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

by 방정민

귀신


귀신은 죽은 자의 영역이 아니다

산 자의 삶이 잃어져 가며 깃든 그림자

그 그림자 속 지난날의 회한

살날이 한없이 가벼워지는 건

지난 삶도 결국 텅 빈 그림자였다는 것

삶과 죽음이 이렇게 연결되어 있는 것을

다 비워져 가는 지금에서야 깨닫는 어머니,

어머니는 죽음 앞에 선 귀신이 아니라

삶을 비워내는 그림자

이승에서의 삶을 하나도 남기지 않으려는 듯

작아진 그림자마저 지우고 있는 어머니,

한평생 고단했던 그림자 삶은

죽음 앞에서 가벼워지고 있다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고 있는

내 마음은 끝없이 무거워지는데

어머니는 끝내 아무 미련없는 듯

귀신이 되려고 한다

지나온 삶이 내 것이 아닌 것 같아,

어머니의 이 속삭임은

나의 삶에 깊게 드리운 그림자가 되고

의미 상실한 삶이

자꾸 무거워지기만 하는

도무지 알 수 없는 삶,

지울 수 없는 그림자

그러나 언젠간 지워지는 그림자

이렇듯 삶과 죽음은 먼 듯 가까운

그림자 없는 귀신

♣ 시 후기: 몇 번 죽음의 위기를 맞이한 어머니. TV에서 보면 여든, 아흔이어도 더 살고 싶다고 하는데 어머니는 입만 열면 죽고 싶다고 한다. 삶의 의미를 상실한 어머니. 얼마 남지 않은 이승에서의 삶이 점점 가벼워지고 있는 어머니의 삶을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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