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1.
“큰일입니다. 세계 각국에서 이상 징후가 보고되고 있는데, 지구의 진화시계가 너무 빨라지고 있어요. 백만 년 동안 서서히 일어나는 진화가 이렇게 빨라지다니 믿기지가 않네요.”
“그런데 진화와 관련된 변이 바이러스의 빈도가 높아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 변이 바이러스의 특성이 이상합니다. 현재까지 무엇이라고 딱 특징짓기가 난감해요. 문제는 이 변이 바이러스가 진화 변이가 아닐 수도 있을 것 같다는 겁니다. 표면스파이크 단백질의 돌출 모양이 비슷한 듯 다릅니다. 이전에 보고되었다가 폐기된 한 보고서에 의하면 역진화를 일으킬 수 있는 바이러스 모양과 특징이 같습니다. 최악인 경우 지구의 시계가 거꾸로 갈 수도 있다는 건데 인류가 퇴보하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외국 전문가들이 한 명씩 말을 하자 한국의 김 박사도 끼어든다.
“최소한 수만 년 뒤에 일어나야 할 일이 현재 발생할 수도 있다는 거네요. 한국도 마찬가집니다. 이 변이 바이러스가 너무 자주 출몰하고 있어요. 폭풍전야 같아요. 언제 폭발해도 이상하지 않을 지경에 도달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독재자가 핵폭탄 버튼을 누르면 지구가 끝나듯 말입니다.”
“이 모든 것이 인간의 무한욕망 때문에 발생한 탄소배출과 그로 인한 기후위기, 생태계파괴 때문에 발생한 것인데 이것을 대폭 줄이거나 멈출 생각을 여전히 못하고 있잖아요.”
“어디에서 가장 먼저 일어날 것으로 추측됩니까?”
“글쎄요. 지난 100년 간 지구 평균 온도가 가장 높았던 나라에서 발생할 확률이 높겠죠. 미국, 중국, 한국 등. 그중에서 한국이 제일 심각하고 위험합니다. 선진국에 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탄소배출을 줄이지 않고 있어요. 오히려 늘고 있습니다.”
“어찌 될 것으로 예측됩니까?”
“알 수 없죠. 앞에서 노라 박사님도 말씀하셨지만, 인간의 욕망이 끝이 없으니까요. 한치 앞의 이익에만 몰두되어 있잖아요. 멀리 내다보는 눈이 없어요. 비유적인 표현이지만 누군가가 순간의 욕망에 못 이겨 변이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인류는 끝입니다.”
“그게 지구를 위해서는 오히려 다행 아닌가요?”
“그런가요. 하하. 난감하네요.”
몇 달 전 한국에서 열린 ‘지구생태계보전모임’과 ‘세계진화과학자모임’에서 공동주최한 ‘가속도가 붙은 지구진화시계의 심각성’이라는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 나온 말을 상기하는 김 박사, 대형 컴퓨터 화면에 나타나는 그래프를 심상치 않게 바라보고 있다. 세계 각국 환경전문단체와 과학자들의 경고에서 불구하고 지구는 마구 탄소를 배출하고 있으며 플라스틱 등 지구를 망치는 쓰레기는 지구산을 방불케 할 정도로 쌓이고 있다. 그럴수록 ‘지구의 진화시계’가 더욱 이상해지고 있다. 알면서도 나아지기는커녕 더 심각해지고 있다.
2.
“자, 이 <신석기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신 여러분은 몇 가지의 규칙만 잘 지키시면 됩니다. 신석기이니만큼 가지고 온 전자제품은 사용하실 수 없습니다. 완전 자연 상태에서 한 달을 버텨야 합니다. 냇가에서 물 마시기, 과일 따먹고 살기, 동물을 사냥해 구워먹기, 동굴에서 자기 등으로 말입니다. 불 피우는 기구, 칼과 도끼 같은 무기류만 저희가 제공합니다. 그리고 두 팀으로 나눌 텐데 위기에 봉착한 팀은 단 한 번의 찬스를 이용할 수 있는데요, 총을 구입할 수 있는 찬스와 변이 버튼을 누를 수 있는 찬스 중 하나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변이 버튼이 무엇인지는 충분히 설명이 되었을 겁니다. 이 한 달을 버티고 최종적으로 살아남은 분에게는 20억을 드리고, 전원이 살아남은 팀이 있다면 그 팀에게는 200억을 드립니다. 모두 살아남으시길 기원합니다. 파이팅!”
남녀 열 명의 사람들이 <신석기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였다. 5명씩 두 팀으로 나누어 프로그램에 투입되었다. A팀은 남자 세 명, 여자 두 명, B팀은 남자 두 명, 여자 세 명이었다. 그 공간은 마치 아프리카의 사파리국립공원 같았다. 실제 초식동물에서 육식동물까지 다 있는 완전 야생의 세계였다. 거기다 진짜 신석기라 할 수 있을 정도의 환경으로 꾸며져 있었고 한국적 지형까지 모든 것이 완벽하게 갖춰져 있었다.
첫 날이다. 뒤로는 산이 있고 옆으로는 계곡에서 물이 흐르고 있으며 앞에는 숲이 우거져 있다. 한가로이 풀을 뜯어먹고 있는 사슴과 노루를 본 사람들은 야생의 신석기 환경을 신기한 듯 바라보고 있다. 호랑이, 늑대, 곰 같은 최강의 포식동물들이 현재 보이지 않는다.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다 지쳐 계곡에 다다랐다. 물을 마시고는 조금 쉬었다. 조금 안정을 취하니 배가 고팠다. 먹을 것을 구해야 했다. 주위를 들러보았다. 과일과 채소류가 더러 있었다. 남자들은 막대기를 이용하거나 직접 나무에 올라가 과일을 땄고 여자들은 칼로 감자나 고구마, 그리고 나물을 캤다. 서로 나눠먹었다. 배가 부르니 잠이 몰려왔다. 벌써 하루해가 넘어가고 있었다. 땅을 파 움집을 만들기는 너무 힘들어서 동굴을 찾기로 했다. 계곡이 있으니 작은 동굴 하나쯤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한 시간 쯤 돌아다니며 가까스로 동굴을 찾았다. 모두 옹기종기 모였다. 그래도 추웠다. 난생 처음 집도 텐트도 아닌 곳에서 잠을 자야 했다. 낭만이 아니다. 실제 상황이다. 남자들이 주위에서 나뭇가지와 통나무를 가져왔다. 불을 피워 추위를 피했다. 이렇게 신석기의 하루가 지나갔다.
삼사일 지나니 과일과 채소류만으로는 그들의 배를 채울 수 없었다. 고기를 먹음으로써 진화해온 인간, 배터질 정도로 고기를 과잉 섭취하려고 온갖 살육과 참화를 일삼은 인간이었다. 고기가 너무 당겼다. A팀의 ‘남자 1’이 사냥을 하자고 제안한다. B팀의 ‘여자 2’가 한 달만 버티면 되는데 위험한 일을, 그리고 굳이 살육을 할 필요가 있겠냐고 말한다. 5명이 옥신각신하다 결국 사냥하기로 결정하였다. 고기의 피냄새가 너무 그리웠기 때문이었다.
다음 날 해가 솟았다. A팀의 남자 세 명과 B팀의 남자 두 명이 함께 사냥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사슴과 노루 같은 초식동물만 사냥했다. 그래야 안전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쉬운 것이 아니었다. 책과 TV에서 보던 사슴과 노루가 아니었다. 얼마나 거칠고 힘이 세든지 사냥을 하던 도중 여기저기 다쳤다. 그러나 인간의 머리는 역시 동물보다 뛰어났다. 서로 합심하여 한쪽으로 몰고서는 창과 칼로 결국 노루를 죽일 수 있었다. 여자들은 약초를 빻아서 남자들이 입은 상처 부위에 발라 주었다. 맛있게 고기를 즐겼다. 그러자 A팀의 ‘남자 1’이 말한다. “야, 이 얼마 만에 먹는 고기냐. 술만 있으면 금상첨화인데. 하하! 다들 내 말 따르니 이렇게 좋잖아. 안 그래?” 마치 신석기 족장이 된 듯 우쭐했다. 이들은 아주 빠르게 인간진화의 법칙을 밟았다. 아주 잔혹한 인간진화.
며칠 초식동물을 사냥해 고기 맛을 보더니 여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멧돼지와 늑대, 호랑이를 사냥하기로 했다. 정말 간이 배 밖에 나왔는지 무서움을 몰랐다. 이 제안 역시 A팀의 ‘남자 1’이 주도했다. “야! 나 덕분에 너희들이 고기를 배 불리 먹고 있잖아. 나를 따르지 않으려면 팀에서 나가. 혼자 한 달을 살아보라고.” 자신을 따르지 않으면 당장에라도 죽일 태세다. 그러자 B팀의 ‘남자 1’이 “그러면 찬스를 사용합시다.”라고 제안한다. 찬스를 너무 빨리 사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반대도 있었지만 간단한 토론 끝에 결국 총 찬스를 사용하기로 하였다. A팀이 총 찬스를 사용해 총 다섯 자루를 받아 자기 팀은 세 자루를 갖고 B팀에 두 자루를 나누어 주었다. 총알도 충분히 제공받았다. 신석기 체험인데 일주일이 막 지나자마자 청동기 수준으로 바로 건너뛰고 있었다.
A팀의 남자들이 이번에도 먼저 나섰다. 성능 좋은 35M 연발총을 가지고 있으니 무서울 게 없었다. 남자들은 기세등등하게 산을 올랐다. 산세가 험했다. 한참을 오르니 저 멀리서 멧돼지가 보인다. 이번에도 A팀의 ‘남자 1’이 제일 먼저 총을 겨누었다. 멧돼지 목 부위를 노려 쏘았다. 다섯 발을 연달아 쏘았는데 몇 발 맞았는지 멧돼지가 바로 쓰러졌다. 나머지 남자들이 뛰어가 확인사살을 하였다. 그렇게 그날 그들은 오랜만에 돼지고기를 실컷 먹었다.
과일과 채소, 과일즙, 무엇보다 돼지고기를 배불리 먹으니 이 체험도 할만 했다. 문제는 적응이 되고 그것이 좋다고 느낄 때 생긴다. 그 놈의 욕심이 그들의 평화를 내버려두지 않았다. 권력에 대한 욕심, 이성에 대한 욕심, 더 차지하고 싶은 욕심, 필요이상으로 더 많은 것을 쟁여놓고 싶은 욕심 등이 불신과 전쟁을 야기했다.
배불리 먹은 직후 A팀의 ‘남자 1’이 대뜸 B팀의 ‘남자 2’를 노려보며 말한다.
“야, 너는 총을 쏘긴 했냐?”
B팀 ‘남자 2’의 눈 초점이 흔들리더니 말을 더듬는다.
“어? 그, 그럼.”
“쏘긴 뭘 쏴! 내가 보니까 쏘는 척만 하는 것 같던데. 너 총을 쏘기는 할 줄 아냐? 너 군대 갔다 왔어? 사실대로 말해!”
‘남자 1’의 거센 말에 ‘남자 2’는 고개를 숙인다.
“사실 나, 군 면제야.”
“이 새끼. 그럴 줄 알았어. 너희 아버지 국회의원이나 재벌, 또는 군 스타 쯤 돼?”
“아냐. 그냥 몸이 좀 안 좋아서. 소아류마티스 관절염과 강직성 척추염으로 수술했거든.”
“야, 그런 새끼가 왜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지랄이야?”
“돈이 필요해서. 수술비용도 아직 다 못 갚았고. 집이 부유하지를 못해.”
“저 찌질이 새끼. 저 놈 때문에 우리 프로그램 다 망치는 거 아냐. 너 조심해. 니가 조금이라도 우리에게 피해를 주면 내가 가만 안 둘 거야.”
“아, 알았어.”
듣다가 참지 못한 B팀의 ‘남자 1’이 A팀의 ‘남자 1’에게 화를 낸다.
“니가 뭔데 꼰대처럼 갑질하고 있어? 니가 이 프로그램의 총대장이냐? 어? 이 친구가 아직까지 뭐 그렇게 잘못한 것도 없는데 말이야.”
“뭐? 이 자식이. 한번 해 볼 테야? 지난 일주일 동안 나의 리드 덕분에 여기까지 온 거 아냐. 맛있는 돼지고기를 먹고 있는 거 아니냐 말이야? 이 새끼들 은혜를 모르는 거 봐. 이럴 바에야 갈라지자. 내일부터 팀별로 행동하는 거야. 알았어?”
“내가 할 소리. 째지자고.”
말다툼이 다행히 큰 싸움으로 번지지는 않았지만 그들은 결국 두 팀으로 갈라졌다. 잠자리에 누웠으나 왠지 불길한 느낌 때문에 몇몇은 깊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 신석기 체험에 나선 이들의 일주일이 지나가고 있었다. 고요한 밤이 흘러가고 있었다. 다음 날이 잔혹한 하루가 될 거라고는 아무도 모른 채 찬란한 해가 떠올랐다.
A팀은 ‘남자 1’이 여전히 주도하고 있다. 강력한 총을 무기로 사냥에 몰두하고 있다. 겁을 상실한 ‘남자 1’은 곰이나 늑대, 호랑이를 잡고 싶었다.
“내가 앞서갈 테니 너희 둘은 날 따라오면서 내가 명령하면 쏴. 알았지?”
그의 명령이 어느새 자연스러워졌다. 한참 산을 오르자 늑대굴이 보였다.
“너는 입구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늑대가 나오면 쏴. 너는 나를 따르고.”
A팀 ‘남자 2’와 ‘남자 3’에게 명령을 한 ‘남자 1’은 ‘남자 3’과 함께 늑대굴로 들어갔다. 한 걸음 한 걸음 소리 나지 않게 조심조심 발걸음을 옮기자 늑대들이 보였다. 기둥에 둘은 몸을 숨겼다. 어미 늑대 한 마리와 새끼 늑대 두 마리가 있었다. 새끼 늑대들은 어미의 젖을 빨고 있었다. 귀가 밝은 늑대이지만 새끼에게 젖을 먹이느라 긴장을 푼 어미 늑대는 그들이 다가오는 것을 눈치 채지 못했다. 늑대들을 보자마자 ‘남자 1’은 총을 쏘려고 자세를 잡았다. 그러자 ‘남자 3’은 그를 말렸다. 귓속말로 “야, 어미가 새끼에게 젖을 먹이고 있는데 어떻게 죽일 수 있어?”라고 말했다. ‘남자 1’이 “이 못난 놈, 넌 빠져.”라는 말을 끝내고 늑대들을 향해 총을 난사했다. 그러나 그들의 말소리에 재빨리 자세를 바꾼 어미 늑대는 ‘남자 1’이 총을 쏘기 직전 ‘으르렁’ 소리 내며 그들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아무리 빠른 늑대라 해도 총보다 빠를 수는 없었다. 총소리와 늑대의 깨갱거리는 소리가 합쳐진 늑대굴은 비참한 광경의 현장이 되었다. ‘남자 1’과 ‘남자 3’의 얼굴과 몸에 늑대의 피가 튀겼다. 그들은 죽은 늑대들에게 다가갔다. 젖을 먹고 있던 새끼 늑대들이 끔찍한 몰골로 죽어 있었고 어미 늑대도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다. 확인사살하려고 총을 겨누었다. 그 순간 죽은 줄 알았던 어미 늑대가 그들에게 마지막으로 달려들었다. ‘남자 1’에게 달려들었는데 순간 그가 뒤로 넘어지는 바람에 바로 뒤에 있던 ‘남자 3’의 목을 물었다. 이때 ‘남자 1’이 재빨리 어미 늑대에 총을 발사했다. ‘드드드득!’ 어미 늑대는 찍소리도 내지 못한 채 창자가 튀어나올 정도로 처참하게 죽었다. 찢어질 듯한 죽음의 소란이 지나고 혼미할 정도의 고요한 시간이 곧바로 흘렀다. 정신을 차린 ‘남자 1’이 ‘남자 3’에게 다가갔다.
“야, 정신 차려! 숨을 쉬어!”
‘남자 3’이 죽었다. 어미 늑대에 물려 죽은 것만은 아니었다. 어미 늑대에게 쏜 ‘남자 1’의 총알이 ‘남자 3’의 몸에도 박혀 있었다. 총소리와 늑대의 짖는 소리, 그 후 살벌한 고요함… 상황이 궁금해진 ‘남자 2’는 굴 안으로 들어와 이 참혹한 광경을 목도하고는 정신을 놓고 말았다.
그날 저녁 A팀은 어미 늑대를 불에 구웠다. 늑대고기 앞에서 ‘남자 1’은 어미 늑대의 가죽을 벗겨 자신의 머리와 몸에 걸쳤다. 자신이 왕이라도 된 듯 고함을 쳤다.
“자, 오늘 우리는 위대한 발걸음을 내디뎠다. 우리가 이 밀림 같은 야생에서 진정한 왕이라는 것을, 내가 이것을 이루었다는 것을 증명한 날이다. 약한 자는 이 야생에서 죽을 수밖에 없는 것이고. 너희들은 나만 믿고 따라 오면 돼. 그러니 오늘 마음껏 먹고 마시고 즐기자!”
아무도 늑대고기를 먹지 않으려 하자 ‘남자 1’은 먹으라고 강요한다.
“야, 빨리 안 먹어. 어떻게 잡은 건데. 그리고 너희들은 과일즙이라도 따라 봐.”
광기어린 ‘남자 1’의 눈치를 보며 ‘남자 2’는 늑대고기를 겨우 먹는다. 여자들도 과일즙을 ‘남자 1’에게 따라주고는 늑대고기를 먹는 둥 마는 둥 한다. 한 바탕의 작은 잔치가 끝나고 모두 잠을 청했다. ‘남자 1’이 코를 드르릉 골며 잠을 잔다. 그가 자는 것을 확인한 나머지 세 명은 조용히 일어나 자리를 뜬다. ‘여자 1’이 조심스레 말을 하며 재촉한다.
“빨리 가자. 저 놈은 미친놈이야. 제정신이 아니라고. 같이 있으면 우리도 죽거나 미칠 거야.”
세 명은 ‘남자 1’을 피해 멀리 떠난다. 그러나 그 여정은 시작과 함께 어긋나버렸다. 그들을 맞이하고 있는 것은 새로운 환경이 아니라 공포와 죽음이었다. ‘남자 1’을 피해 달아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압도적인 외모와 카리스마를 내뿜고 있는 늑대를 만난 것이다. 자기 아내와 자식이 죽은 것을 확인한 아빠 늑대가 그들을 맞이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무 뒤에 숨어 적절한 때를 기다리던 아빠 늑대는 그들이 적절한 포위망 안에 들어오자 잽싸게 달려들었다. 총을 든 ‘남자 2’를 순식간에 공격하였다. 어찌 할 틈도 없이 ‘남자 2’는 죽었다. 분노에 찬 아빠 늑대의 공격에 인간의 총은 어떤 방어막도 되지 못했다. 입에 피가 흥건한 늑대를 보고 있는 여자들은 너무 놀라 비명조차 내지 못했다. 늑대는 그녀들을 노려볼 뿐 공격하지 않았다. 여자들이 공포에 떨며 꼼짝을 못하자 늑대는 자신이 왔던 숲으로 돌아갔다. 여자들은 더 나아갈 수 없었다. ‘남자 1’이 있던 곳으로 돌아갔다. 그리고는 ‘남자 1’의 아내이자 시녀가 되었다. 한 달을 누가 버틸 수 있는가가 중요할 뿐 누가 아내이고 시녀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3.
B팀은 상대적으로 평화로웠다. B팀의 ‘남자 1’은 상대적으로 마초적이지 않았고 ‘남자 2’는 여성적인 성격의 소유자였다. 여성이 한 명 많아서인지 과일과 채소 등은 풍부했다. 먹을 것이 풍부하자 게을러졌고 효율의 극대화를 꾀하기 시작했다. 저장을 넘어 잉여물을 지나치게 많이 만들기 시작했다. 일주일에 한 번만 채집할 수 있도록. 그러자 초식동물이나 다람쥐 같은 1차 소비동물들과 족제비 같은 2차 소비동물들이 먹어야 하는 식량이 부족해졌다. 늑대나 호랑이들의 공격에다가 점점 자신들의 먹이와 공간이 급격히 줄어들자 1, 2차 동물들은 인간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나마 인간들이 쉬워보였기 때문이다. B팀이 저장해둔 곳을 몰래 습격하여 인간들의 먹이를 가로챘으며 심지어 인간들을 공격했다. 원래 자신들의 것이라며 공격하는 작은 동물들과 빼앗은 것을 지키려는 인간들 사이 싸움이 잦았다. 얼굴과 팔이 긁히고 부상당하는 사람이 자꾸 생겼다. 그럴수록 여자들은 남자들을 탓했고 무시했다. ‘여자 1’이 먼저 불만을 토로한다.
“너희들은 총 가진 남자면서 이런 동물들 하나 처치 못하니? 늑대나 호랑이를 죽이라는 것도 아닌데. 그럴 거면 총을 줘. 우리 여자들이 사냥할 테니 너희 남자들은 채소와 과일을 따.”
결국 ‘남자 2’의 총을 뺏은 ‘여자 1’은 ‘남자 1’과 같이 사냥을 했다. 멧돼지나 노루를 사냥하려고 깊은 산으로 들어갔다. 한참을 헤매던 중 무리에서 일탈한 노루 한 마리가 보였다. ‘남자 1’과 ‘여자 1’은 동시에 총구를 겨누었다. ‘팡!’ 총소리와 함께 노루가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누가 맞췄는지 알 수가 없었다. “봐, 내가 맞췄어.”, “무슨 소리야. 내가 쏜 총에 쓰러진 거야.” 서로 자기가 쏜 총에 노루가 쓰러졌다고 우기는 사이 곰이 뒤에서 그들을 공격했다. 눈 깜짝할 사이였다. 곰이 이렇게 빨랐던가. 놀란 ‘여자 1’이 다시 총을 들어 쏘았지만 총을 피한 곰은 거대한 손으로 그녀를 갈겼다. 몇 미터 날아가 나무에 부딪혔다. 그 순간 ‘남자 1’이 총을 쏘려고 하자 곰은 달아났다. ‘여자 1’의 부상이 심각했다. 얼굴과 목, 피부가 심하게 파였고 쇄골이 부러졌다. 피가 분무처럼 뿜어져 나왔다. ‘남자 1’이 그녀를 업고 힘들게 산을 내려오던 중 ‘여자 1’은 숨을 거두었다. ‘남자 1’의 온 몸은 그녀가 흘린 피로 물들었다.
“으아악!”
‘여자 2’와 ‘여자 3’이 울부짖는다.
한참을 울고 나니 주위가 고요해졌다. 적막했다. 무슨 말을 이을지 너무 어색했다. 서로 눈치를 보던 중 ‘남자 2’가 말을 꺼냈다.
“우리, 다시 A팀과 합치는 거 어때? 그들은 사냥을 잘 하니까 아무래도 더 안전하지 않을까? 고기도 실컷 먹을 수 있고.”
“좋아. 그렇게 하자. 무엇보다 그게 더 효율적이야.”
‘여자 2’와 ‘여자 3’이 동시에 동의한다. 이 선택은 돌이킬 수 없는 불행을 잉태하고 말았다. 이렇게 다시 시작된 A팀과 B팀의 동거는 철저한 계급사회로 빠르게 변했다. A팀 ‘남자 1’의 뛰어난 사냥 실력에 주눅 든 B팀의 ‘남자 1’과 ‘남자 2’는 그의 명령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지나친 그의 갑질에 화난 B팀의 ‘남자 1’이 화를 내며 그의 명령을 거부하자 대결이 벌어졌다. 결과는 뻔했다. A팀 ‘남자 1’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났다. 이 사건 후 A팀의 ‘남자 1’은 정말 왕이 되었다. 그에게 불만인 사람은 이제 조직에서 따돌림 당해야 했고 무시당했다. 이제 그의 말을 듣지 않는 사람은 처벌당하는 신세가 된 것이다. 모두가 이제 그에게 굽실대기 시작했다. 어떤 이는 그를 추앙했고 어떤 이는 속으로 못마땅하게 생각했지만 철저히 복종했다. 한 달, 아니 2주만 버티면 되니까.
A팀 ‘남자 1’의 사냥 실력은 정말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B팀을 괴롭혔던 다람쥐, 족제비 등은 물론이고 멧돼지, 여우 등도 무참히 사냥해 죽였다. 심지어 하루는 호랑이도 잡았다. 강력한 총은 먹이사슬의 최고 꼭대기에 있었다. 마구 사냥된 동물들은 구워져 고기로 먹혔고 상당수가 길거리에 버려졌다. 그들은 먹고 마시고, 고기를 질겅질겅 씹으며 웃고 떠들었다.
“봐, 내 말에 복종하니 얼마나 풍족하고 행복하냐 말이야, 어! 자, 마시고 뜯어!”
A팀 ‘남자 1’의 자신감이 나르시시즘을 넘어 하늘을 찌르자 그 바이러스에 전염되어 모두 탐욕의 얼굴로 변하였다. 죽음의 탐욕!
가히 살생파티다! 동물들은 처참하고 무참히, 그리고 필요이상으로 죽임을 당했다. 이 광경을 감정 없이 노려보는 이가 있었다. 호랑이다.
4.
아빠 늑대가 A팀 ‘남자 1’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그가 죽인 남자가 A팀 ‘남자 1’이 아님을 직감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그의 사냥실력이 만만치가 않아, 무엇보다 그가 가지고 있는 강력한 총 때문에 베테랑 늑대지만 그를 죽이기가 쉽지 않다. 늑대가 불만에 가득 차 으르렁 거리며 거닐고 있는데 곰이 나타났다. 서로 노려보며 대치한다. 그 때 호랑이가 나타나 이들에게 말을 하며 제안한다.
“둘 다 그만 노려보고 우리 모여 회의를 하도록 하자.”
“갑자기 무슨 회의냐? 최상 포식자인 너의 말을 믿을 줄 아냐.”
곰이 반감을 드러낸다.
“곰, 너는 이전에 내가 저 인간으로부터 도망가게 도와줬잖아. 늑대 너는 아직도 개인적인 복수만을 생각하고 있는 거냐?”
“니가 상관할 일이 아니야. 그리고 우리 같은 포식자들이 무슨 회의를 한다는 거야?”
“우리끼리가 아니라 동물 전체가 모여 회의를 하자는 거다.”
“무슨 꿍꿍이야? 쉽게 사냥할 속셈이냐? 그게 가능할 것이라 생각해? 약한 동물들이 동의할 것 같아?”
“나를 그렇게밖에 보지 않는 거냐? 아무리 최상 포식자지만 나, 호랑이 이 야생의 최고 젠틀한 동물이야. 거기다 환경의 최고 지킴이라는 사실을 잊은 것인가. ‘진화의 신’이 동물 전체에게 알려줄 것이 있다고 한다. 백 년 만에 열리는 회의라고 한다.”
“죽은 부모한테 전해 듣기는 했는데 ‘진화의 신’이 누구냐? 정말 있기는 한 것이냐? 그리고 무슨 내용이야?”
“따라 와보면 알 것이다. 아주 중요한 회의가 될 것이야.”
호랑이가 하늘을 향해 크게 포효한다. ‘으으으 흥!’
늑대와 곰은 다른 동물들에게 호랑이의 제안을 설명했다. 그 동물들도 다른 동물에게 빠르게 전달했다. 이 숲의 동물들이 다 모였다. 그 주위로 식물들이 가득하다. 그러자 호랑이가 근엄하게 말을 한다.
“나, 호랑이 살기 위해 너희들을 잡아먹으며 살고 있지만 이 생태계의 법칙을 철저히 유지하며 살아가고 있다. 여기에 모인 너희들 모두 그러하지 않느냐. 살기 위해 작은 동물들을 잡아먹고 풀과 나뭇잎을 뜯어먹고 과일을 채취하며 살고 있지. 이 모두 지구의 생태계 법칙 아래 타고난 본성대로 살아갈 뿐이야. 그러나 인간들은 탐욕과 과시로 과잉살생을 하고 생산품을 잉여로 쟁여둘 뿐만 아니라 그 본성을 주체하지 못해 우리가 보고 겁먹도록 길거리에 우리 친구들의 사체와 먹다 만 과일을 마구 버리고 있다.”
호랑이가 말을 꺼내자 봇물 터지듯 다른 동물들이 말을 잇는다.
“옳소. 맞는 말이요. 인간들 때문에 이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소. 이렇게 가다간 인간과 동물뿐만 아니라 지구에 살고 있는 모든 생명체가 죽을 것이요.”
“지구온난화, 기후위기에 가장 책임 있는 국가들이 최근엔 역사를 후퇴시키고 있소. 자국이기주의에 빠진 미치광이가 다시 세계 대통령이 되어 얼마나 지구를 망칠지 심해 걱정이 된다 말이요.”
“꼭 그 나라만 문제는 아니요. 많은 위정자들이 자국 국민을 죽이는 전쟁을 일삼으며 자신들의 비리를 감추고 있소. 또한 최첨단 과학과 기술이 발달한 한 나라에서는 미신과 주술로 나라를 운영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얼마나 아이러니하고 웃기는 상황이요. 정말 미개한 자들은 누군데… 우리 동물과 식물보다 덜 떨어진 자들이 인간이랍시고 지구를 정복하고 다스리고 있으니 지구가 파괴되고 있는 것 아니겠소.”
많은 동물들이 인간을 비판하며 자신들이 하고 싶은 말을 늘어놓자 호랑이가 끼어든다.
“자, 잘 들었소. 이쯤에서 ‘진화의 신’에게 지혜를 구해봅시다. 어떡하면 우리 모두의 생명과 지구를 구할 수 있을지. 모두 눈을 감고 마을을 열어 자연에 귀 기울이시오,”
그러자 ‘진화의 신’이 깊고 울린 소리로 말을 한다.
“나, ‘진화의 신’이 너희들에게 인사를 한다.”
동물들이 놀라는 것도 잠시 ‘진화의 신’에게 묻는다.
“어떡하면 저 무도한 인간들을 처단할 수 있습니까? 그리고 우리를 보호하고 이 지구를 살릴 수 있습니까?”
“나 ‘진화의 신’은 창조의 신이 아니다. 그리고 처단의 메시아도 아니다. 수십억 년 동안 너희들과 함께 어울려 이 지구를 생명 가득한 생태계로 만들었을 뿐 누구를 창조하거나 처단할 수는 없다.”
“그러면 이 지구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이 없단 말입니까?”
“단 너희들에게 하나의 메시지를 주겠다. 저 탐욕스럽고 무도한 인간들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 조금만 더 두고 보자. 인간들의 역사를 보면 저들은 탐욕스런 본성을 끝내 버리지 못해 지구를 파멸시키고 스스로 무너질 것이다. 그때 이 아름다운 지구의 모든 생명체가 사라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나무와 식물들은 모두 잠시 죽을 것이다. 그러면 그 결과로 산소가 사라지고 오존층이 파괴되어 지구 생태계가 급속도로 황폐화하게 될 것이다. 그 직후 테타누스균으로 범벅이 된 검은 비가 쉴 새 없이 내릴 것이다. 그러면 인간들이 사용하는 모든 전자제품, 특히 총이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또 이때 인간들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 두고 보자. 다행히 이전의 착한 본성으로 돌아오는 선택을 한다면 지구 생태계가 회복될 것이지만 또 다른 최악의 선택을 한다면 그땐 변이 바이러스의 대규모 출현으로 인류의 역진화가 발생, 그들은 끝내 멸종의 길로 가고 말 것이다. 이 모두 그들의 선택에 달려 있는 것이다. 이때를 대비해 너희들은 내가 준비한 신비의 생태동굴로 잠시 옮겨 살도록 하라. 거기엔 지구 속의 작은 지구로 나무와 식물들이 많이 있어 산소가 충분하고 물과 먹을 것이 풍부하노라.”
동물들 모두 눈을 감은 채 고개를 숙여 동시에 말을 한다.
“예. ‘진화의 신’, 당신의 말씀을 따르겠습니다.”
5.
A팀 ‘남자 1’의 탐욕과 권력욕은 날로 심해졌다. 폭압이 절정을 이루었다. 어떤 사람은 속으로 ‘지옥이 따로 없네. 남은 날을 어떻게 버티지?’하고 고통스러워하며 걱정하지만 누군가는 그에게 빌붙어 아첨하며 더 많이 먹고 마시려 하고 있다.
“야! 더 많이 과일 따고 채소 캐고 동물들 잡아 와. 내 말 안 들려? 마구 잡아오란 말이야.”
“이 지역에는 이제 씨가 말랐어. 모든 것이 완전 황폐화 됐다고.”
“그럼 옆 숲으로 가면 될 거 아냐.”
“나무와 식물들이 울창하게 경계를 나누고 있어. 그러려면 나무와 식물들 다 베어버려야 해.”
“그럼 그렇게 해. 빨리!”
그들은 낫과 칼과 톱 등 쓸 수 있는 모든 농기구와 기계로 나무와 식물들을 무참히 베고 또 베었다. 큰 나무가 방해되면 총을 갈려 나무를 쓰러뜨렸다. 며칠이 지나자 ‘진화의 신’이 말한 대로 황폐화된 환경 때문에 검은 비가 내렸다. 세차게 내렸고 쉬지 않고 내렸다. 이 비에는 모든 전자제품과 기계를 못 쓰게 하는 균, 즉 테타누스 바이러스가 섞여 있었다. 전자제품은 고장이 났고 살상 기계들은 순식간에 부식이 되어 못 쓰게 되었다. 그들의 최고 무기인 총도 무용지물이 되었다. 총알도 상하였고, 부식되고 망가진 총에선 총알이 발사되지 않았다. 그러자 동물들의 역습이 시작되었다. 참혹하게 죽어간 동료들의 원한을 갚기 위해서라도, 자신들이 살기 위해서라도 인간들을 이대로 내버려 둘 수 없었다. ‘돌격! 인간들을 가만 두지 말자! 비참하게 죽어간 우리 가족들의 복수를 향해 진격!’
“큰일 났어. 짐승들이 쳐들어오고 있는데 총이 고장났어. 빨리 도망가자!”
그들 모두 있는 힘껏 달렸다. 도망가면서 동물들에게 물리고 맞았다. 그러면서도 살려고 안간힘을 다해 은신처로 재빨리 피했다. 이 프로그램 공간의 출구가 그들의 안전한 은신처였다. 그러나 한 명이 보이지 않는다. A팀의 ‘남자 1’이 없다. “으아악!”
이리 피하고 저리 달아났지만 동물들의 최고 원수가 된 그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제일 먼저 A팀 ‘남자1’이 죽었다. 아빠 늑대가 가만둘 리 없었다. ‘남자 1’은 늑대의 강력한 이빨로 목이 물려 죽었고, 그가 죽자 그의 탐욕의 상징인 심장이 찢겨 꺼내졌다. 그리고 이 모든 명령을 내린 그의 뇌를 늑대는 잘금잘금 씹어 먹었다. 끔찍했고 허무했다. 덧없는 이 권력욕과 탐욕은 무엇이라 말인가. 한낱 이 권력을 위해 얼마나 많은 것들을 죽이고 또 죽여 왔는가! 그러나 지옥의 문은 아직 덜 열렸다. A팀 ‘남자 1’이 죽자 겁이 난 나머지 사람들은 마지막 찬스를 빠르게 사용하기로 했다.
“애들아, 우리 마지막 찬스를 사용하자.”
“안 돼. 그거 사용하면 우리 지구 생태계가 망가져 모든 생명이 죽고 말거야.”
“지금 그런 한가한 말을 할 상황이 아니잖아. 일단 우리가 살고 봐야지. 우리한테는 방독면을 제공한다고 하니 괜찮을 거야. 그거 사용 안 하면 몇 시간도 못 버티고 모두 동물들한테 죽고 말거야.”
“그래. 사용하자.”
그런데 작은 문제가 생겼다. 방독면이 5개만 제공되었다. 공식적인 찬스이용은 B팀의 찬스였기 때문에 총처럼 B팀 인원인 5개만 제공되었던 것이다. 현재 살아남은 인원은 6명, 한 개 모자랐다. 그들은 다급했다. 동물들이 A팀 ‘남자 1’을 참혹하게 죽이는 것을 본 그들은 겁에 질려 망설일 틈이 없었다. B팀의 ‘남자 2’가 “얘들아, 왜 이래? 살려줘.”라는 말을 끝내기도 전에 무섭게 모두가 그를 죽였다. 찌르고 내리쳤다. 이 모습을 본 동물들은 동시에 말했다. “역겨운 인간들!”
그들은 사용하면 안 되는 변이 버튼 찬스를 결국 사용하였다. 그들이 있는 구역만이 아니라 신석기 체험의 모든 공간을 넘어 전 지구에 있는 식물과 나무, 동물과 생명체 모두를 죽일 수 있는 찬스였다. 그것은 바로 인류가 개발한 최강의 탄소배출제였다. 일종의 살충제로서 그 효과는 세계 2차 대전 때의 생화학전을 훨씬 능가할 것으로 판단되는 물질이다. 이것이 실행되면 현재 전 지구에서 출몰하고 있는 변이 바이러스와 결합해 울트라 초강력 변이 바이러스가 되어 인류를 포함해 지구의 모든 생명체를 파괴할 수도 있는 것이다. 어떤 참혹한 결과가 초래될지 누구도 알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끝내 그들은 이 선택을 하고 말았다. 상대를 죽이고 당장 자신만 잘 사는 선택, 그러나 길게 보면 공멸하는 선택. 인간은 정말 구제 불가능한 존재이자 이기적이며 미개한 존재였다. 언제나 한 치의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최악의 선택을 해온 인류, 인류가 저지른 결과는 정말 끔찍했다.
식물이 사라지고 동물들이 하나씩 죽자 초강력 변이 바이러스가 창궐했다. 대규모로 창궐한 이 변이 바이러스는 신석기 체험공간을 넘어 온 지구를 빠르게 덮쳤다. 그리고 인류는 멸종 직전까지 갔다. 바이러스는 인간의 뇌에 침투하여 그들의 뇌를 후퇴시켰고 인간은 역진화를 했다. 그러나 ‘진화의 신’의 마지막 배려였을까. 자연은 인류를 완전 멸종시키지는 않았다. 인간 뇌에 침투된 초강력 변이 바이러스는 탐욕의 상징인 인간의 뇌를 파먹었으며 인간의 IQ는 30으로 후퇴되었다. 이 과정에서 인류는 100분의 1만 살아남았으며, 살아남은 인간의 문명은 신석기 수준이 되었다. 문명의 후퇴! 자연이, ‘진화의 신’이 인간에게 다시 기회를 주는 것인가! 아니면 인간에게 벌을 주는 것인가! 몇 년이 지났다. 신비의 생태동굴로 피신한 동식물들은 이 모든 사태가 진정되자 동굴을 나왔다. 그러자 지구에 다시 식물이 빠르게 번창했고 산소가 풍부해지고 오존층이 다시 생겼다. 그 결과 다양한 생명이 가득한 이전의 지구로 변화하였다. 문명의 후퇴가 아니라 진정한 문명의 회복인가!
지구는, 인류는 신석기 때의 평화와 평등을 다시 찾았다. 이 평화와 평등이 진정한 평화와 평등이 될지는 지구 생태계 모두의 선택에 달려있을 것이다. 특히 인간들의 진화와 선택이 어떤 지구를 탄생시킬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