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 음

by 방정민

졸 음


볕 맑은 오후

밝은 햇살에 비끼어있는 조그마한 어두움

그 속으로 잠시 다녀왔다

깜빡!

이 찰나의 순간에

생과 사의 길이 열려 있다니,

…나는 어느 지점에 와 있는가

죽은 이의 귀엣말이 조금씩 들려오는 나이

나는 죽음을 이해하고 있는 것인가

무엇 때문에…

이승의 너머에 저승이 있다는

그 의미 없는 말이 너무나 무의미하게 들리는 이 순간

죽음보다 멀리 온 산자의 마음이

왜 이리 가쁘게 뛰고 있는가

짧았던 졸음에서 깨어 고개를 들면

이미 내 얼굴의 반을 넘어가고 있는

삶의 그늘, 죽음

어둠은 수굿해진 햇살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어쩌면 나는

아직 졸음에서 깨지 못한 것인지도 모른다

졸음의 공간 속에서 알아버린

시간의 의미

짧은 것은 우리네 인생만이 아니다

삶의 다른 지표, 죽음도 그네들에겐 짧은 것이며

흘러가는 모든 것은

마음 습한 공간 속에서 짧을 수밖에 없는 운명

얼마 남지 않은 하루가 번민하며 또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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