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즈에서 길을 찾다 [8]

방 찾아서 3만 리

by 신상훈


우리가 탄 배는 카니발 선사의 파노라마 Panorama라는 배다.

카니발은 여러 곳의 크루즈 회사 중에 가장 보유배의 숫자가 많은 세계 1위의 회사라고 한다.

Fun Ship을 모토로 배에 탄 모든 사람들을 즐겁게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는 것이 운영방침이다. 보통의 크루즈 배가 작게는 6만 톤에서 크게는 23만 톤에 이르는데 우리가 탄 파노라마는 13만 3천5백 톤이라고 하니 중간쯤 되는 크기의 배다. 그런데 중간이라고 해도 이렇게 클 수가 있을지 보고도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길이는 321미터, 축구장 3개를 이어 놓은 길이다. 배 끝에서 끝까지 가려면 축구장 3개를 가로로 걸어가야 한다는 뜻이다. 어림잡아 63 빌딩을 뉘어 놓은 모양을 연상하면 될까?

아나구나. 63 빌딩도 높이가 꼭대기 안테나를 합해도 274미터니까 배 길이보다 50미터가 부족하다.


“새벽아, 63 빌딩이 몇 층인 줄 아니?”

방으로 걸어가며 물었다.

“그게 난센스 퀴즈야? 아님 진짜로 궁금해서 물어보는 거야?”

“당신은 알아요?”

기내용 가방을 끌고 오는 아내가 대답했다.

“63 빌딩이 63층이니 뭘 그런 걸 물어봐요? 미국에 오더니 아직도 시차적응이 안 됐나... 웬 쉰소리예요?”

“63 빌딩은 63층이 아니야. 60층이지. 지하 3층을 합해서 63 빌딩이라 부르는 거야”

“아빠, 진짜야?”

“아들아, 넌 진짜 내 아들 맞냐?”

“응... 남들이 얼굴만 봐도 유전자 검사는 안 해도 된다고 했어.”

“아빠 말 잘 들어... 보이는 게 다가 아니고 알고 있는 게 다가 아니야. 진실은 항상 숨겨져 있어. 그러니까 그걸 찾는 방법을 항상 알아내야 해. 그게 인생이야”

“여보, 애한테 뭔 인생타령이에요... 인생은 나중에 찾고 우리 방이나 찾읍시다. 이 방향이

맞아요?”


수속하며 받은 종이를 꺼내서 다시 한번 우리 방번호를 확인했다

“6244. 그럼 6층으로 올라가야겠네”

크루즈 안에는 엘리베이터가 여러 곳에 있었다. 그러나 워낙 큰 시설이라 가까운 엘리베이터도 한참을 걸어가야 했다. 중앙의 오픈된 엘리베이터를 타고 일단 6층으로 올라갔다.

복도를 따라 쭉 가면서 방 번호를 확인했다.

“6231, 6233.... 이제 조금만 더 가면 되겠구나”

그런데 방번호가 6243번 다음에 6245번으로 넘어갔다.

“아빠... 우리 방이 없어요. 6244번이 없잖아요”

가방을 끌고 오느라 지친 아내가 한마디 했다

“여보.... 당신 똑바로 예약한 거 맞아요?? 사기당한 거 아니죠?”

“맞아. 맞다니까”갑자기 사기란 말에 발끈해서 목소리가 크게 나왔다.

“아빠, 우리 층을 잘못 찾은 거 아니야?”

“앞글자가 6이면 6층 맞다고. 넌 네 아빠를 뭘로 보고...”

“아빠를 아빠로 보지 뭘로 보긴,... 배고프단 말이야. 빨리 방 찾아줘”


갑자기 처음 미국으로 유학 와서 집을 찾아가던 때가 생각났다.

“맞다. 북쪽을 바라보고 오른쪽은 홀수고 왼쪽은 짝수잖아. 그러니까 크루즈도 마찬가지로

양쪽 방번호가 선수를 바라보고 오른쪽은 홀수, 왼쪽은 짝수인 거야. 우리는 지금 반대편으로 잘못 온 거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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