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의 배경과 이유
기록의 배경과 이유
이 이야기는
1950년 한국전쟁 전후 전라남도 완도 일대에서 벌어진
완도 민간인 희생사건,
곧 국가 권력에 의해 자행된 학살 사건을 역사적 배경으로 삼아
문학적으로 각색한 다큐멘터리 소설형식이다.
전쟁이라는 극한의 상황 속에서
수많은 민간인들은
정식 재판도, 변론의 기회도 없이
‘부역자’, ‘협조자’라는 이름으로 연행되었고
그중 다수는 바다와 골짜기에서 흔적 없이 사라졌다.
이 사건은 오랫동안 기록되지 않았고,
남겨진 가족들은 슬픔을 말할 권리조차 허락받지 못한 채
침묵 속에서 살아야 했다.
그러나 역사는 완전히 지워지지 않았다.
세월이 흘러,
김대중 정부에 이르러
억울하게 국가 권력에 의해 희생된 민간인들의 과거사를
청산하고 명예를 회복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본격화되었다.
이에 따라 진상조사위원회가 구성되었고,
국가 차원의 책임을 묻는 첫 걸음이 시작되었다.
이 흐름은
노무현 정부 시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발족으로 이어졌다.
위원회는 한국전쟁 전후 발생한
국가폭력 사건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고,
완도 민간인 희생사건 역시
공식적인 조사 대상이 되었다.
사건 발생 후 이미 60여 년이 지난 뒤였기에
증언자는 고령이었고,
기록은 흩어져 있었으며,
현장은 대부분 사라진 뒤였다.
이러한 한계를 넘기 위해
별도의 특별법이 제정되었고,
그 결과
완도 민간인 희생사건 진상보고서가 작성되었다.
이 보고서는
침묵 속에 묻혀 있던 죽음들이
비로소 역사 앞에 이름을 갖게 되는 첫 기록이었다.
그러나 보고서만으로는
그날의 공포와,
남겨진 이들의 고통,
아이의 눈으로 본 죽음과
어머니의 침묵까지를 담아낼 수 없었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소설의 형식을 빌렸다.
장편 역사소설 『노란 개나리』,
그리고 다큐멘터리 소설 『다시 핀 동백』은
차가운 기록과 통계 너머에 있던
사람의 얼굴을 복원하기 위한 시도이다.
실존 사건과 조사 자료를 토대로 하되,
그 안에서 말해지지 못했던
감정과 침묵,
두려움과 상실을
문학의 언어로 다시 불러내고자 했다.
이 글은
과거를 다시 파헤치기 위한 분노의 기록이 아니라,
기억하지 않으면 반복될 수밖에 없는
국가 폭력의 구조를 묻는 이야기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름 없이 사라졌던 이들이
한때는 누군가의 남편이었고, 아들이었으며, 이웃이었음을
잊지 않기 위한 기록이다.
이 이야기가
늦게라도 세상에 나오는 이유는 단 하나다.
그들의 죽음이
침묵으로 끝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