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감에 대하여

by 방정민

늙어감에 대하여


마음 길가에 꽃이 피었다 낙화를 준비하는 가을에

아직 더운 가을, 그러나 곧 추워질 것이다

계절의 혼돈과 변화를 느낄 수 있는 9월은

세상의 이치, 늙어감에 대하여 성찰할 수 있는 계절

늙어간다는 것은 내 몸에 긴 숨이 깃드는 것

무수한 어둠과 혼란 속에서 나를 찾아가는 것

그러나 남은 삶이 많이 남아있지 않음에도

갖고 가지도 못할 것들을 버리지도 못해

늙고 고운 색으로 물든 축 처진 어깨가 땅으로 스르르 떨어진다

쉬운 길은 없었다, 그러나

나이 듦, 익어감이라는 어설픈 말로 위로받지 않으리라

아픔과 상처와 영광이 늙어가는 내 몸에 단풍으로 돌아와

이제 떨어질 날을 기다리며 거룩한 땅의 거름을 생각한다

얼마나 남았을까, 그 시간 동안 무엇을 준비할까

저 산이 희고 멀다

산등성이 먼저 간 사람의 흔적을 따를 수 없고

뒤에 좇아갈 사람이 그래서 서럽다

산이 변하고 있다 삶이 늙은 소리를 내고 있다

자연의 변화에도 소리가 있다면 그것은 한(恨)의 소리

받아들이자 늙어가고 있는 내 몸을

알록달록 단풍색을 지우고, 멀고 흰 저 산이 되자

늙어가는 내 몸에 한의 소리를 실어

슬픈 한의 소리를 넘은 깊은 한의 소리를 풀어내자

늙어감은 자연의 변화, 내 몸 속

소리의 변화를 깨닫는 것



♣ 시 후기: 어느덧 중년이 되고 이제 장년을 앞둔 나, 나는 자꾸 내 삶을 뒤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남은 삶을 생각하며 받아들이게 된다. 살아도 살아도 삶의 의미를 알 수는 없지만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은 깨닫게 된다. 그 나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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