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전이 필요한 날의 환기미술관

심상의 풍경 : 늘 생각하라 , 뭔지 모르는 것을...

by 연서


매일 예술하는 사람

[일상에서의 0.1% 예술습관 만들기]



나는 영혼의 충전이 필요한 날이면 미술관으로 향한다.


지하철을 타고 광화문에 내리면 탁 트인 광장 양쪽으로 높은 건물이 감싸고 있지만 막힌 게 없어서 그런지 날씨가 온몸으로 느껴진다. 나는 패딩 속으로 겨드랑이도 꼭 붙인 채 7212 버스에 올랐다.

부암동주민센터에 내려 사잇길을 지나 몇 개의 구릉을 지나듯 걷고 나면 환기미술관에 도착한다.






멀리서 이미 반가운 환기미술관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pinterest


높은 층고의 환기미술관 3층, 파아란 작품
아래서 먹먹하게 서 있었다. 2021.4.28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라는 파란 작품아래서 울컥 감정이 올라오는 걸 느꼈던 날의 기록이다.

딱딱해진 몸조차 볼 수 없는 그리운 사람들과 지금 소중한 사람들이 생각났다. 점은 선 안에 있고 선은 점 밖에 있다. 서로의 점들을 알아채지 못하면 우린 모두 똑같이 생긴 점일 뿐이다. 언젠가 사랑하는 이들과 헤어지고 그리운 순간이 오면 어디서 그들을 찾아야 할까,

똑같이 생긴 것들 사이에서 선으로 가려져 알아볼 수도 없다면 그 슬픔 어찌할까, 잃은 게 많은 삶은 아니지만 잃을게 두려운 것들을 끌어안고 비비고 사랑하며 살고 있다고 생각되었다. 우주에서 지켜본 지구 같았다.

점은 새로운 창이 되고, 공간에 머무르게 된 점은 마음의 눈물을 닦아준다. 점은 그리움을 토닥이고 경외감을 채워서 따끈한 온기로 채워진 서로를 알아보게 한다.



환기 미술관에 오면 일기가 쓰고 싶어 진다.

김환기의 짧은 기록들이 좋아서인데 이번 전시는 김환기가 뉴욕에서 일기로 정리해 둔 어문을 활용해 전시의 맥으로 삼았다고 한다. 기록을 읽어보면 작품 그릴 때의 마음, 노고, 계절, 상황 등이 그려진다:

고국을 그리워하고, 어두운 밤하늘의 달, 별, 산, 새 등 자연에서 받은 영감과 달항아리, 사면화, 점으로 표현되기까지, 작가의 고뇌가 그날의 기록 안에 들어있다.



환기미술관은 내부촬영이 금지되어 있다.

꼬마 관람객은 노트를 펼쳐 그림을 그리고 있었고

나는 벽에 있는 글들을 메모장에 옮겨 적었다.

2021 환기미술관 바닥 촘촘한 나무결이 아름답다


내가 찍은 이 점. 별빛만큼이나 촘촘히 빛났을까


눈먼 행운이 올까


이상의 시 저녁에를 떠올리며 토끼가죽풀을 발랐다.


눈 쌓인 바깥바람 한 점을 쐬지 못했다.


늘 생각하라, 뭔지 모르는 것을 생각하라 1969


사람은 꿈을 가진 채 무덤에 들어간다 1973


일을 하며 음악을 들으며 혼자서 간혹 울 때가 있다: 음악 문학 무영연극 -모두 다 사람을 울리는데 미술은 그렇지가 않다. 울리는 미술은 못할 것이다 1968


저녁 깜깜해서야 #322를 끝내다. 이렇게 고달플 데가 없다. 어디고 더럽지 않은 인간사회에 가서 살 데는 없을까 1973.10.15


언제나 우리들은 기쁨에 가득한 얘기만을 주고받으며 살 수 있을까. 향안! (김환기의 부인이자 환기미술관 설립자) 우리 민족에게 그런 날이 올까?





김환기의 책과 나의 책상 위



영혼이 담긴 작품을 마주하는 공간에 있다 보면 일기가 쓰고 싶다. 김환기 화백처럼 짧은 하루하루의 생활과 감정을 담아둔다면 그건 한 권의 책이 될지도 모르겠다.

누군가는 그 점들을 알아볼 것이고 나의 흔적에 위로를 받을 수도 있지 않을까 착각해 본다.



촬영이 가능한 곳, 점이 되기까지를 나타낸 그림
2025.11.26 환기미술관의 오후






12월까지 진행되는 심상의 풍경

늘 생각하라 뭔지 모르는 것을…





1.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에는 30% 할인으로 미술관 관람을 할 수 있어요.

2. 환기미술관에서도 이제 도슨트를 들을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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