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어릴 적 술래가 된 나는 크게 소리쳤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내가 이 주문을 외칠 때마다
순백했던 우리의 시간은 서서히 조여 오듯 멈추었고
멈춘 시간은 아이들을 하나씩 집어삼켰다
숨어버린 아이들을 찾으러 홀로 헤맨 나
어둠이 시간을 밀어내자 지쳐 포기해버렸다
끝까지 친구들을 찾지 않은 채
다시 시간이 흐르고 주문을 주절주절거렸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찾았는데, 찾지 말았어야 했다
노예를 자처한 어른 안 된 아이들은
이유도 묻지 않은 채 미친 들개마냥
서로를 물어뜯고 있었다
파멸의 시간을 숭배하게 된 아이들은
너도 아니고 나도 아니었다
우리들은 모두 온전한 우리가 아니었다
무엇을 잃어버렸는지도 알지 못한 채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목을 매며 슬퍼하고 도취되고
정작 존재해야 하는 것에는
애써 외면하고 용기 있게 버려버렸다
마지막으로 나는 다시 주문을 간절히 외웠다
무ㆍ궁ㆍ화ㆍ 꽃ㆍ이ㆍ 피ㆍ었ㆍ습ㆍ니ㆍ다
친구야, 너는 누구니?
그리고, 나는 너에게 무엇이니?
무궁화 꽃이 시들었다 사라졌다
♣ 시 후기: 무한경쟁을 모두가 비판하지만 무한경쟁을 즐기며 받아들인다. 움직이면 죽는, 최종 승리자가 모두를 차지하는 무한경쟁, 그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