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사적이고 길고 긴 詩

-경험하고 느낀 것들에 대한 작고 강한 토로

by 신작

멍든 단풍


올림픽공원 단풍길을

둘이 손을 꼭 잡고 걸었다


그리 기다리고 기다렸던 가을이고

바라고 바랐던 그와의 계절 속에 있는데


예쁜 것만 보고 싶은 내게

유독 눈에 띈 건 찢어진 단풍잎이다


곱고 예쁘지만

안 생겨도 될 흠집이 그 잎에 서려

색이 보이지 않는다


찢어진 단풍잎은

꼭 지금, 가을을 걷는 우리 둘 같다


서로의 색을 사랑하지만

색이 깊어질 수록 오색단풍빛이 아닌

마음 속 푸른 멍만 짙어진다


눈물이 난다

왜 우리는 고운 색을 서로 볼 수 없는지...


얼마나 많은 가을이 지나야

진짜 단풍잎이 보일까?


언제일지 모를 그 가을이 오길

기다리며 우리는 서로 손을 잡고

아무 말 없이... 걷도 또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