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학점제, 진로를 앞당긴 것일까 떠넘긴 것일까
지인 중에 갓생을 사는 열혈맘이 있다. 판단과 결정 행동이 빠른 성격답게 결과를 그리듯이 보여주고 이끌어내는 능력이 있다. 열혈맘의 아이들은 꿈을 가지고 쭉쭉 뻗어 성과를 만들어내고 주체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다. 결과지향적인 부모의 성취가 육아에 대한 성과로 평가될 수는 없지만 열혈맘 옆에서 눌러왔던 불안이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컨설팅을 받고 돌아오던 날.
번아웃에 힘들어하던 아이에게 생기가 생겼다.
“엄마 나도 꿈이 있는 사람이잖아요” 처음으로 취미로만 하고 싶다던 음악을 한번 해보고 싶다고 말하는 거였다.
함께 떡볶이를 먹으며 미래를 그리기 시작했다. 20살이 되면 일단 술을 한번 마셔보고? 실컷 놀아볼래요. 그리고 군대를 다녀와서 어학연수를 가는 게 좋겠어요. 다녀와서 학기를 마치고… …
신나서 얘기하는 걸 보니 안심이 되고 조금씩 의욕이 보였다. 혼자 학원상담을 다녀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학원에서는 원하는 대학에 가려면 피아노를 치거나 클래식이 아니면 원하는 학교에는 개설과정이 없다고 설명을 들은 것이다. 하루 만에 좌절하고 돌아오는 유리멘탈씨는 “엄마 나 7시까지 가출이야.(시든 장미꽃 이모티콘과 함께)”라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이 정도면 귀여운 사춘기 끝물즈음일까,
돌아와 다시 방문이 잠겼다.
진로 없이 달리는 학업은 아이들에게 가혹한 무게를 준다. 전문직(음미체, 의사, 검사 등)을 제외하면 명확한 진로를 가진 아이들이 몇이나 될까?
고교학점제가 시작되면서 대학을 가기 위해서 고1이면 진로가 정해져야 하고 탐색하다 보면 고2 고3이 되어간다. 이미 써오던 생기부의 방향을 틀기도 쉽지 않다.
평생공부(새로운 세상을 받아들이는 자세)를 하고 과정을 즐기며 하는 공부를 대학 가기 전에 할 수는 없을까?
과목 선택은 진정한 아이의 선택이 될 수 있을까?
가고자 하는 대학 학과에 맞춘 과목선택을 해야 하는데 꿈도 꿔보기 전에 진로를 찾고 과목을 선택하고 목적지는 대학이 되어야 하는 아이러니함이 있다.
의문 가득한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알아가는 재미를 가진 어른으로 자라길 바란다. 배우는 과정이 신나고 어제보다는 하나 더 알게 되는 성취에 성장함을 느끼는 어른. 미래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보다 맞이할 내일이 궁금해지려면 오늘 흘리는 땀은 나의 선택이면 좋겠다.
우리 아이들의 선택.
열혈맘이 말했다. 애들은 보여줘야 해, 애들은 꿈이 있어야 해. 결과만 쫓아가는듯한 말에 거부감이 들었다. 망망대해에서 어디로 노를 저어야 할지 모르는 아이. 노를 열심히 저어도 제자리 느낌을 받고 있는 아이가 과정을 즐기기는 어려울 것이다.
스스로 선택하고 해낼 수 있다는 믿음.
혼자만이 아니라 함께 가고 있다는 안도.
방황하는 청소년들이 힘내기를 바란다.
방황하는 나의 아가야, 오늘도 잘 일어났고, 잘 먹었고, 네가 선택한 활동도 잘했구나. 잘 자고, 아프지 말자.
내일 아침에 다시 또 행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