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다른 이름은 기꺼이 놓아주는 일

보내야 하는 계절과 붙잡고 싶은 마음

by 연서

매년 12월 31일이면 우리 가족은 예술의 전당 재야음악회에 간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밤의 고단함은 요한 슈트라우스 2세와 리스트, 대니구의 바이올린과 육성, 이얼 지휘자가 이끄는 오케스트라가 달래주었고 비몽사몽중에 맞이하는 새 해의 카운트다운은 사람들과 함께 외쳐 힘과 에너지를 받았다. 12시를 가르치는 시계탑 위로 폭죽이 터지고 새해의 새것을 환영하는 기대 속에 우리 가족은 두 손을 모으고 번쩍이는 내일을 기대하는 눈빛으로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10분간 여러 사람의 꿈이 담긴 불꽃이 팡팡 터지고 난 후 추운 몸을 동동 거리며 다시 현실로 돌아오니 새 해가 되어있었다. 해가 넘어간 것은 매일 보낸 하루가 지나갔을 뿐이다. 눈속임 방지턱을 하나 넘긴 것처럼 줄어든 속도는 여전히 서행을 요구하며 1월을 보내게 한다.

해가 바뀌어도 여전히 아직은 겨울이다.

차오르던 마음이 불꽃으로 팡팡 터졌지만 다시 서행하며 속도를 유지한다. 무난히 한 해를 넘겼으므로.


밤톨이가 여권을 찾는다. 토스통장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 엄마들은 부러 아이에게 본인의 카드를 내어준다.

돈의 흐름은 흔적을 알 수 있다. 국밥을 사 먹었구나, 편의점에서 뭘 샀을까, 햄버거 가지고 될까 , 고기쯤 먹으러 갈 때는 사전 보고도 해주는 양심.

샤프가 떨어지면 그걸 사다 주고 옷이 필요하다고 하면 대리쇼핑도 해준다. 네가 원한다면 내 시간과 애씀도 내어줄 수 있다는 부모의 마음이 독이 될 거란 생각은 전혀 하지 못한 채.

경제적 독립이 육아의 마지막 피날레라고 생각한다면 여권을 찾는 그 마음은 고지에 가까워 있음을 말해준다.. 불완전한 아이를 믿는다는 건 티슈에 물이 젖는 것을 보는 것 같아서 물이라도 닦아내고 티슈를 건네고 싶다.

강인하다고 생각했던 자아는 아이를 키워내며 점점 물러지고 서로의 울타리도 점점 흐려져간다.


전화통화를 힘들어하고 대면주문을 꺼리고, 실수했을 때 금방 일어나지 못하고 자신을 탓하는 아이들은 방법을 찾지 못하고 방황한다.

변화가 빠른 시대에 태어나 휩쓸여 흘러 흘러 온 아이들이 가여워 힘을 내어주고 싶은 어른의 마음은 빠른 세상을 유영하며 살 수 있는 아이들을 막고 있는 건 아니었을까. 계절은 어김없이 오고 해가 바뀐다.


밤 사이 뒤척이지도 않고 잘자던 내가 꿈을 꾸었다.

귀히 여기던 고운 가죽신발이 하나 없어지고 신발을 찾아 헤매는 꿈. 끝내 찾지 못하고 남은 한 짝을 바라보는 꿈에서 깨어나 해몽을 찾아보았다.

신발은 귀히 여기던 사람, 사회적 지위,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을 의미한다고 한다.

아이를 보내고 싶지 않은 마음에서 오는 불안과 미련을 이기고 새로운 방향을 찾아야 한다고 해석했다.

내가 뿌리내려야 할 곳은 아이를 통해서가 아니었다. 불안의 뿌리는 어디에도 설 수없지만 불안을 이긴 뿌리는 더 단단 해 질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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