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를 타고 가다 졸다보면

by 방정민

버스를 타고 가다 졸다보면


버스를 타고 가다 졸다보면

어느덧 낯선 생의 끝자락에서 마주치는 영혼들

언젠간 나도 이 자리에 누워야겠지만,

따스한 양지바른 곳이라 아버지는 편안해할까

간단히 차려온 음식

아버지를 지키는 들고양이와 나눠먹고

꾸벅, 절을 하며

내 남은 생의 여백을 아버지에게 고한다.

일 년에 한두 번 이승과 저승을 오가는 버스를 타고

졸다보면 나는 내가 아닌 나를 만난다

살아온 많은 날들을 이승이라고 하자

살아갈 적지 않은 날들을 저승이라고 하자

나는 이승도 저승도 아닌 경계에서

모호한 삶을 두 눈 없이 살아가고 있다

나의 무덤은 언제나 오늘이라는 허무의 시간 속에서 숨쉬고 있다.

버스를 타고 가다 깜빡 졸다보면

그동안 내가 만난 모든 기억들이

한 줄기 빛에 피를 흘리고

새로운 형상으로 나의 시간을 준비한다

얼마나 많은 날들을 건너서 살아가야 할 것인가

저기에서의 삶을 모른다는 것은

여기에서의 삶이 빈 허공이라는 것

남은 내 생의 여백에 아버지가 들어왔다

비로소 내 생은 차지 않는 충만함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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