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어울리는 명동성당

온기로 채워지는 공간

by 연서



매일 예술하는 사람
[0.1% 예술하는 습관 만들기]




아직 붉은 가을이 남아있는 날,

목멱산방 입구룸의 한지발린 문 안에

여섯이 모여, 각자 시킨 한식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28년째 내게 산소 같은 언니는 새로 산 아이폰으로

유튜브를 찍겠다며 우리의 시간을 담았다.

“주제가 뭐야?”우리가 묻자 급히 생각한 듯

“서울탐방기? “라고 말하며 수줍은 듯 명랑하게 웃는다. 리엑션 부자인 우리는 꼭 올리라며

구독자수 다섯 확보로 언니를 지지했다.



1997년 겨울, 시간이 겹쳐 오래되면

추운 계절감각도 사라지는지 따뜻했던 겨울로 기억된다.

20살의 어린 두 청춘은 명동에서 귀 달린 레드와 블랙 커플모자를 사서 나눠 쓰고 입술색 마저 붉게 동동거렸다. 거리마다 켜져 있는 불빛만큼 사람들이 가득했고 그 몸의 온도만 합쳐도 계절은 이미 붉은색이다. 두 청춘은 부부가되어 빛바랜 사진으로 그 공간의 분위기를 추억한다.


12월의 겨울 색.

11개월 동안 기다렸던 12월의 겨울이 왔다.


다 쓴 글이 잘 쓴 글이라는 은유작가님의 말처럼

나 사랑하는 이들과의 겨울

이 아름다운 순간을

꼭 퇴고하여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파인즈카페에서 바라본 명동성당 2025.11.30





28년 전처럼 구세군종소리와 명동성당만큼은 여전하다.

밀물과 썰물에 움직이는 모래처럼

수많은 인파에 수동적으로 움직이다 성당에 다다르면

숨이 쉬어진다.

우리 열두 발자국은 저녁공기에 퍼지는 불빛을 따라

명동성당 첨탑을 보며 걸어갔다.


이 첨탑이 도시의 가장 높은 구조물이었던 때는 어땠을까, 신앙이 있는 사람들은 하늘과 첨탑을 보며 성스러운 기도를 올렸을까, 이곳에 모여 민주화 운동을 하던 시민과 학생들은 안전함을 느꼈을까


12월의 겨울 색인 붉은 벽돌을 한 장 한 장씩 쌓아 올리며 양심을 쌓아 신앙의 결실을 맺었을까?


유럽의 성당과 같은 십자형 배치의 긴 통로(네이브) 옆에는 고요하게 기도하는 자들,

사랑을 위해 기도하는 마음과 용서를 고백하는 불빛들 사이로 성스러움이 공간을 메운다.

스테인드글라스 사이로 빛이 내려앉으면 아름답다 소리가 절로 나오겠지, 경건한 시간을 보내는 분들을 위해 조용히 문을 닫는다.


우리는 붉은 벽돌과 나무사이로 아름다운 뒤뜰을 걸으며 세월의 흔적 위로 겨울을 쌓아 올렸다.

각자의 마음에 있던 모서리가 둥글어지고 다시 소음이 있는 도시로 나가 12월을 맞아준다.

지하철로 가는 길에 모르는 타인들과 섞여 어느 백화점 외관에 크리스마스 영상을 본다.

영상이 각자의 휴대폰에 담기고 인사만 여러 번,

아쉬운 시간을 포옹으로 맺는다.

다시 모래가 부서지듯 인파에 휩쓸려 수동적이 돼버리지만 기분만은 상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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