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하고 느낀 것들에 대한 작고 강한 토로
멍든 단풍
올림픽공원 단풍길을
둘이 손을 꼭 잡고 걸었다
그리 기다리고 기다렸던 가을이고
바라고 바랐던 그와의 계절 속에 있는데
예쁜 것만 보고 싶은 내게
유독 눈에 띈 건 찢어진 단풍잎이다
곱고 예쁘지만
안 생겨도 될 흠집이 그 잎에 서려
색이 보이지 않는다
찢어진 단풍잎은
꼭 지금, 가을을 걷는 우리 둘 같다
서로의 색을 사랑하지만
색이 깊어질 수록 오색단풍빛이 아닌
마음 속 푸른 멍만 짙어진다
눈물이 난다
왜 우리는 고운 색을 서로 볼 수 없는지...
얼마나 많은 가을이 지나야
진짜 단풍잎이 보일까?
언제일지 모를 그 가을이 오길
기다리며 우리는 서로 손을 잡고
아무 말 없이... 걷도 또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