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도 펭귄

by 방정민

적도 펭귄


적도에 펭귄이 산다는 사실을 아는가 남극에 있어야 할 펭귄이 적도에 있다는 것은 허구이거나 코미디다 평생을 펭귄이 남극의 신사라고 배웠거늘 이 제 와서 적도의 벌거숭이가 될 수는 없다 펭귄이 적도에 산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닐 터 이제 와서 우리 지식의 성을 무너뜨리려는 이유가 무엇인가

세종대왕이 당뇨 뚱보였다는 사실

뉴턴이 논문조작의 대가였다는 사실

이퇴계가 밤일을 꽤나 잘 하였다는 사실

에디슨이 피도 눈물도 없는 구두쇠 욕심쟁이였다는 사실

달이 태양보다 오래된 행성이라는 사실

달에 아무 생명체가 없다는 사실

그럼에도 음력 대보름날 달을 보며 기도한다는 사실

젠틀한 내가 섹시한 여자를 강간하고 싶다는 사실

정숙한 여자가 몸짱 남자에게 강간당하고 싶다는 사실


무엇이 사실이고 무엇이 허구인가 그렇게 철석같이 믿고 있는 과학이 실은 꾸며진 날조라는 것을 아는가 산다는 것이 가식이요 거짓이라는 것은 그것을 부정하고 싶은 자의 마음에서 생기는 또 다른 진실 허구와 사실이 뒤엉켜 적절한 혼돈 속에서 질서를 지켜나가고 있는 세상 이 질서를 깨어서는 안 된다 내가 보지 못하였고 네가 보지 않았고 우리 모두가 보지 말아야 하므로 펭귄은 적도에 살지 않는다 모두가 혼란스럽고 피곤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펭귄아 너는 계속 남극에서만 살아다오


적도 펭귄만 외롭게 꿈속을 헤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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