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설날 극장가 영화 세 편 비교분석>

by 방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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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많은 곳을 싫어하는 나는 휴일에 영화를 보지 않는데, 특히 명절 연휴 때는 영화관을 찾지 않는다. 15년 전쯤인가 추석 연휴 때 영화관 갔는데 사람이 정말 많았다. 영화 보는 것이 이렇게 힘들다는 것을 경험하고는 두 번 다시 명절 때 영화관을 가지 않게 되었다. 그런데 어쩌다가 이번에 설날 연휴 첫째 날에 영화관에 가 보았다. 경기가 정말 안 좋구나, 특히 극장가의 경기는 최악이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사람이 평일보다 적었다. 그래도 설날을 찾은 영화는 있는 법, 이번 설날에 개봉한 영화 중 세 편을 골라 간략히 비교·분석해 보겠다.


먼저 <왕과 사는 남자>다. 최근에 장항준 감독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몇 년 전까지 TV 예능에서 주로 활약을 하더니 이제는 영화감독으로서 제 역할을 찾은 듯하다. 시청자로서 장항준 감독을 보면 사람이 참 착해 보인다는 것인데, 그의 영화를 보면 그의 성격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 같다. <왕과 사는 남자>도 장항준 감독의 성격이 그대로 드러나는 영화가 아닌가 싶다.

초기작 <라이터를 켜라>를 비롯해 최근작 <리바운드>, <더 킬러스>, <기억의 밤>, <죽지 않는 인간들의 밤> 등 그의 작품은 다양하다. 그런데 어떤 장르이든 굉장히 인간적인 느낌이 물씬 드러난다는 것이 그의 영화의 특징이다. 동시에 뭔가 조금 아쉽다는 느낌도 드는 것이 사실이다. 조금 더 장르적으로 밀고 나가면 좋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장르적으로 더 밀고 나가면 인간적인 면이 상쇄되어서 그런 걸까, 그의 영화에서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이번 설 영화 <왕과 사는 남자>도 마찬가지이다. 비교적 영화가 잘 빠졌고 매끈하다. 그래서 영화 스코어는 일정 수준 잘 나올 것으로 보인다. 연출도 덜도 더도 없이 잘 되었고, 연기자의 연기도 훌륭하다. 유해진의 코믹 연기가 영화 전반부를 이끌고, 묵직하고 진지한 톤는 한명회 역의 유지태가 시종일관 잘 유지하고 있으며 여리고 분노의 연기는 단종 역의 박지훈이 연기를 아주 잘해주었다. 연기의 조화도 훌륭하다. 유해진의 코믹 연기는 선을 넘는 듯 아닌 듯 아슬아슬하지만 크게 무리는 없다. 코믹한 설정과 연기는 장항준 감독 영화의 큰 특징 중 하나다. 어떤 장르든 코믹한 부분을 (왜 넣는지는 모르게) 넣는 게 장 감독 영화의 특징이긴 하다. 하긴 요즘 드라마나 영화 대부분이 그렇기는 하다. 이유 없이 코믹한 부분을 넣는데, 단지 긴장 완화 역할의 코믹설정이 아니다. 하나의 시대적 흐름 같다. 그러나 아무리 시대적 흐름이라 해도 쓸데없는 코믹 설정은 극의 흐름을 끊고 주목도를 흩트려놓게 할 뿐이다. 작품성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어쨌든 <왕과 사는 남자>도 코믹한 부문이 아슬하게 선을 넘는 듯 아닌 듯한 영화다.


그런데 이 영화의 진짜 아쉬움은 한명회 역의 유지태 역할을 더 늘렸어야 했다는 것이다. 감독의 영화 초점이 스팩타클한 전쟁신에 있지 않다는 것은 알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것은 사실이다. 단순히 유지태의 분량을 늘렸어야 했다는 것이 아니라 이준혁이 맡은 금성대군과의 대결이 조금은 더 나왔어야 했다는 것이다. 그 대결이 나오려다 만다. 실제 역사에서도 세조 때 단종이 유배 간 이후 전국각지에서 크고 작은 반란이 많이 일어난다. 그래서 금성대군 역의 이준혁과 한명회 역의 유지태의 대결이 조금은 더 극적으로 나왔어야 했다. 그래야 단종의 변화된 면모가 자연스레 두드러지는 것이다. 즉 단종은 처음에는 여리고 소심하고 우울한 면만을 보이다가 극 후반으로 갈수록 강한 왕으로서의 리더십을 발휘하게 된다. 이런 변화를 극적으로 긴장하게 만들고 관객으로부터 그 변화를 더욱 설득력있게 이끄는데 한명회와 금성대군 간의 대결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허구의 주인공인 유해진이 처음에는 한명회의 편에 섰다가 단종의 인간성에 마음이 흔들려 마을 사람들과 함께 결국 단종의 편에 서게 된다는 식으로 나왔으면, 그러나 결국에는 힘에 밀려 유해진이 단종을 죽이는데 일정한 역할을 하게 되는 장면으로 만들었다면 영화는 더 재미있고 감동도 배가 되고 볼거리도 화려했을 것이다. 단순하게 볼거리와 재미만이 아니라 영화의 극적 완결성에도 도움이 분명 되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코믹한 부분을 줄이고 인간적인 면은 지나치지 않고 자연스레 연출하면 좋을 것이다. 거기다 장르적으로 더 밀고 가야 할 것은 더 밀고 가야 한다는 것이다. 영화마다 극적 긴장이 어중간하게 마무리되는 느낌을 받는 것은 나만의 느낌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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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은 <휴민트>다. 극장가가 불경기라 하지만 류승완 감독도 장항준 감독 이상으로 최근에 영화를 많이 만들고 있다. 한 편의 영화가 나오는데 보통 3~5년 걸린다고 하는데 최근 류승완 감독은 2년에 한 편씩 영화를 선보이고 있다. 이번 영화는 설날에 딱 맞는 첩보물이다. 2013년 <베를린>의 속편 아닌 속편 같은 첩보물 영화가 <휴민트>다.

류승완 감독하면 떠오르는 단어가 바로 액션이다. 초기작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피도 눈물도 없이>는 아무래도 돈이 없어 그런지 날 것 그대로의 액션을 선보였다면 흥행 감독이 되고 나서는 한국 영화에서 한 획을 긋는 액션영화를 많이 만들고 있다. <아라한 장풍 대작전>, <주먹이 운다>, <짝패>, <베를린>, <베테랑>, <군함도> 등이 그렇다. 그런 와중에 감독은 역사의식을 영화 속에 삽입하기도 하고 현실 속에서 비참하게 살아가는 대중의 적나라한 모습을 메시지로 넣기도 했다. 그러면서 영화의 서사에 조금씩 살이 붙고 힘이 붙으면서 나아지고 있다. 그런데 이번 영화 <휴민트>는 어느 지점에 있는 영화인지가 조금 애매하다. 잘 짜여지고 훌륭한 액션은 분명 볼거리가 충만한데 서사를 확 죽여버렸다. 감독의 역량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의도적이다.


마치 90년대 홍콩 영화처럼 서사를 단순화시켰고 영화의 인물을 영웅화시켰다. 북한 여자 정보원(신세경)을 살리는 이유는 남한쪽은 국정원 요원 조 과장(조인성)의 인간성, 즉 휴머니즘이고 북한쪽은 보위성 조장 박건(박정민)의 사랑이다. 그러니까 인간성과 사랑이 한 편을 먹고 그 반대쪽인 북한 총영사ㆍ 러시아 범죄조직과 죽음을 불사르며 싸우는 것이 이 영화의 전부다. 첩보물이면 서사 중간에 배신과 현란한 첩보와 관련한 두뇌전쟁 등이 나와야 하는데 전혀 안 나온다. 오로지 조인성, 박정민 두 남자의 영웅성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영화 전반에 배우들의 의상이며 액션 동선, 메시지 등에서 딱 90년대 홍콩 영화라는 것이 묻어난다. 단지 다른 것은 액션에서 한국적 세련된 맛이 날 뿐이다. 아무튼 왜 감독은 갑자기 90년대 영웅적인 누아르 홍콩 영화의 냄새가 나는 영화를 만들었을까?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렇다 보니 호불호가 갈릴 수밖에 없다. 철 지났지만 홍콩 영화의 부활을 맛보고 싶은 관객은 이 영화를 볼 것이고 아닌 사람은 보고 나서 조금은 아쉬울 것이다.

<주먹이 운다>, <부당거래>, <베를린>, <베테랑>, <군함도>, <밀수> 등에서 선보인 액션과 서사와 재미와 메시지가 잘 결합된 새로운 영화를, 역작을 한 번 만들어 보기 바란다. 멋진 영화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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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넘버원>이다. 김태용 감독 작품인데, 이 감독도 굉장히 다작을 하고 있다. 2017년 작 <여교사> 외에 본 영화가 없어 전반적으로 감독의 작품을 평하기는 어려워 <넘버원>만 평해보면 한 마디로 너무 아쉽다는 것이다. 장편 영화로는 너무 단순한 서사와 단편적인 전개, 너무 빤한 메시지 등이 최대 걸림돌이다. 전반적으로 모든 게 너무 단순하니 연기자들의 연기도 평할 수도 없고 영화를 자세히 분석하거나 평가하기도 그렇다.

아버지와 형이 뜻밖의 사고로 죽고 어머니와 단둘이 남은 아들이 어머니를 살리기 위해 어머니를 멀리하다 결국 어머니의 사랑을 확인한다는 너무나 단순하고 너무나 빤한 주제의 영화다. 반전도 없고 감독, 연기자, 관객 모두가 아는 결말로 너무나 쉽게 달려가다 끝나고 만다. 결국 엄마의 따듯한 밥이야말로 진정한 사랑이라는 수백, 수천 년 전부터 내려오는 메시지를 던져주며 영화는 끝이 난다. 이렇게 모든 게 단순하다 보니 최우식의 연인 공승연도 영화에서 그 역할이 없다(영화 전개 상 무의미하게 헤어지다 다시 만나고 같이 밥 먹고 하는 것 외에). 그냥 어머니로 나오는 장혜진과 아들 역의 최우식이 티키타카하다 최우식이 다시 어머니 사랑을 깨닫게 되고 그래서 어머니는 죽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영화에 무슨 평을 하겠는가.

영화는 메인 서사와 서브 서사가 잘 어우러져 하나의 시너지 효과를 내야 한다. 무엇보다 메인 서사가 탄탄해야 하고 서브 서사도 잘 짜여져 긴밀하게 메인 서사와 연결되어야 한다. 쉬운 장르가 아닌 것이다. 그런데 이 영화는 모든 것이 너무 단순하다 보니 그런 서사의 힘 내지 연결이 전혀 없다. 감독은 다시 서사의 힘을 길러야 한다. 그냥 설날이니까 엄마의 사랑을 확인하는 영화가 관객에게 먹히겠지, 라고 안이하게 생각하면 안 된다.


개인 별점: <왕과 사는 남자>: ★★★☆

<휴민트>: ★★★

<넘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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