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
연꽃
연꽃은 진흙 속에서 자라지만, 그 진흙에 물들지 않는다. 오히려 진흙은 연꽃이 피어나기 위한 자양분이 된다. 마치 세상의 고통과 번뇌를 깨달음의 발판으로 삼으라는 부처님의 가르침과도 닮아 있다.
양쪽 다리에 보조기구를 찬 아이가 걷기 싫다며 길 한가운데 주저앉는다.
엄마는 미소를 지으며 앉아 있는 아이 앞에 무릎을 굽히고 아이의 두 손을 잡았다.
그리고 다정한 손길로 다시 일으켜 세운다.
“우리, 다시 걸어 가보자.”
아버지의 휠체어에는 생명유지 장치의 줄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아버지가 무언가 말하고 싶은 듯 손짓을 하자, 아들은 가던 길을 멈춘다.
그리고 고개를 숙여 아버지의 얼굴 가까이 귀를 기울인다.
작은 목소리를 알아듣기 위해 애쓴다.
머리에 진주 핀을 꽂고, 가지런히 빗어 올린 머리를 단정히 묶은 그녀.
그녀의 휠체어 뒤에는 흰머리가 가득한 부모님이 바짝 붙어 나란히 걸으며
오늘 점심은 무엇을 먹을지 이야기 나눈다.
남편과 나는 혈액검사를 마치고 벤치에 앉아 교수님을 만날 시간을 기다린다.
아직 두 시간이 남았다.
나는 유난히 더 많이 웃고, 더 수다스러워진다.
마음속에 질척한 진흙탕을 숨긴 채, 맑은 웃음만 내보인다.
병원에서 만난 사람들이 환하게 웃는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남편이 조용히 말한다.
"겉으로는 웃고 있어도, 속으로는 울고 있겠지."
하지만 나는 안다.
진흙탕 속에 피어난 연꽃이 가짜가 아니듯,
우리의 웃음도 가짜가 아니다.
우리의 삶은 진흙에 물들지 않고
그 자체로 자양분이 되어,
어여쁘게 피어나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