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선물

by 방정민

크리스마스 선물


따뜻한 추운 겨울, 배 나온 산타가

헉헉거리며 크리스마스 선물을 흘리고 있다

운 좋게 선물을 주운 너는

수천만 원의 백과 수억 원의 차와 수십억의 집에서

한여름 마냥 발가벗고 목욕을 즐기고 있지

운이 나빠 선물을 줍지 못한 나는

수년 전 해진 양말과 십여 년 전 누더기 옷과 수십 년 된 낡은 집에서

난방비 폭탄이 무서워 씻지도 못하고 고된 하루를 누웠네

한여름의 따뜻한 오아시스 집, 북극 한파의 고드름 서린 집

크리스마스 선물은 너무나 참혹한 차별이었다

배 나온 산타는 그것이 너와 나의 사회라며

모두가 행복하면 행복이 불행이 된다는 일침을 했다

큰 깨달음을 주고 간 산타의 흔적 뒤고

쓸쓸히 홀로 백골이 되어 고시원 귀신이 된 자와

화려한 클럽에서 약에 취해 하룻밤 수백씩 쓰는 자가

동시에 뉴스 화면을 장식한다

이쯤 되면 산타의 말이 진리다

내가 행복하면 너는 반드시 불행한 의자놀이 사회,

반드시 내가 행복해야 할 이유는 없다

불행해지리라, 행복하지 않으리라

이 비겁한 합리화의 속삭임이

추운 겨울, 따뜻한 크리스마스 선물이 되었다

♣ 시 후기: 모두가 행복하면 행복이 불행이 된다고 누가 말했다. 이것을 ‘행복전체주의’라고 부르리라. 그렇다고 일부러 불행해질 필요는 없지 않은가. 반드시 모든 것을 다 갖춘 행복을 추구할 필요는 없지만 최소한 인간다운 삶을 위한 행복은 주어져야 하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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