開心寺(개심사)의 여인

by 방정민

開心寺(개심사)의 여인


마음 맑은 골, 삶을 알지도 못했던 나이

그 아리따운 스물 셋에

세상을 맞으러 얼굴도 모르는 남편의 자리에

한 여인은 제 인생을 들여놓았다

여자로 태어나기도 전에, 마음을 닦겠다며

남편은 집 건너편 개심사로 들어가 버리고

그 남편을 바라보며 하루 이틀, 한해 두해...

恨(한)숨도 기가 막혀 말이 없는데

이왕 시집갔으니 한 세상 그냥 넘기라는 어머니의 말,

여인을 살아 숨 쉬는 망부석으로 만들고 말았다

인생이 동동 떠 있는 연못 위 외나무다리는

마음을 여는 일에 부처와 여인이 따로 없음을 알리기라도 하듯

위태로이 진실을 버티고 있고

가물가물 하늘로 올라가는 여인의 집 굴뚝의 연기는

속절없는 반백년의 세월을 서럽게 피우고 있다

끝내 여인의 품이 아닌 부처의 품으로 가버린 남편,

백발의 여인은 이제 무슨 마음을 열고 굴뚝에 연기를 피울까

인생을, 세월을 부둥켜안고 우는 것조차

너무 억울하고, 너무 오랜 시간이 흘렀건만,

여인은 아직도 개심사를 바라보며 마음을 연다

그 속엔 하얗게 타버린 지난날의 고된 삶이

지지리도 긴 인생 깨고 나니 참 짧았다고 말하는 듯

살고 나니 짧은 인생 진저리나게 길었다고 말하는 듯

알 수 없는 진리의 냄새를 그윽하게 풍기고 있다

개심사 밖에서 못 이룬 사랑, 못 다한 인생을 찾으려는 듯

여인은 개심사 안으로 슬며시 다리를 내밀고

섧게 늙은 연못 위 외나무다리를 조심스레 건너고 있다

작가의 이전글도서관에서 시를 쓰는 괴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