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좀비딸

인간이란, 좀비란?

by 방정민
13_52_37__688702154dd98[W680-].jpg



<좀비딸>

한국 영화계가 암흑기다. 여름방학이면 으레 나오는 블록버스터 영화가 사라졌고 그 자리를 코미디 영화가 대신하고 있다. 큰 영화나 시리즈가 OTT로 가버린 것도 이유긴 하겠지만 좋은 감독 또는 젊은 신인 감독의 영화가 나오지 않는다. 큰 화면이 장점인 영화관에서 보는 영화만의 장점이 분명 있을 텐데 한국 영화계의 암흑기를 OTT에게 돌릴 수만은 없을 것이다. ‘K컬처’가 세계적 대세인 지금 한국 영화계가 위기라는 이 아이러니한 상황을 타계할 방도를 영화계 스스로 찾아야 할 것이다.


블록버스터는 사라졌지만 코미디 영화는 유독 한국에서 잘 통한다. <좀비딸>이 그렇다. 필감성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영화고 코미디 장르도 잘 소화하는 조정석이 주연이다.

동물원 사육사인 정환(조정석)은 이혼하고 딸을 혼자 키우고 있다. 딸 수아(최유리)는 아빠의 유전자를 물려받았는지 춤을 잘 춘다. 댄스경연대회를 준비하고 있던 중 생일을 맞아 생일파티를 둘이서 조촐히 하고 있다. 그런데 아파트 밖에서 남녀 둘이 이상한 짓을 하고 있다. 알고 보니 좀비 여자가 남자 목을 물고 있는 것이다. 자세히 보니 밖은 완전 좀비 세상이다. 정부는 군대를 동원해 좀비를 사살하고 있다. 아파트를 가까스로 빠져나온 정환과 수아는 차를 몰고 어머니가 사는 시골마을 은봉리로 간다. 그런데 딸 수아가 좀비로 변하고 있다. 아파트를 빠져 나올 때 좀비에게 물린 것이었다. 정환은 딸을 포기할 수 없어 몰래 어머니 집으로 수아를 데리고 간다. 어머니 밤순(이정은)은 술을 마시고 밤 늦게 귀가한다. 그런데 이상한 낌새를 느낀다. 밤순은 처음에 좀비가 된 손녀를 보고 신고하려고 했지만 아들 정환이 밤순을 설득하면서 같이 수아를 지킨다. 여기에 고향 친구 동배(윤경호)가 가세한다. 그러자 첫사랑 연화(조여정)도 처음에는 좀비가 된 수아를 처단하려고 하다 수아를 지키는 쪽으로 정환과 뜻을 같이 한다. 수아가 기억을 하고 인간적인 면모를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끝내 수아의 정체가 발각되고 군인들이 수아를 사살하려고 은봉리에 온다. 정환은 끝까지 딸 수아를 지키려고 안간힘을 쓴다. 자기 목숨을 바쳐가면서.


영화의 장르는 코미디다. 그런데 전혀 웃기지 않는다. 방학을 맞아 영화관에 온 초등학생 고학년이나 중학교 1학년 쯤 되는 학생들 몇몇만 웃을 뿐이다. 조정석과 딸 최유리가 아파트를 빠져나오면서 좀비 행세하는 장면이 조금 웃길 뿐(사실 나에게는 이 장면도 전혀 웃기지 않았지만) 그 외 웃기는 장면이 거의 안 나온다. 차라리 반려묘로 나오는 고양이가 쩍 벌려 앉는 장면 등에서 더 웃긴다. 그런데 영화에 나오는 고양이가 CG가 아니라 대부분 실제 고양이였다고 하니 그것이 신기할 뿐이다.


영화는 장르가 코미디인데 관객을 전혀 웃기지 못하였다. 감독도 이것을 안 것인지 영화의 승부를 코미디가 아니라 신파로 잡은 것 같다. 아빠 조정석이 자기 목숨을 걸고 딸을 지키는 장면은 전형적인 부정을 앞세우는 신파다. 문제는 이 신파가 억지스럽거나 지나치는가, 인데 다행히 아주 억지스럽지도 않고 지나치지도 않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조정환의 연기와 이정은, 윤경호, 조여정, 딸로 나오는 최유리의 연기가 한 몫을 하지만 무엇보다 연기자들의 연기합이 돋보인다. 연기자들의 연기합은 연기자의 능력이기도 하지만 감독의 역량이다. 결론적으로 감독이 적절하게 신파를 잘 조화시켰다는 뜻이다. 물론 이 모두 관객이 예상한 그대로 진행되어 빤한 영화가 되어버렸다는 것 때문에 높은 점수를 줄 수는 없는 영화다. 다만 이전의 좀비영화와 조금 다른 건 좀비와 공존을 시사하는 듯한 전개가 이색적이다. 그러나 이 전개 또한 진지하게 생각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소모적이고 소비적인 코미디와 신파로 마무리되었다는 점이 이 영화의 한계다.

언제부턴가 좀비영화가 하나의 장르가 된 분위기다. 많아도 너무 많다. 인간이었는데 현재는 인간이 아닌 좀비. 좀비는 제거해야 하는 대상인가, 아니면 같이 살아가야 하는 존재인가? 좀비는 인간인가 괴물인가? 좀비영화가 이렇게 많아진 이유는 인간인데 인간같지 않은 인간이 너무 많아서일까? 가짜뉴스를 퍼트리며 사회를 악으로 물들이는 극우들이 얼마나 많은가! 일본이 한국을 점령하기 위해 쳐들어와도 일본 편을 들겠다는 친일매국노들이 국민의 20%는 된다. 그리고 윤석열 같은 독재를 찬양하는 인간들이 20% 넘는다. 이 모두 좀비가 아니겠는가! 이들은 인간(국민)이지만 인간(국민)이 아니다. 그러면 제거해야 하는가, 아니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이 살아야 하는가!!!


차라리 이런 심각한 질문을 던지는 좀비영화가 나왔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좀비영화를 좋아하진 않지만 이렇게 계속 좀비영화가 많이 개봉돼 봐야 한다면, 가볍게 웃고 신파로 마무리하는 영화가 아닌 좀비의 존재를 진지하게 다루는, 즉 좀비는 어떤 존재이고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던지는 영화가 나왔으면 좋겠다. 정말 같이 살아가야 하는 존재인지 제거해야 하는 존재인지를 진지하게 묻는 좀비영화 말이다. 소비적인 좀비영화가 아니라 진지한 질문을 던지는 좀비영화를 앞으로 기대해 본다.


참고로 영화에서도 잠깐 언급되는데, 인간은 인간적인 면이 있어야 하고 기억을 하는 존재다. 인간(적인 것)이 무엇인지는 이 지면에서 다 말할 수는 없지만 인간 같지 않은 인간이 현재 얼마나 많은가! 공감 능력은 제로이고 혐오(여성 혐오, 외국인 혐오, 비정규직 혐오, 재난유가족 혐오, 가난한 사람 혐오 등)에 기반한 인간들, 이들은 분명 인간이 아닐 것이다. 최소한 남의 아픔을 공유하는 공감능력이 있어야 인간이지 않을까. 부끄러움을 알아야 인간이지 않을까. 부끄러움을 모르는 몰염치 인간들이 너무 많다. 그리고 기억해야 한다. 일제 강점기ㆍ위안부 같은 치욕적이고 아픈 역사를 기억해야 하고, 독립투사들을 기억해야 하고, 세월호나 이태원 같은 참사를 기억해야 한다. 그것이 인간이고 그래야 되풀이 되는 참사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는 바로 딸 수아가 아빠와의 추억을 기억하고 있다는 점, 또 인간적인 면을 보인다는 점에서 세상의 좀비와 다르다고 조정석의 입을 빌려 말하고 있다. 이 점에서 생각해 볼 거리를 던져준 영화다. 이전의 좀비영화와 차별적인데, 이것을 진지하게 성찰하는 영화가 되었으면 정말 훌륭한 좀비영화가 될 뻔했는데 거기까지 나아가지 못해 아쉽다.


개인별점: ★★☆

keyword
작가의 이전글하이파이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