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by 방정민

손 님



어서 오세요, 손님!

무엇을 하기 위해 여기에 왔는지 알 수 없으나

나는 태초부터 손님이었다

무표정의 반기는 말들이 여기저기 흩뿌려질 때

나는 그것이 진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버렸다

들어온 것이 아니라 내던져졌다는 사실을 깨닫기까지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세상이라는 매장에서 무엇을 할지 막막했다 길을 잃었다

점원의 얼굴이 살짝 찌그러지는 듯하다 다시 웃으며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손님!

겉은 친절했으나 속은 냉혹했다

내가 내 존재의 이유를 증명하지 못하는 순간

내 존재를 박탈당해야 했다

다른 곳에서 찾아온 사람

나는 어디서 왔을까, 내가 왜 여기를 왔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한 채

쫓겨날 시간이 다 되어갔다

점원에 의해 나는 질질 끌려 나갔다

안녕히 가세요, 손님!

끝내 나를 증명 못한 나는

낙오되었다 도태되었다 갈라파고스의 섬처럼

시간이 때로는 멈추었고 때로는 흘렀다

사람들은 알려고 하지 않았다

나, 너, 모두가 손님이라는 것을

모두가 도태되고 말 것이라는 것을

내가 온 곳, 다른 곳으로 가야 한다

온전히 내가 나일 수 있는 곳으로

도태된 갈라파고스가 아닌 신비의 갈라파고스로


♣ 시 후기: 강한 자가 살아남는다는 것이, 그래서 강자는 갑질을 해도 좋다는 의미가 다윈의 적자생존이 아닌데, 우리는 모두 강자가 되라고 배웠다. 그러면 모두 도태되어 멸절하고 말 것임을 모른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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