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즈에서 길을 찾다 [6]

숨겨진 비밀

by 신상훈

롱 비치는 로스앤젤레스에서 남쪽으로 32km 지점에 있는 항구도시이다. 이름처럼 비치가 아주 길게 뻗은 곳이다. 그곳으로 지금 우리 가족이 가고 있다.

“아빠, 정말 우리가 크루즈를 타러 가는 거야?”

“그렇다니까”

“여보, 왜 말 안 했어요? 이런 깜짝 선물이 있다는 걸.”

‘말할 수가 없었지. 나도 몰랐던 깜짝 선물인걸...’ 이렇게 속으로 생각하며 내 입으로는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미리 말하면 깜짝 선물이 아니지... 기다려 봐 더 놀라운 선물이 기다리고 있으니”라고 말했다.

사실 크루즈 여행은 오래전부터 꿈꿔오던 나의 버킷리스트였는데 맥도널드에서 본 신문광고를 통해 현실이 되었다. 어차피 남은 돈으로 미국에서 살아가기에 충분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갈 수도 없기에 나와 가족에게 주는 마지막 선물로 최선인 것 같았다.

돌이켜보면 나는 가족과의 여행을 그리 자주 한 편이 아니었다. 내 아버지는 나보다 더한 편이었다. 단 한 번도 우리 가족이 여행이란 걸 가본 적이 없었으니까. 예전에 아버지들은 먹고살기 바빠서 그렇다고 하지만 특히나 내 아버지는 유별났다. 나에게는 할머니가 되는 어머니가 홀로 아버지를 어렵게 키우셨기 때문에 유독 효심이 지극하셨다고 한다. 그래서 결혼 후에도 홀어머니 앞에서 자식을 너무 애지중지하는 모습도 불효라 생각하고 자주 안아주지도 않으셨다고 한다. 그런 홀어머니만 두고 우리 다섯 가족이 여행을 간다는 건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그렇게 가족과 함께 했던 여행의 추억이 없기에 내가 가족을 꾸린다면 가급적 많은 여행을 자녀와 하고 싶었다. 그러나 나도 아버지의 DNA를 닮은 탓인지 바쁘다는 핑계로 가족만의 여행은 그리 많이 하지 않은 편이었다. 이번 기회에 아들과 아내에게 진 빚을 갚고 싶었다.

“여보, 아들아... 사실 내가 이번에 미국 여행을 오자고 했던 가장 큰 이유는 이 배를 타기 위해서야. 사실 한동안 내가 좀 바빴잖아. 아무리 바빠도 내가 잊으면 안 되는 게 있더라고.”

“그게 뭔데?”나를 바라보는 아들 눈을 똑바로 볼 수가 없었다. 쏟아지는 눈물을 참으며 난 이렇게 말했다

“가족은 한 배를 타야 한다는 걸...”

아내는 입가의 꼬리를 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당신이 그걸 깨달았다니 정말 다행이네요. 사실 우리 가족은 셋밖에 안되는데 너무 각자 따로따로 생활하는 경향이 있어요. 우리 이번 크루즈 여행만이라도 함께 지냅시다.”

“엄마, 떨어지려야 떨어질 수도 없어, 배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잖아요.”

“그렇긴 하네.”

“아, 떨어질 수도 있다. 이 배가 타이타닉 호라면 말이야”

“재수 없게 뭔 소리야”

아내와 아들은 큰 수리로 웃고 있었다.

나도 얼굴은 웃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눈물을 삼키고 있었다. 사실 이 배에 오르는 가장 큰 이유는 내 사랑하는 가족에게는 절대 말할 수 없는 비밀이니까.

작가의 이전글크루즈에서 길을 찾다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