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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환자의 보호자로 살며_흔들림 속에서 마주하는 나

인생사 새옹지마

by 하서연

새옹지마

인생의 길흉화복은 예측할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옛날에 한 노인이 기르던 말이 오랑캐 땅으로 달아나 낙심했으나, 그 말이 준마를 데리고 돌아왔다. 기뻐할 새도 없이, 노인의 아들이 그 말을 타다 다리를 다쳤다. 그러나 전쟁이 일어나면서 다친 덕분에 징집을 피할 수 있었고, 결국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인생사 새옹지마라는 말이 여기서 유래했다.



남편이 아프면서 지난 9월부터 회사를 쉬었다. 병원을 오가며 지내다 보니 어느덧 3월. 나는 이제 가장이자 주 양육자로서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이 많아졌다. 밤이면 피곤한 몸을 침대에 눕히면서도 머릿속은 복잡했다. 미래를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했고, 불안한 마음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오전에는 보조교사로 일하다가 원장님의 제안으로 정교사가 되려 했지만, 병원 일정과 반 조정으로 결국 포기해야 했다. 실망스러웠지만 치료 계획이 변경되면서 병원에 더 자주 가야 하는 상황이 되었고, 차라리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던 중, 지인의 추천으로 오전 10시 30분 출근, 오후 4시 퇴근이 가능한 사무직 면접을 보게 되었다. 내 사정을 잘 아는 분의 추천이었기에 "근무만 가능하면 언제든 환영"이라는 말이 감사했다. 하지만 업무 특성상 갑자기 빠질 수 없는 자리였다. '혹시라도 병원에 가야 할 일이 생기면 어떻게 하나'이런 고민 끝에 결국 정중히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생각지도 않게 일이 잘 풀릴 것 같아 기대했지만, 결국 또 다른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자 마음 한편이 서글펐다. ‘아직 때가 아닌가 보다’ 스스로를 위로하면서도, 밤이 되면 괜스레 무거운 감정이 몰려왔다. 앞이 보이지 않는 것만 같은 이 순간,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나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법륜스님은 "원하는 것이 이루어졌다고 꼭 좋은 것도 아니고,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나쁜 것도 아니다."라고 말씀하셨다. 한 어머니가 감옥에 있는 아들이 풀려나길 간절히 기도했고, 결국 아들은 출소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아들은 출소 당일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어머니는 오히려 아들이 감옥에 있었다면 살아 있었을 것이라며 괴로워했다. 삶이란 이렇게 예측할 수 없는 것, 내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그러나 가만히 들여다보면, 나에게도 작은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었다. 출근한 사이 남편은 분리수거를 끝내고, 세탁기를 돌려 빨래를 널어두었다. 설거지도 마친 뒤 물기까지 닦아 제자리에 정리했다. 문득 그런 모습이 눈에 들어오자, 서로를 배려하는 시간이 고맙게 느껴졌다. 오후에는 남편과 함께 평소 가보고 싶었던 핸드드립 카페에 가서 차 한 잔을 마셨다. 조용한 음악이 흐르는 카페에서 우리는 향긋한 커피를 맛보며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그와 두 손을 마주 잡고 집에 들어오는 길은 행복으로 가득 찼다.



그 순간 깨달았다. 결국, 일이 뜻대로 풀려도, 풀리지 않아도, 그냥 그러할 뿐 괴로워할 필요는 없다. 인생사 새옹지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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