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의 장례 행렬

by 방정민

창밖의 장례 행렬


누군가 죽은 모양이다

창밖에 장례 행렬이 늘어서 있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커피향이 향그럽다

창에 차고 슬픈 기억이 아른거린다


삼년 전 아버지를 저 먼 곳으로 보내고도

그날 저녁 나는 끝내 밥을 먹었다

속으로 새겨진 눈물 자국으로 밥이 미끄러져 내려갔다

배가 고팠었는지 기억이 없다


슬픔이 일상을 넘어설 수 없는 법

저들도 오늘 저녁 가족을 땅 속에 묻고

밥을 꾸역꾸역 먹겠지

긴 장례 행렬이 짧아 보인다,

커피에서 나는 김이 창에 어린 슬픔을 지운다

잔잔히 흘러나오는 클래식 음악이

커피 향을 더욱 진하게 하고

끊어질 듯 들려오는 창밖의 곡소리는

더 이상 슬픔을 이어가지 못하고,

장례 행렬을 바라보는 내 눈이 섬뜩하게 건조하다

어떠한 슬픔도 현실보다 더 슬플 수는 없는 건지

죽은 자는 이해해줄까

잘 가던 장례 행렬이 잠시 멈추자

순간 내 심장이 멈칫한다


죄 없이 죄인이 된 나는

마음 다하여 창문에 입김을 불어넣는다

그래도,

산 자의 슬픔은 창밖을 넘어서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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