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고목나무의 삶
虛虛(허허), 죽은 고목나무에 이끼가 끼고
虛虛(허허), 죽은 고목나무에 딱따구리 놀러와 부리 찧고
산사에 울려 퍼지는 스님의 목탁소리,
죽은 고목나무의 텅 빈 속을
따스한 생명으로 가득 채운다
무엇이 죽게 하였을까
그리고, 무엇이 살게 하였을까
다람쥐, 새, 바람, 물...
죽은 고목나무에선
많은 생명들이 제 크기의 둥지를 가지고
햇볕에 거름이 되는 숨을 틔운다
저 공(空)같은 죽음의 공간에서
둥근 삶을 지탱하고 있는 고목나무,
지난날의 마음 모두 버리고
홀로 하늘로 돌아가려했더니
참선하는 참새는 깊은 수도에 잠겨
고목나무를 떠나지 않는다
알른거리는 죽은 고목나무의 삶,
누구의 착각일까!
살아있다는 것이... 죽었다는 것이...
삶과 죽음의 그 모호한 경계는
고목나무의 존재를
허허로이 비워버리고
자연의 마음으로 지은 새 집에선
새 생명이 오롯이 움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