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 존중해 드리다 나를 잃고 있다.
나는 취향과 성격이 정반대인 남편, 아들과 함께 산다.
전생이 있다면 네게 뭐 그리 업보가 많은 걸까, 생각하다가도 화가, 화가 난다.
서로 반대편에 있지만 자식은 남편처럼 나를 맞추지 않는다. 부부는 서로 맞춰야 하는 관계라면 부모는 애정을 내어줘야 하는 구조다.
이런 계산이 수긍되면 엄마라는 거 참 매력이 없다.
어릴 적 엄마가 어질러진 내 방을 보며 한마디 하셨다.
“이게 네 마음이야”
그땐 몰랐다. 내가 엄마와 같은 감정을 느낄 줄이야.
아이는 회색운동복 바지와 검정패딩, 책가방과 양말을 방에 그림자처럼 벗어두었다.
학원에서 받은 프린트물과 과자봉지, 씻고 나와 젖은 수건과 꼼지락거리던 레고조각까지 합치면 그걸 들여다보는 내 마음은 복잡하고 갑갑해져 온다.
버릇을 단단히 고쳐주어야지 하는 날은 불편함을 느끼라고 그대로 두고, 눈으로 깔끔한 걸 보는 게 익숙해지면 행동도 그렇게 하리라 기대하며 단정하게 치워두기도 했다. 너는 국영수만 집중해라 어머니는 나머지를 할 테니..
단단히 일러주고 가르치고, 빨래함을 곳곳에 놓아주기도 하고, 이번만은 치워준다 생색도 내보았다.
안 된다 안돼.. 끊임없이 가르치고 끊임없이 변함없다.
어릴 적 엄마께 꾸지람을 듣던 내가 정리정돈과 청소가 집안일 중 가장 뿌듯해진 것처럼 이 녀석도 변할까? 닫힌 문 너머로 닫아버리면 그만인 어지러움을 구지구지 들어가서 치우려고 애달프지 말아야겠다. 애들은 널브러진 공간 위 침대 안이라면 자아가 형성되는 유일한 요새일지도 모르니까, 흠- 어려운 손님…
며칠 전엔 김상민 그는 감히 전설이라고 할 수 있다 cd를 예약판매로 사달라고 나를 졸라댔다. 아니 제목부터 40대 어머니 이해할 수 없는 취향..
내가 좋아해서 듣는 클래식을 구지구지 아들이 싫어하는 것처럼 나도 힙합 쪽은 들어도 모르겠다.
취향을 존중해 드리려 알라딘에서 음반을 예약구매 해주고, 오늘은 유튜브로 아들이 사달라는 음반 이름을 검색해 봤다. 그런데 아뿔싸! 관련영상에서 약물 관련으로 구치소까지 갔다 온 이력이 있는 영상이 뜨면서 40대 어머니 더욱 혼란에 빠트렸다:
나 나름에 편견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인데, 좀 바른생활에 익숙하다 보니 이 감정을 어떻게 처리해야 좋을지 걱정이 앞선다.
날것의 이 글에는 나의 창피함도 들어있다.
연재 후 취소를 누르고 싶어 질지도 모르겠다.
실은 요즘은 이해할 수 없는 행동만 가득하다. 이해하다 하다 결국 자책으로 돌아오는 악순환을 끊어내기 위한 글쓰기도 감당 못하는 날들이면 자기혐오에 빠진다.
일기장스러운 솔직한 기록에 공감할 사람이 있기는 할까? 이 글을 쓰며 나는 해결책을 찾거나 위로를 받았는가?
오늘은 잘 모르겠다.
연재시간도 늦어졌고, 항상 글을 쓰다가 결국 해답을 찾았었는데 오늘은 답이 없다:
답은 없고 여전히 나의 버킷리스트만 있다.
-아들과 도서관데이트하기
-아들과 남편과 셋이 카페에서 책 보다 수다 떨다 하기
- 아들이랑 일본여행 가기
- 아들이랑 인강 같이 듣기
- 아들이랑 러닝 하기
-아들이랑 함께 요리하기…
여전히 내 기준에다 아이와 함께를 강요하는 버킷리스트다. 저걸 모두 지우는 날 좀 더 홀가분해지려나
나는 나를 잘 알고 네가 너를 잘 볼 수 있게 그대로의 너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엄마이길.
나마스떼, 내게 강 같은 평화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