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없는 풍경
비가 오고 있었다
그녀가 말없이 떠났던 그때
흘렸던 슬픔이 눈물이었는지 비였는지 기억이 없다
화려한 꽃잎이 제 생을 낙화시키고 있었고
나는 그 비련의 풍경을 비를 맞으며 가슴속에 담았다
오랜 기다림
그리고 무수한 시간
멀리 왔건만 잊혀지지 않는 풍경들
기다림이 사라지던 날
이미 지워진 기억 속에서 그녀가 나에게 다가왔다
왜 오지 않나요
기다림의 시간이 상처로 싹터요
변한 것 없는 낯선 풍경 속에서
나는 또 내 기억을 잃고 말았다
얼마나 멀리 왔을까
그 공간만큼 또 얼마나 많은 것들이
제 스스로를 잃고 나를 떠났을까
떠났던 것은 그녀가 아니라
나, 나의 기억
그리고 잊혀진 관계들
풍경 속 그녀는 지금도 나를 기다리건만
지키지 못한 약속을 오늘도 지킬 수 없는 나
상처의 싹은 기다림과 떠남으로
비와 꽃잎을 다시 피우고
이 비극적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나는 다시 그녀를 떠나보낸다
만날 수 없는 생의 결핍
풍경 없는 풍경 속에서
날 꼭 붙잡아 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