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문학사의 쟁점
1. 우리 문학사에서 북한문학의 위상
‘한국문학’과 ‘조선문학’의 상호인식
민족문학사란 용어와 개념을 사용한다면, 그 내용물은 남북문학을 합친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있다. 민족문학사란 표현이 한반도 남북문학의 공통항을 찾고 언젠가 서술될 통일된 민족문학사로 나아가기 위한 중간정도라면 어떨까. 최동호 편 『남북한 현대문학사』의 경우 또는 김병민, 김춘선 등 중국의 조선족 학자들이 우리 문학을 언급할 때, ‘조선-한국문학사’라고 쓴다. 조동일은 2005년에 새로 고친 『한국문학통사』 제4판 제1권에서 둘을 통합하여 우리문학사로 쓰자고 제안한 바 있다. 최근 대표적인 문학사 서술에 나타난 북한문학에 대한 기본 인식은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
(가) 한국 현대문학사에서 북한문학은 논외로 한다: 김윤식 외 『한국 현대문학사』; 신동욱 편저 『한국 현대문학사』; 장석주 『20세기 한국문학의 탐험』1~5권 등.
(나) 북한문학은 한국 현대문학사의 일종의 부록이다: 권영민 『한국 현대문학사』 제2권; 민족문학사연구소 편 『민족문학사 강좌』 하권.
(다) 북한문학은 한국 현대문학사와 병렬되는 남북문학사, ‘(남)한국-(북)조선문학사’의 일부이다. 최동호 『남북한 현대문학사』; 김병민 외 『조선-한국 당대문학사』; 김춘선 『한국-조선현대문학사』
한반도의 당대문학은 한국문학인가, 조선문학인가, 아니면 한반도문학인가, 우리문학인가? 그도 아니면 ‘통일신라-발해’ 이래 제2기 남북국시대의 남한국(대한민국)/북조선(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남북조문학인가? 과거사는 오늘날의 거울이다. 불행히도 1200~1300전 신라 육두품 지식인들은 발해를 분단된 조국의 일부로 생각하지 못하고 말갈족 중심의 중국 변방으로 치부한 결과, 우리 역사에서 다시는 대륙적 인식을 만회하지 못하게 되었다.
분단을 경험한 다른 나라의 선례를 참조해도 그렇고 6.15선언 이후의 교류 협력 노력에 비추어봐도, 우리 민족문학사 서술에서 북한문학을 원천 배제하거나 외국문학(학술진흥재단의 학문분류표상 북한문학은 ‘기타 동양어문학’에 속한다)으로 취급했던 통념은 바뀌어야 한다. 언젠가는 통합적으로 인식해야 할 우리 근현대문학사의 하위범주로 재규정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제2기 남북국시대의 조선문학’을 사용할 정도로 용어의 개념까지 상대 입장을 배려하는 전향적 자세(다)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모든 북한문학은 그 자체로 근대문학이며 한반도문학의 일부인 지역문학, 지방문학으로 볼 필요가 있다. 이제 ‘북한문학’ 연구는 ‘남북문학ㆍ통일문학’연구로 내포와 외연을 심화 확대할 시점이다.
사회주의리얼리즘문학의 변동과 주체문학으로의 도정
북한문학의 역사적 흐름을 개괄한다면 초창기에는 사회주의문학, 1967년 이후에는 주체문학이 주류였다고 할 수 있다. 1948년 이후 정권 초기에는 맑스레닌주의미학에 기초한 사회주의리얼리즘문학이 공식원리로 채택되었다. 즉 개인이 서정과 낭만, 상상력의 자유를 부르주아 미학사상이라 배제하고 오로지 프롤레타리아 당과 노동계급에 복무하는 정치적 무기로서의 당문학만을 인정한다는 것이다. 사회주의리얼리즘문학의 핵심을 민중성, 계급성, 당파성(현재는 인민성, 노동계급성, 당성)이라 규정하여, 노동계급 등 피지배층을 중심으로 문학을 해야 한다고 요구한 것이다. 그 때문에 서정적, 낭만적 경향의 순수문학은 아예 설 자리를 잃고 말았다.
북한문학의 기본이 되는 당 문예정책과 노선을 보면 ‘주체사상이 유일사상체계화’되는 1967년부터 주체사상에 기초한 주체문학예술이 지배적인 흐름으로 자리잡는다. 전통적인 사회주의문학의 기반위에 이른바 ‘항일혁명문학예술’의 전통과 수령론을 앞세운 주체문예가 덧붙은 것이다. ‘주체문학’이란 현금의 북한문학을 그들 스스로 일컫는 말이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지난 반세기 동안의 북한문학사 전체를 주체문학으로의 일방적 도정으로 일컫는 것으로 보아 역사와 이념이 합쳐진 개념으로 볼 수 있다. 주체문학은 예술방법으로 말하면 해방 직후의 ‘고상한 리얼리즘문학’, 전쟁 전후 부르주아문학과의 투쟁에서 형성된 ‘사회주의리얼리즘문학’, 1967년 유일사상체계의 확립 전후 항일혁명문학예술의 발굴과 그에 근거한 ‘주체사상에 기초한 문학예술’, 그리고 1992년 김정일의 주도로 새롭게 재편된 ‘주체사실주의’문학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다.
1967년 이전에는 맑스레닌주의 보편론에 입각한 사회주의리얼리즘미학이 중심이었으나 이후에는 주체사상, 김일성주의라는 특수성에 무게중심이 실린 주체문예이론이 강화되었다. 1970년대 이후는 주체문학의 전성기였고 80년대 후반에 일상적 영웅의 형상화 등 사회주의 현실을 중시하는 유연한 문학이 잠시 성행했으나, 90년대초 세계주의 진영의 몰락에 자극받아 다시 체제문학으로 경직되는 성향이 강화되었다. 90년대 중반 이후에는 기존입장을 종합한 ‘주체문학론’과 체제위기의 극복 과정에서 나온 ‘선군문학’을 제창하기에 이른다.
2. 건설기ㆍ전쟁기(1945~53)북한문학의 쟁점
건설기 북한문학은 남한의 문학 동향에서 자립적인 위상을 설정하며 문화적 정체성을 재구성하기 시작했다. 제도개혁과 사회변화 속에서 문학은 사회주의 이념에 바탕을 둔 정체성을 새롭게 주조했다. 이 과정에서 북한문학은 인민민주주의와 고상한 리얼리즘, 사회주의리얼리즘 원리에 입각하여 새롭게 변화하는 시대상을 반영하는 과제를 부여받는다. 북한문학이 정치의 선전선동 도구로 활용되면서 체제문학을 표방하기에 이른 것이다.
해방 직후 북한 초기 문학의 형성과정
1946년 10월, 북조선예술총동맹에서 개편되어 출범한 북조선문학예술총동맹은 이데올로기적으로 이질적인 문인들의 작품을 배제하는 한편, 사회주의리얼리즘에 바탕을 둔 창작방법론을 일률적으로 전파해나갔다. 이렇게 해서 북한의 해방기 문단은 인민성과 낙관성, 혁명성을 담은 고상한 리얼리즘을 채택하여 문학의 이념과 색채를 단일화해나갔다. 초기 북한문학의 양상은 당과 국가, 인민이 우선시되는 국가사회주의에서 문학의 역할은 새로운 사상으로 무장한 건국사업에 동참해야하는 정치와 이념 선전의 수단으로 규정되었다.
토지개혁과 혁명적인 사회변화의 문학적 반영
「개벽」(리기영 1946)은 새로운 계층으로 부상한 소작인과 노동자계급이 개벽에 가까운 혁명적인 사회변화를 실감하는 모습을 포착한 첫 번째 작품이다. 이 작품은 소작농 가족이 토지개혁 같은 민주개혁으로 새로운 세계를 실감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 시기를 대표하는 작품은 리기영의 『땅』(1948~49)이다. 이 작품은 토지개혁으로 촉발된 사회 전반의 변화를 담아낸 첫 장편으로, 토지개혁의 의의를 적출해낸 「개벽」 이후 북한사회의 엄청난 변화와 활력을 담아낸 성공작으로 평가받는다. 『땅』은 북한의 민주개혁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대중적인 인물상으로 주인공 곽바위를 제시한다.
1946~48년에 북한사회가 당면한 과제는 일제의 패망과 함께 파괴된 산업시설을 재건하는 일이었다. 이러한 시대상황을 반영하는 것이 북한문학의 과제였다. 「로동일가」(리북명 1947), 「칠현금」(김사랑 1948), 「탄맥」(황건 1949) 등은 산업시설을 복구하고 할당된 증산계획에 매진하는 노동자 농민의 모습을 담아냈다. 이 시기 작가들은 노동자들의 활력에 주목하여 그들이 함께 지혜를 모아 새로운 사회 건설에 매진하는 헌신적 모습을 그리는 데 집중했다. 「조국에 바친 쌀」(김우철 1947), 「나무리벌의 증산보」(강승한 1947), 「축제의 날도 가까워」(안룡만 1947), 「용광로 앞에서」(김북원 1947), 희곡 「새날의 설계」(한태천 1947), 「원동력」(류기홍 1948)이, 이 밖에 「생활의 흐름」(김조규 1946), 「흘러라 보통 강 노래처럼 그림처럼」(리찬 1946) 등이 꼽힌다.
북한에 불어 닥친 소련 열풍
북한사회에서는 소련은 해방군이자 참된 우정의 원조자, 국제주의의 모범으로 간주되었다. 북한사회는 소련의 인민민주주의 사회제도를 자본주의의 힘과 제국주의화한 서구식 자유민주주의를 극복하는 대안으로 삼았다. 조소문화협회가 결성된 것도 같은 맥락에서였다.
이태준은 소련기행에서 사회주의 선진국 소련에 대한 찬양과 동경을 피력했다. 「영광을 모쓰크바에」(김상오 1947), 「니꼴라이 나의 마음의 형제야」(강승한 1948)등이 보이고, 리기영은 장편 「땅」에서 소련을 해방자, 원조자, 선진국으로 묘사했다. 김사량도 「칠현금」에서 인도주의를 실천하는 소련인 의사를 사상과 인간성이 결합된 이상적 인간형으로 지목했다. 「얼굴」(한설야 1948), 「남매」(한설야 1949), 「안나」(리춘진 1948), 「지질기사」(윤시철 1948)도 소련사회를 선진화의 전형으로 그렸다. 그렇다고 북한문학이 소련을 동경의 대상으로만 그린 것은 아니다. 한설야는 「모자」(1946)에서 독일군에서 가족을 잃은 소련군 병사가 북한에서 난폭한 행동을 자행하는 모습을 묘사했다. 이 작품은 소련군을 부정적으로 묘사했다고 해서 소군정 당국의 항의를 받았으며, 그 결과 작품을 게재한 『문화전선』 창간호가 폐간되기도 했다.
김일성 우상화와 항일무장투쟁의 문학화
북한의 초기 문학에서도 김일성의 지도자 위상은 중요한 문학적 소재로 취급되었다. 그에 대한 문화적 형상화는 귀국 직후부터 건국사업에 매진하는 모습을 그린 「김일성장군 찬가」(리찬 1946), 「햇볕에서 살리라」(박세형 1946), 「3천만의 태양」(김우철 1947), 「김일성 장군님께 올린는 시」(윤시철 1947) 등의 시에서 확인된다. 소설에서 김일성의 형상화는 「혈로」(1946), 「개선」(1948) 등을 창작한 한설야가 주도했다. 시와 소설에서는 김일성의 항일무장투쟁과 그의 지도자적 덕성을 담아내는데 주력했다. 그중에서도 장편서사시 「백두산」(조기천 1947)은 보천보전투를 통해 김일성의 항일무장투쟁과 국내 항일조직과의 연계를 서사화한 성과작으로 거론된다.
이렇듯 문학을 통한 김일성 우상화 작업은 해방 후부터 바로 시작되었다. 김일성 우상화와 빨치산 세력의 역사화는 ‘총서 불멸의 력사’로 수렴되었고 수령형상문학으로 이론화되었다. 남북분단의 현실에서 북한의 문학은 정치의 과잉상태가 빚어낸 문학의 도구화의 한 사례를 보여준다. 정치에서 복속된 북한의 문학은 훗날 문학의 도식성을 반복 재생하는 가운데 김일성의 항일무장투쟁을 외세에 저항한 신성한 민족 이야기로 격상시켜나갔다.
대남 선전선동과 냉전구도
남한사회를 향한 선전선동과 격화된 냉전구도를 반영하는 북한 초기 서정시로는 최석두의 「레포」(1946), 「삐라대」(1947), 「앞으로만 간다」(1947), 박세영의 정론시 「그치라 요녀의 소리」(1946), 리정구의 「분노」(1947), 유진오의 「누구를 위한 벅찬 우리의 젊음이냐」(1946), 제주 4.3사태를 소재로 한 강승한의 서사시 「한나산」(1948), 여순사태를 다룬 조기천의 연작시 「항쟁의 려수」(1949), 안룡만의 서정시 「동백꽃」(1948) 등이 있다. 소설에서는 김사량의 「남에서 온 편지」(1948), 「태양은 대오를 향하여」(1950), 리둉규의 「그 전날 밤」(1948), 남궁만의 희곡 「하의도」(1947), 송영의 희곡 「금산군수」(1949) 등이 있다.
북한 초기 문학이 남한의 지배세력을 향해 분노와 적개심을 피력하는 한편으로, 북한정치가 남한 노동자 농민의 혁명투쟁을 선동하는 모습은 냉전시기 북한정치가 남한의 사회현실에 관여하는 또 다른 모습이다. 문학에 표현된 냉전의 양상은 남북한의 가파른 대립을 반영하는 것이었고, ‘조국해방’과 ‘국토완정’(국토의 통일)이라는 전쟁담론으로 넘어가기 직전의 모습이었다.
전쟁과 냉전체제의 고착: ‘조국해방전쟁’과 북한문학
전쟁 발발과 함께 북한의 문인들은 ‘북조선문학가동맹 열성자회의’를 개최했다. 회의에서는 “창작과 종군활동으로 종국적 승리에 이바지하자”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이와 함께 북조선문학가동맹은 동맹사업의 군대규율화, 인민적 민족문학 수립을 위한 사상적 무장, 고상한 리얼리즘에 바탕을 둔 예술이론의 실천, 인민군대의 투쟁과 산업 분야 복구사업에 동원된 인민상의 표현 등을 내용으로 한 결정서를 채택했다. 전시 북한문학은 인민군의 활약상을 부각하여 혁명성과 전투적 기백을 고양하는 도식적인 면모를 보여주었다. 전시에 종군실기문학의 창작이 장려되었던 것도 같은 이유였다. 종군실기문학은 전장의 현장성을 전달하는 강한 선동력을 지니고 있어서 선전계몽의 수단으로는 안성맞춤이었다. 김사량, 김남천, 리북명, 남궁만, 고일환, 박울걸, 리정구, 리동규, 황건 등 많은 문인들이 종군기를 써서 발표하였다.
전투현장을 다룬 단편소설로는 황건의 「불타는 섬」(1952), 윤세중의 「구대원과 신대원」(1952), 리종렬의 「명령」(1953) 등도 자주 거론되는 전쟁소설이다. 전장체험을 다룬 시로는 「전선에로! 전선에로! 인민 의용군은 나아간다」(임화 1950), 「진격의 밤」(박팔양 1950), 「나의 따발총」(안룡만 1950), 「이 사람들 속에서」(김조규 1950), 「독로강 기슭에서」(김학연 1951), 「숲속의 사수 임명식」(박세영 1951), 「나의 고지」(조기천 1951) 등이 있다. 이들 서정시는 한결같이 전투 현장의 긴박한 모습과 격앙된 감정을 담아내고 있다.
전쟁기 북한문학은 ‘고상한 리얼리즘’ 원리에 따라 인민군의 영웅적인 활약상과 후방 인민들의 헌신적인 투쟁, 반미구국을 소재로 한 애국심과 영웅주의, 불굴의 투지를 보여주고자 했다. 전쟁의 정당성을 의심하지 않는 인민군 전사의 영웅성과 고향을 침범한 미국과 국군을 축출하기 위한 후방 민간인들의 헌신성을 담아내는 체제문학의 면모를 보여준 것이다.
3. 전후복구와 사회주의 건설기 북한문학의 쟁점
전후 북한문학제도의 재편
해방이 되자 남쪽에서는 조선문학동맹이 좌익문단의 중심 조직이 되었고, 북쪽에서는 좌익문단의 통합체로 북조선문학예술총동맹이 출범했다. 그러다 남쪽의 조선문학가동맹의 구성원들이 대거 월북하면서 북쪽에서는 두 개의 문단조직이 공존하게 되었고, 결국 1951년 3월 평양에서 조선문학예술총동맹으로 통합되었다. 이 단체의 구성원이 임화, 김남천, 이원조 등이었다는 사실은 남쪽의 조선문학가동맹 출신이 북한문단의 주도권을 잡은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1947년, 당중앙위원회의 결정으로 ‘고상한 리얼리즘’이 주창된 이후 긍정적 주인공의 형상화가 북한문학의 과제였다. 주인공의 인물형상과 관련해 새로운 조선문학의 창조자로서 노동자, 농민, 인테리겐쟈 등 전인민을 긍정적으로 형상화할 것을 요구했다. 구체적으로 인물 형상이 애국적 인간, 즉 주권 확립을 위한 사회적 투사, 민주개혁 및 경제건설에서의 애국적 노동자, 노력 농민 및 인민항쟁의 애국적 투사로 제시되기까지 했다. 조선문학은 전후복구시기에 부르주아 미학사상의 잔재 청산을 강렬하게 주창하면서 전후문학의 특수성에 기반한 사회주의 사실주의의 과업을 강조했다. 임화의 시집 「너 어느 곳에 있느냐」와 김남천의 단편 「꿀」, 이태준의 「농토」는 부르주아미학의 잔재가 남아있는 대표적인 작품으로 규정되어 젊은 평론가들의 집중적인 비판을 받았다. 1953년 전국작가예술대회에서 남로당계 작가들이 축출된 후 북한문단은 안함광, 한효, 윤세평, 신구현, 김하명 등이 주도권을 잡기 시작했다.
작가 현지파견 사업과 사회주의리얼리즘
전후 북한문학은 전쟁 이전의 상태로 북한사회를 재건하는데 어떻게 기여할 것인가를 고민했다. 이 시기 북한문학은 “전후 복구건설과 사회주의 기초 건설을 위한 우리 인민의 혁명투쟁을 힘있고 고무추동하는 투쟁의 무기로, 생활의 교과서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야 했다. 전후 복구에 문학이 효과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선택한 제도 중 하나가 ‘작가 현지파견 사업’이었다. 1950년대 천세봉은 함경남도 고원에 머물면서 농업협동조합 창성 과정을 관찰했고 스스로 준비위원회위원으로 활동하며 『석개울의 새봄』(1~3부 1955~63)을 발표했는데, 이 작품은 전후복구시기 북한소설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꼽힌다. 이근영의 중편소설 『첫 수확』(1956)도 북한 농촌의 협동화 과정을 성공적으로 형상화한 대표작인데, 직접 평남 문덕군에서 생활하며 창작한 것이다.
전후복구시기의 노동문학에서 노동계급을 형상화한 대표적인 작품은 윤세중의 『시련 속에서』(1957)이다. 이 작품은 전후복구의 기본정책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기에 북한문학사에서 주요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시의 경우, 노동자계급의 창조적 노동생활을 고양하고 집단주의 정신을 시 속에서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가 주요 쟁점이었다. 따라서 서정시 속에서 노동계급의 전형을 창출하기 위해 이야기적 성격이 가미되었다. 이 시기 북한 시문학의 고민을 보여주는 것으로 한명천의 「보통로동일」이 있다. 이 작품은 흥남비료공장 노동자가 시적 화자로 등장해 노동계급의 연대를 강조한다.
속도의 정치와 천리마 기수 형상화
천리마운동이 시작된 것은 1957년이었다. 전후복구 3개년 계획(1954~56)이 끝난 후, 사회주의 경제건설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천리마운동’이 제기되었다. 천리마운동은 속도를 중시하는 성과주의 운동으로, 그 궁극 목표는 사회주의 공업의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었다.
속도에 대한 강박적 열정은 최영화의 「천리마로!」(1959)가 대표적이다. 천리마는 궁극적 극복의 대상으로 미제국주의, 종파주의, 수정주의를 상정했고 이를 위해 노동계급의 열정과 속도를 중시했다. 소설의 경우 서칠성이라는 청년 건설노동자를 천리마 기수로 형상화한 김병훈의 「해주-하성서온 편지」(1960)는 낭만적이면서도 서정적인 작품이다. 윤시철의 장편소설 『거센 흐름』(1964)은 건설현장의 과제를 해결해가는 청년 노동자의 불굴의 의지를 다룬다. 작품은 1960년대초 북한사회가 사회주의 종주국인 소련과 갈등하면서 이른바 독자노선을 채택한 맥락과 거센 흐름의 서사가 맞닿아 있어 이채롭다. 북한사회의 주체사상을 제창한 배경을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천리마 기수 형상화와 관련해 이 시기 북한문학이 요구한 서정시의 과제는 “천리마의 진군을 다그쳐가는 로동계급의 숭고한 내면세계를 깊이있게 개방”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속도는 필연적으로 내면성과 갈등하게 마련이다. 천리마운동 시기의 북한 시가 과도한 영탄으로 점철되어 있는 것도 속도에 대한 강박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시 속에서 “힘차게 앞으로!” “마음이여” “기쁨이여!” 같은 감정의 즉각적인 분출이 빈번하다. 도식주의 경향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그러나 비교적 차분한 면모를 보여주는 시는 오영재의 「조국이 사랑하는 처녀」(1963)가 이채롭다.
개인의 정체성을 집단의지 속에서 구현하려 했던 1960년대 북한문학의 태도는 이후 문학의 정치화를 공고히 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주체문학론이 강조하는 주체성은 ‘개인의 주체성’이 아니라 ‘집단의 주체성’이다.
4. 주체문학시대(1967~현재) 북한문학의 쟁점
항일빨치산문학의 전통 발굴과 주체문학의 형성
1967년 5월에 이르면 유일사상체제에 대한 전인민의 동의를 얻기위한 대대적인 선전작업이 행해지면서 문예계에도 엄청난 정세변화가 나타난다. 항일 빨치산 회상기가 폭발적으로 소개되면서 그동안 꾸준히 소개되고 연구되었으나 문예의 전체 위상에서 보면 부분적이었던 항일빨치산문학이 전면적으로 부상된다. 이후 북한문학에서는 김일성의 ‘항일혁명문학’이 최고 유일의 정통성과 권위를 가지게 되며, 나아가 김일성 가계의 문학이 발굴, 성역화되면서 ‘주체문예론으로의 일방통행식 도정’이 시작된다. 다시 말하면 주체사상이 ‘유일사상체계화’되는 1967년부터 보편적인 사회주의리얼리즘문학에서 멀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1970년대 초기에 들어서서 문학사 인식이 전면 개편되었다. 1930년대 빨치산 활동기의 촌극 대본인 「피바다」 「꽃 파는 처녀」 「한 자위 단원의 운명」 「안중근 이등박문을 쏘다」 등이 문학사적 전통으로 재발견(호명)되며, 1970년대 초중반에 김정일이 주도한 이른바 ‘문학예술혁명’과정에서 4.15창작단 등 집단창작 팀이 이를 문헌으로 정착시켰다. 이들은 가난하고 평범한 민중(인민대중)이 일제 치하의 엄혹한 현실 속에서 김일성 빨치산부대의 투쟁을 중심으로 혁명대열에 참여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이들 작품은 주체문학의 전형으로 평가받는다.
항일혁명문학예술의 발굴 그리고 문헌 재창작과 병행해서 1970년대엔 수령형상문학도 자리잡게 된다. 당의 유일사상체계, 전체 사회의 주체사상화를 내세우는 시대 분위기 속에서 김일성을 찬양하는 송가문학이 정착된 것이다. 대표작으로 정서촌의 「어버이 수령님께 드리는 헌시」, 집체창작 「영원히 빛나라 충성의 해발이여」, 김상오의 「나의 조국」 등이 있다.
사회주의 현실과 수령론 사이
1980년대 이후에는 당대 현실을 사실적으로 그린 작품이 많이 나왔다. ‘사회주의 현실’을 소재로 한 리얼리즘 작품은 이전처럼 영웅적인 인물의 형상화라는 창작지침에서 벗어나 일상생활 속에서 평범하고 진실한 인물을 그려내자는 ‘숨은 영웅 찾기’에 주력한다. 이를 긍정적으로 해석하면 개성과 철학적 심도를 지닌 ‘사상예술성’의 강화가 창작에 적극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 시기 대표작으로 남대현의 『청춘송가』(1987), 림종상의 「쇠찌르레기」, 백남룡의 『벗』(1987) 「생명」, 박찬은의 「해빛」(1985)과 김봉철의 「그를 알기까지」(1981), 변희근의 「뜨거운 심장」(1984) 등이 있다. 문학 본연의 내적 자율성과 체제유지를 전제로 한 자기반성이 어느 정도 허용되자 남녀간의 애정, 직장 갈등, 이혼, 도농 격차, 세대갈등 같은, 예전 혁명영웅과는 거리가 있는 일반인들의 일상사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
민족문학사의 시각에서 볼 때 1980년대 후반기 문학의 다양함과 이념적 유연성은 주목할 만하다. 특히 남한 독자에게도 인기 있었던 청춘송가나 벗은 일상의 리얼리즘에 근접했으며, 서정적이고 낭만적인 정조 속에 구세대의 관료주의적 부정부패에 대한 비판과 신세대에 대한 희망을 담았다. 사회주의 현실을 다룬 80년대 대표 시로는 간척사업을 그린 권태연의 「사랑의 지평선」(1982)이 있고, 자연 풍치 그 자체를 민족적 정서로 노래한 유영하의 「진주담」(1987)은 정교한 언어구사와 서경 묘사가 뛰어난 작품으로 평가된다.
1980년대 다양하게 개화한 현실을 주제로 한 리얼리즘 작품들의 성과와 함께 역사소설의 성과도 빼놓을 수 없다. 대표적 역사소설로는 셔먼호 사건을 다룬 박태민의 『성벽에 비낀 물결』(1983), 박태원과 권영희의 『갑오농민전쟁』(1977~86), 삼포왜란을 그린 홍석중의 『높새바람』(1983), 임진왜란을 그린 리영규의 『평양성 사람들』(1981) 등이 있다. 이중 수령론, 주체사상에 침윤되지 않고 민중이 역사의 주역이라는 인식을 방대한 서사시적 화폭과 화려한 한글문체로 형상화한 박태원의 역사소설 『갑오농민전쟁』이 가장 우수한 성과라 할 수 있다.
하지만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으로 지칭되는 사회주의체제 붕과 이후 1980년대 같은 문학적 다양화, 유연성을 시나브로 사라지고 체제옹호적 이념성이 다시금 강화되었다. 사회주의 현실의 다양한 형상화보다 수령 형상이 더욱 늘어난 것이 문제이다. 외면하긴 쉽지만 객관적 자리매김이 어려운 수령문학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하는 문제야말로 우리 민족문학사 서술의 주요 쟁점이라 아니할 수 없다.
2천년대 들어 민족문학의 대의와 리얼리즘에 충실한 1980년대적 경향은 더 이상 발전되지 않고 있으며 대표작도 그리 눈에 띄지 않는다. 식량난, 에너지난으로 대표되는 체제 위기 속에서도 나남지역 탄광지대 사람들의 자력갱생을 그린 김문창의 『열망』이나 7.1신경제 관리체제 이후 변화하는 농촌 현실을 다룬 변창률의 「영근 이삭」등이 그나마 북한 현실을 제대로 드러냈다고 할 수 있다.
5. 남는 문제들: 선군문학의 현실과 문학사 통합의 이상
북한문학은 해방정국과 인민정권 출범, 북한체제의 고착화와 보조를 맞추며 당의 지도를 받는 국가사회주의하의 체제문학으로 기획되었다. 북한문학은 조선문학예술총동맹을 통해 계급성에 기반을 둔 인민민주주의 문화 건설을 지향했고, 전쟁 후 ‘정치의 문학화’로 전개되었다. 이후 ‘천리마 기수 형상화’를 통해 전사회적 동원체제 안에서 사상과 교양을 계몽하는 속성을 강화해나갔다. 1967년 이후 혁명성과 사상성, 선전적, 선동적 기능을 강조하였고, 1990년대 중반 ‘수령형상문학’ 내에서 ‘수령영생문학’이라는 독특한 형태의 추모문학과 그 연장선상에서 ‘단군문학’이 변주, 반복되었다. 현재 ‘주체사실주의’ 창작방법을 내용으로 한 김정일 시대의 주체문학과 체제붕괴 위기를 군대를 통해 돌파하려는 ‘선군문학’이 중심이다.
선군혁명문학은 고난의 행군으로 불리는 1990년대 중후반의 체제붕괴 위기의 극복을 반영하는 문학적 슬로건이며, 수령형상문학론의 현실적 변이 형태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통일문학사의 기준으로 볼 때 북한의 주체문학, 그 현실적 변이 형태인 선군문학은 대부분 민족문학사의 반열에 올려놓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다만 민중사적 시각을 견지하면서도 멜로드라마적 요소와 민족적 형식을 떠올릴 문체수준을 보인 홍석중의 『황진이』, 김혜성의 『군바바』 같은 역사소설이나, 비전향장기수의 북한 정착기라 할 남대현의 『통일련가』 등에서 1967년 이전의 사회주의리얼리즘미학이나 1980년대식의 유연한 사고를 연상할 수 있어 희망을 갖게 한다. 앞으로 이들 작품을 중심으로 민족문학과 리얼리즘에 입각한 통일문학사가 서술되길 기대한다. 이를 통해 남북문학사의 통합도 궁극적으로 가능하리라 전망한다.
이제 민족문학과 리얼리즘의 대의에 따라 문학사의 어느 시기에는 북측 성과를 강조하고 어느 국면에서는 남측 성과를 부각하면서 서술하는 가운데 남북문학사를 통합적으로 인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