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 나의 자화상
나를 키운 건 8할이 좌절이었다
나를 버린 건 8할이 사회였다
나를 나이게끔 한 것은 2할이 인내였다
나는 나이 마흔에 기초생활비도 못 버는 인문학 시강강사
일하고 싶지만 돈 벌고 싶지만
인문학 전공자인 나를 화석인 취급하는 사회,
멋모르는 대학생들은 나에게 교수님 교수님 하지만
나는 강의 없는 날 단속반에 걸릴까봐 조마조마하며
벽보나 전봇대에 과외알바 전단지를 붙이러 다닌다
대학 졸업반 IMF 폭격을 온몸으로 맞은
저주받은 인생 돼지띠 92학번
누군가는 실력 좋다고 나를 칭찬하고
또 누군가는 열심히 산다고 나에게 박수치지만
개뿔! 말로만
지들은 지들이 잘나서라기보다 사회의 혜택으로
잘 먹고 잘 살면서…
그 누구도 나에게 밥벌이를 주지 않았고
그 누구도 나에게 미래를 주지 않았다
언제 국수 먹여 줄 거냐고 말하지 말라
요즘 젊은 사람들 이기심으로 얘 놓지 않는다고 지껄이지 말라
난들 여우같은 마누라 얻어 결혼하고 싶지 않겠느냐
난들 결혼하여 토끼 같은 자식 얻고 싶지 않겠느냐
무던히도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았건만
나는 마흔에 과외 전단지 붙이러 다니는
폼 나는 천민, 대학 시간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