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시를 쓰는 괴물

by 방정민

도서관에서 시를 쓰는 괴물


우리 집 근처 작은 도서관이 하나 있다

작업실이 없는 나는 그곳에 가끔 시를 쓰러 가곤 한다

종종 빈자리가 없어 곤혹스러울 때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느끼는 것,

사람 참 많다!

대부분 공무원 준비하거나 시험 준비하는 사람들이다

시험공화국의 시험인들!

이 사람들 틈에 끼여 시를 쓰고 있으면

모두 괴물 보듯 나를 쳐다본다

요즘도 시를 쓰는 사람이 있다니...하고

나는 왜 요즘 사람처럼 공무원 준비를 하거나

컴퓨터로 바로 시를 쓰지 않는지 생각해 본다

내가 괴물인 게 분명한가보다

시를 도서관에서 쓰는 시인은 나밖에 없을 것이니까

그래서 시인이 아니다, 가짜 시인이다

아무 곳에서 떠오르는 착상으로 시를 쓰는 천재도 아닌 것이,

처절한 경험시로 심금을 울리는 시인도 아닌 것이

겨우 도서관에서 수험생 눈치 보며 시를 쓰는 시인이라...

나는 분명 괴물이다, 고 깨닫자

두 번 다시 도서관에 가기가 두려워졌다

도서관에 가기가 두려우니 시를 포기해야 하나

고민하였으나 시를 포기하는 것이 더 두렵다

이 두려움이 나를 끝까지 지켜주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훌륭한 시인이 아니어도

유명한 시인이 아니어도

나는 끝까지 괴물로 남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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