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 한가운데서 찾은 물 한 방울

<사랑은 길고양이 같아서> 9화

by 양창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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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사막 같다.

끝없는 고요와 갈증 속에서,

누군가는 물 한 방울을 믿고 걸어간다.

우연처럼 다가온 인연이 때로는

가장 깊은 진실이 되기도 한다.



한낮의 태양이 사막 위로 가차 없이 쏟아졌다. 끝이 보이지 않는 모래 언덕들, 바람은 날카롭게 모래를 휘날리며 폐 깊숙이 건조함을 밀어 넣었다. 그는 갈증을 느꼈다. 아니, 단순한 갈증이 아니었다. 온몸이 바스러질 듯한 메마름, 존재 자체가 말라가는 감각. 그 순간, 저 멀리 어렴풋한 형체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물이었다. 아니, 그는 그렇게 믿고 싶었다.


사랑이란 감정도 때론 이와 닮았다. 사람들은 사랑을 ‘사막 한가운데서 발견한 물 한 방울’이라 말한다. 목말라 있던 이에게 찾아든 한 방울의 기적. 그는 지금, 그 기적 같은 순간과 마주하고 있었다.


모래와 하늘 사이, 그는 여행을 떠났고, 그곳에서 한 여인을 만났다. 그녀는 카이로에서 온 여행자였고, 사막을 사랑한다고 말했다.

“사막은 아무것도 없는 것 같지만, 사실 가장 많은 것을 품고 있어요.”

그녀는 손바닥 위에 모래를 담아 보여주며 말했다. 그는 그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사막은 황량하고 잔인한 장소 아닌가. 하지만 그녀는 웃으며 덧붙였다.

“사랑도 그래요. 보이지 않을 때가 많고, 때론 신기루처럼 헛된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 진짜가 있어요.”


그들의 만남은 마치 영화 <아라비안나이트(Arabian Nights)> 속 한 장면 같았다. 영화 <잉글리시 페이션트(The English Patient)>에서 사막 한가운데 사랑을 얻고, 모든 것을 잃은 한 남자의 이야기처럼, 그들도 그 광활한 침묵 속에서 서로를 알아갔다. 해가 지면 모닥불 옆에 앉아 별빛 아래 이야기를 나눴다. 그녀는 영화 <로렌스 오브 아라비아(Lawrence of Arabia)>의 한 구절을 인용했다. “위대한 것은 고요함 속에서 태어난다.”


그는 그녀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사랑도 그러한 것일까, 고요함 속에서, 천천히 피어나는 것.

그들은 영화 <바벨(Babel)>을 이야기했다. 언어도, 문화도, 삶의 방식도 달랐지만, 그 차이 속에서도 사랑은 통한다는 사실을, 고립된 사막에서 더 선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셰익스피어 인 러브(Shakespeare in Love)>처럼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 이 사막에도 도달한 듯했다.


그녀는 언젠가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겠다고 말했다. 사막이 주는 고독과 자유를 사랑한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두려웠다. 사랑은 사막과 같았다. 물 한 방울을 찾을 수도 있지만, 찾지 못하면 영원히 길을 잃을 수도 있는 장소. 그 가능성이 그를 조심스럽게 만들었다.


그리고 어느 날, 그녀는 사라졌다. 남은 건 모래바람과, 그녀가 남겨둔 노트 한 권뿐. 그 안엔 단 한 문장이 적혀 있었다.

“사랑은 우리가 찾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찾는 것이다.”

그 문장은 그의 마음속을 오래도록 맴돌았다. 그는 깨달았다. 사랑은 신기루처럼 우연히 나타나기도 하지만, 단지 갈증을 해소하는 ‘물’이 아니었다. 사랑은 사막처럼, 그 자체로 아름답고도 위태로운 풍경이었다. 중요한 건 사랑을 찾는 여정 자체일지도 모른다는 걸.


그 후, 그는 다시 사막을 찾았다. 이번엔 오아시스를 기대하며 걷는 것이 아니라, 사막의 본질 속에서 사랑을 이해하고자 걸었다. 어쩌면 그녀를 다시 만날지도, 다시 신기루를 좇게 될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는 이제 알고 있었다.


신기루라도 괜찮다. 그게 사랑이라면, 그는 기꺼이 또다시 걸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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