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와 도서관

by 방정민

카페와 도서관


찻길을 사이에 두고 카페와 도서관이 마주보고 있다


카페 안 모퉁이 자리

남녀가 나란히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다

여자

커피를 한 잔 마시고 남자에게 기댄다

남자

커피엔 관심 없고 여자의 드러난 허벅지를 더듬는다

여자

남자의 귓불을 깨문다

남자

여자의 미니스커트 속으로 손을 집어넣는다

자리마다 장막이 쳐져있는 카페 안 정경


도서관 안

책을 보던 그가 카페의 남녀 사랑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다

왜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있는지

언제부터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있었는지 기억이 없다

낯설게 느껴지는 그녀와의 기억

그도 한때 카페에서 그녀와 뜨거운 사랑을 나눈 적이 있었다

그녀를 닮은 카페 안 여자는

남자와 더욱 생존에 헐떡이는 살아있는 장면을 연출하고

그 풍경을 쳐다볼수록 지워지는 그녀와의 기억

그는 바람보다 가벼운 새가 되어

도서관을 나왔다

바람보다 가벼워서 날지 못하는 새

날 의지가 없는 새

날았던 기억을 잃어버린 새

날 능력이 도태되어 버린 새

카페와 도서관 사이 찻길을 오가며

길바닥에 떨어져 있는 모이를 쪼아 먹는 새

새가 뭐 이상하냐고 따지는 듯

물끄러미 나를 쳐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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