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많은 집

by 방정민

상처 많은 집


돌돌돌 냇물이 흐르고

얼굴 창백한 여인이 목을 적신다

물은 여인의 목을 타고 깊은 기억 속으로 빠져

수북한 시간의 먼지 속에서도 지워지지 않는

운명의 문신을 또렷이 들추어낸다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없는 상처를 안고

동그랗게 부른 배를 한 손으로 받치며

여인은 물 위에 집을 짓는다

씻어준 상처, 그 뒷면에 또 다른 상처를 입히는

물, 그 물 속으로 여인은 부풀어 오른 배를 가른다

아직 달도 채우지 못한 새끼들,

탄생의 울음소리 채 멈추기도 전에

벌겋게 변한 물 속에서 파도 놓은 삶을

잔인하게 살아남아 어미가 떠난

빈 자리를 차지하며 흘러 시간을 쫓아간다

가고 가고 돌고 돌아도

한 평 남짓한 집을 벗어날 수가 없거늘

어미는 어딜 가고 태곳적 상처만이

흐르지 않는 시간을 밝혀 주는가

떠나고 난 빈 자리의 상처는

남은 사람의 몫,

여인이 남긴 물 위의 집에서

또 하나의 생명은 제 운명의 시간을 안고

그렇게 제자리로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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