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배에 오르다
크루즈 배에 오르는 것은 흡사 비행기를 타는 과정과 똑같았다. 항구를 PORT라고 하고 공항을 AIRPORT라고 하는 건 다 이유가 있었나 보다. 공중으로 날아가는 것만 빼고는 항구와 공항의 수속 절차는 모두 똑같았다. 우선 예약된 서류를 들고 수속 카운터로 갔다. 요즘은 집에서 미리 인터넷으로 사전 수속을 하여 '수하물 테그'만 출력해서 오는 경우도 있다는데 우리는 그럴 시간이 없어서 바로 샌디에이고 항구로 왔다. 긴 줄을 서 있는 동안에 우리와 함께 탈 사람들을 구경했다. 키가 큰 사람, 작은 사람, 백인 아저씨, 흑인 아줌마, 동양계 아가씨들, 배가 나온 사람, 날씬한 사람... 세계 각국에서 몰려온 듯한 다양한 사람들이 긴 줄을 서 있었다.
그들의 공통점은 하나, 모두가 밝은 미소로 긴 줄에서 불평 없이 기다린다는 점이다.
우리 차례가 되어 수속을 밟았다. 우리는 한 방을 쓰기로 했다. 거의 모든 크루즈의 방들은 2인 1실로 되어 있지만 아들 혼자서 사용할 수가 없어서 3인이 사용하는 방으로 예약을 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침대 하나를 더 넣어주는 게 아니라 소파를 펼쳐서 침대로 사용하는 방식이었다. 그래도 한 방을 사용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짐은 비행기처럼 수하물표를 붙여서 따로 가져가고 우리는 기내가방만 들고 배로 향했다. 보관한 짐은 오늘 내로 각자의 방 앞까지 배달된다고 했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생겼다.
배에서 지불해야 하는 팁과 배에서 쓸지도 모르는 비용을 위해 신용카드를 긁어야 했다. 이미 한국의 내 카드는 한도를 초과했거나 거래 정지가 된 상태라 디파짓 할 카드가 없었다.
“ I have no credit card."사실 없는 게 카드뿐은 아니지만 이렇게 말하는 내 목소리를 부끄러움에 떨리기까지 했다.
“No problem. you can deposit with cash"
돈으로 안 되는 건 아직 없는 것 같다.
돈이 없으면 안 되는 건 많아도...
배로 향하는 브리지에 올랐다. 겉에서 보는 배는 실로 어마어마했다. 우리가 타는 배가 그런데 들어가는 사람들 모두 일행끼리 사진을 찍어준다.
조타실에 있을 법한 큰 조타기가 앞에 있고 뒤에는 크루즈 배가 배경으로 걸려있다.
마지막으로 가족사진을 찍은 게 언제인가 잠시 생각해 봤다
“치즈~~”
한 장에 얼마인지 물어볼까 하다가 그냥 지나쳤다. 어차피 잘 나오지 않으면 찾지 않을 사진인데.... 그래도 마지막 가족사진이 될지 모르니 찾는 게 나을까? 이런 생각을 하는 순간
우리는 배 안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다 달았다. 나중에 알게 됐는데 크루즈의 출입구를 갱웨이 (Gangway)라고 부른다고 한다.
드디어 꿈에 그리던 크루즈에 올라탔다.
그런데 어디로 갈지를 모르겠다. 아들이 먼저 빠른 걸음으로 가려고 한다.
“아들아, 어디 가니?”
“엄마, 금강산도 식후경. 밥 먹으러 가야지.”
“방에 먼저 가봐야 하는 거 아냐? 여보, 어떻게 할까?”
잠시 머뭇거리다가
“일단.... 밥부터 먹을까? 아니 짐은 방에 갖다 두고 오는 게 낫지 않을까?”
“아빠는 참.... 결정을 왜 확실히 못해요?”
아들이 아픈 곳을 찔렀다. 내게 있는 결정 장애...
“아들아, 넌 그럼 뭐 먹고 싶은데?”
그런데 더 아픈 부분은 그 유전자를 아들도 물려받았다는 것이다.
“글세... 양식으로 먹을까.... 한식으로 먹을까??”
“미국 배에 한식이 어디 있니??”
“요즘 한류가 유행인데 한국식이 없겠어?? 아님 중식이나 일식은 있겠지. 매일 햄버거만 먹었더니 밥이 먹고 싶단 말이야”
우리 집안의 가장은 나. 내가 결정을 해야 했다.
“결정했다. 뷔페로 가자. 다만 일단 가방은 방에 넣어두고 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