거 마음껏 하면서

살아본 적도 없이 치열하게 살았지만

경제적 능력이 없는 엄마를 이고 지고

가장의 역할을 계속해 나가는데

점점 힘들어지는 현실의 벽은

구산영에게 너무나도 벅차고 좌절감으로 다가왔고

그 무게에 짓눌려 한강을 내려다본다.​


나는 한순간도 나를 위해

살아 본 적이 없었어​

나는 왜?
​누굴 위해 그렇게 스스로에게 가혹했을까?

​오직 나만을 위해 살아가는 것을 택할 거야
온전히 나의 의지로 살아가볼꺼야



악귀에게도 그랬지만

구산영에게도 그리고 나에게도

삶이란

너무나도 버겁다​


이 대사를 듣는 순간

눈물이 흘렀다.​


나는 정말 왜 이토록 나 자신에게 가혹할까

왜 이렇게 나 자신을 채찍질하며 몰아세울까​

순간 거울 속에 있는 나를 보고 안쓰럽다.


그 누구도 나를 안아주거나 위로해 주지 않았고

나를 이해해 주는 사람도 이 세상엔 없다는 사실에

더욱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버틴다는 마음으로

살아남기 위해서 살아가고 있는데​


나를 채찍질하는 건 그 누구도 아닌

나라는 사실에

그리고 나를 위로해 줄 수 있는 건

오직 나라는 사실에

그렇게도 버둥거렸던 나의 모습이 안쓰럽게 느껴졌다​


한 번 사는 인생

그래도 행복하려고 사는 건데

나는 왜 이러고 살았나


아니


그저 주어진 데로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살은 것뿐인데


이렇게 살면 그래도 적어도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현실은 자꾸만 나를 죽음으로 내몬다..


세상은 불공평하고

내 의지대로 내 뜻대로 되는 건

원래 하나도 없다.

내가 발버둥 친다고

나 자신을 몰아세운다고

달라질 현실이었다면 벌써 달라졌을 것이다​


나를 먼저 내가 사랑함으로써

나 자신의 인간적 존엄성을 내가 지키는 것

내 안의 영혼이 다치지 않도록 내가 지키는 것

내가 나 스스로를 포기하지 않는 것이

즉 나를 구원하는 것이라는 걸 깨닫게 한다.​


삶이 비록 죽음을 앞에 두더라도

나의 영혼만큼은 하늘의 소망을 품고 살아가길​


현실은 시궁창이어도

내 영혼만큼은 맑은 시냇물이 흐르듯 살아가길​


이게 바로 우리가 진심으로 나 자신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도리라는 걸 잊지 말고

오늘도 최선을 다한 나를 두 팔 벌려 끌어안자.


​그래, 살아보자



#악귀 #김태리 #악귀리뷰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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