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겐 무한사랑의 능력이 있지
“엄마 이리 와 봐요~ 나랑 같이 툼툼요~슈까슈까 슈까슈까 “ 동그란 cd플레이어에서 하루 종일 아이를 위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간접 영어 듣기를 위한 돌아와 디에고 dvd 소리재생과 튼튼 영어 cd,, 밤톨이(애칭)는 무릎 바운스를 주면서 스쾃 자세로 위아래 위아래 움직이고, 양팔로 만든 ㄴ도 쿵작에 맞춰 살아난다.
하나를 키워도 심심치가 않게 아이다운 에너지가 있었다. 어어어하며 함께 몸이 움직여지고 튬투기(춤추기)의 가벼움에 전염이 되고 만다. 해피 바이러스는 공기처럼 가볍게 온몸에 퍼진다.
오월의 햇살이 포근한 아침 작약향기가 좋아 밤톨이와 생화 한 단을 사서 화병에 함께 꽂았다.
핑크색과 그레이색의 티셔츠를 입고 작약 한송이를 손에 쥐고 선생님께 드린다며 유치원을 나서던 손끝. 동그랗고 작은 몸. 눈썹 위 일자로 잘라낸 앞머리까지 사진 속에만 남은 그리운 시간이다.
리딩트리를 만들어 보겠다며 매일 읽은 책을 기록하던 날, 밤톨이가 뽑아오는 책은 계속해서 읽어줬다. 엄마의 연기에 홀딱 빠질 때면 목이 아파도 멈출 수가 없었다. 네가 듣고 있던 게 그리워 중학생이 되어서 잠이 안 오던 날에도 낮은 스탠드 불빛에 의지에 모모를 읽어주었다. 이쯤 되면 책을 사랑하는 아이로 자라줬어야 했겠지만? 책 읽던 순간은 그냥 그대로 추억으로 남아있다. 어쩌면 밤톨이가 내게 준 선물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추리영화나 소설 앞부분엔 사건을 이어가는 힌트가 노출된다.
가끔 지금의 아이를 들여다보면 답답해서 어린 시절의 동영상을 본다. 마법처럼 미움은 줄어들고 애틋함은 몽글몽글 살아난다. 귀여워 입꼬리가 올라가고 너무 그리워 눈시울이 붉어질 때도 있다.
과거를 들여다보면 순수함으로의 아이가 보인다.
반백살이 코앞으로 다가오는 지금 어른의 나 또한 청소년기를 돌아보면 무얼 좋아했었는지 알 수 있다.
열매를 맺고 낙엽지기를 반복하며 살아가는 어른, 그중에서 제일인 엄마역할은 고되기로 말하면 1번인 것 같다. 나의 엄마에겐 내가 또 그랬을 테지, 한없이 아래로만 뻗어가는 사랑을 지키기 위해 매일을 볶아댄다.
반백살이 훌쩍 넘어 나의 아이가 아이를 낳아 기르는 걸 볼 때 즈음엔 지금의 조바심도 노여움도 묽어질까.
엄마 나랑 같이 튬텨요 하던 아이는 고개가 숙여지고 작은 몸이 보드랗게 빛나던 아이는 단단해지고 밤이 무서웠던 아이는 아직 곁에 있는데도 낯설다. 부족한 엄마임에 자책이 늘어나는 날, 놓지 못한 내 어린 시절이 옆에 와있는 건 아닐까 두렵기도 하다. 무한의 사랑을 생산할 능력이 엄마에게는 특별히 더 가득 주어지는 능력이길 바라며 아직 어린 너를 꼭 안아본다.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