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비밀작전
조선의 아침을 향하여
1945년 5월, 충칭.
임시정부의 회의실에 다시 모인 인물들. 칠흑 같은 전쟁의 터널 끝, 그들이 기다리던 빛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김구는 밤늦게까지 불을 밝히며 노트에 무언가를 써 내려가고 있었다. 그 옆엔 조소앙이 굳은 표정으로 창밖 어둠을 보고 있었다.
“김 선생, 해방이 오면...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합니까?”
“조선으로.
우리가 싸워온 그 땅으로.
하지만 그전에 준비해야 할 것이 있소.”
김구는 손에 쥔 종이를 펼쳐 보이며 말했다.
“‘환국 작전’입니다. 광복군의 일원이 조국에 잠입해 해방 직전의 정세를 파악하고, 조직을 구축해야 합니다. 해방 후 혼란에 대비할 내부 연결망을 확보해야만 합니다.”
회의장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지청천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우리가 돌아간다고 해서 모두가 반길 순 없습니다. 이미 소련이 북쪽에, 미군이 남쪽에 군사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는 정보도 있습니다. 미·소가 한반도를 양분하는 사태도 배제할 수 없지요.”
김원봉이 이를 악물고 말했다.
“그래서 더 늦기 전에 사람을 보내야 합니다. 조선 내부에 광복군 연락조직을 심어야 합니다.”
한반도, 경성 – 그해 여름
두석은 감시의 눈을 피해 지하 인쇄소로 들어섰다. 땀과 잉크 냄새가 뒤섞인 그곳엔 밤마다 비밀 문건이 인쇄되고 있었다. ‘자유조선통신’, ‘건국준비회 조직 명단’, ‘적색경보망 지점’.
“형님, 조선어 교본도 새로 찍었습니다. 해방되면 학교 문 열어야죠.”
젊은 청년이 웃으며 인쇄물을 들이밀었다. 두석은 잠시 그 청년의 눈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맞다. 이제 총 대신 연필을 들 시간도 가까워지고 있어.”
그 순간, 급하게 뛰어 들어온 연락병이 외쳤다.
“도쿄가, 미국의 공습을 맞고 있습니다. 도쿄가 불타고 있답니다!”
잠시 침묵. 모두가 눈을 마주쳤다.
“끝이 보이기 시작한 거야.”
두석은 창문을 열었다. 아직은 어둠이었지만, 동녘 하늘이 아주 조금 붉어지고 있었다.
“우린 준비되어 있어야 해. 이 나라의 첫 아침을 우리 손으로 맞을 수 있도록.”
충칭에서 김구는 편지를 쓰고 있었다.
“조국을 향해 다시 길을 나섭니다. 그러나 해방은 끝이 아니라 시작입니다. 분열이 아닌 통일, 보복이 아닌 정의, 혼란이 아닌 질서로 가야 합니다.
그 길의 초입에 광복군이, 임시정부가, 그리고 우리 모두가 서 있어야 합니다.”
김구는 편지를 봉한 뒤 가만히 책상 위에 두었다.
“두석이도, 저 땅 어딘가에서 준비하고 있겠지.”
그의 눈동자엔 먼 산, 조선의 산천이 비치는 듯했다.
#작가의 말
해방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것이 아니었다.
수많은 밤,
수많은 길,
그리고 이름 없는 자들의 침묵이 켜켜이 쌓인 결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