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꽃의 향기가 떨어졌다
떨어진 자리에 작은 웅덩이가 생기고
꽃은 웅덩이 속으로 사라졌다
꽃은 어디로 갔을까?
꽃이 남기고 간 것, 그것은
향기도, 웅덩이도, 꽃 그 자신도
아닌 사라짐이었다.
한참이 지난 후 꽃이 돌아왔다
나의 상념 속으로
스스로를 갉아먹는 나의 상념은
무연히 바람을 일으키고...
꽃이 흔들린다, 제 빛깔과 향기 없이.
어디가 시작인가,
그토록 꽃이 되고 싶어 불렀던 이름은
이미 사라지고 없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는 실체였다.
부를수록 사라지는 존재의 꽃,
꽃을 보며 커지는 내 마음의 허공,
허공의 깊이에서 꽃은 바로 無였다.
꽃이 아님이
꽃을 만들고, 향기를 만들고, 생각을 만들었다
그리고 나에게 와서 눈꽃이 되었다
웅덩이에 호흡이 생기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