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말의 유효기간은 언제까지일까
아이가 물었다. “엄마, 내가 예술대학교에 가는 것에 대해 엄마는 어떻게 생각해요?” 갑자기 음악을 해보고 싶다며 한참 고민 끝에 나에게 물어온 질문이었다.
엄마말의 유효기간은 언제까지일까?
가보지 않은 세계에 뒤늦게 뛰어든다는 것을 선뜻 가보자라고 말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고개 숙이고 움츠러들고 톡 건드리면 공벌레처럼 작아지는 모습이 안타까웠고 모든 신경이 곤두서서 주변의 약한 자극에도 반응하는 듯한 아이에게, 그래도 엄마의 의견을 물었으니 진심을 말하면 되는 걸까? 글쎄 엄마는 네가 가고 싶은 길은 찬성이지만 지금 시기에 해야 하는 건지는 모르겠다는 말을 해도 될까, 용기를 내게 힘을 줘요. 공감해 줘요.라고 질문한 걸 알면서?
휴대폰에 저장된 어릴 적 사진들을 종종 본다. 두 발 자전거를 처음 타던 날, 복잡한 레고조립을 혼자서 끝까지 해낸 날, 구르고 흔들고 발차기하던 모습에 입술에 씩 미소가 지어진다. 서랍 속 선명하게 기억된 아이의 승전보를 꺼내 하나씩 먼지를 털어 보여주어야겠다. 엄마말의 유효기간이 언제까지 일지도 모르니 스스로를 믿지 못하는 마음의 구멍을 세련된 격려로 채워본다.
밤톨이가 초등학생 때 생존수영시간이었다. 수영복을 챙겨가야 하는데 수영을 할 줄 모르던 녀석은 학교에 빠지고 싶어 했다. 첫날부터 아프다고 구경만 하고 돌아오는 것이었다. 학년마다 생존수영 시간이 있는데 안 되겠다 싶어 방학기간에 수영을 등록해 주었다.
짧은 시간에 마스터하는 방학답게 숨쉬기도 자유형도 배영도 쑥쑥 앞으로 나아갔다. 더 이상 생존수영 시간이 두렵지 않게 된 것이다. 마음속 허우적거림을 다스릴 수 있게 되었고 더 이상 생존이 아닌 즐기는 수영이 되었다.
18개월, 집에만 있던 아이를 데리고 처음 문화센터에 가던 날. 유리드믹스 음악수업이었는데 다른 아가들은 호기심에 손과 발이 먼저 앞으로 쑥쑥 나가는데 밤톨이는 엄마 품에서 탐색만 하는 아이였다. 물감놀이도, 오감놀이도 그렇게 조금씩 눈으로만 보다가 안정감이 느껴지면 발걸음 한번 앞으로 손 한번 앞으로 내밀어 엉덩이를 붙이고 빠져드는 아이였다. 시간이 지나 유아유치원 시절엔 선생님들이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고, 안정감을 느낀 밤톨이는 뭐든 잘 해냈다. 한번 도전하면 적극적인 힘이 있었다.
학교 참관수업에선 저요 저요 손드는 아이는 아니었지만 멍석만 깔리면 씩씩한 목소리로 발표하고, 친구들의 지지로 여장까지 하며 유머러스함도 갖추고 있었다.
6학년 방학 담임선생님은 방학동안 했던 일을 ppt로 발표하게 하셨다. 뭘 할까 궁리하던 밤톨이는 방학 내 뒷산을 오르던 것으로 자료를 만들었다.
그때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이란 책에서 이불밖을 나오는 작은 행동부터 계획에 넣어 행동을 할 수 있도록 했는데 방학에 늘어지지 않게 밤톨이가 세운 계획은 뒷산을 오르는 것이었다.
이불에서 나온다-세수를 한다-물을 마신다-옷을 갈아입는다-와 같이 산에 가기 전 구체적 일을 하나씩 지워나가니 하루 이틀 매일 뒷산에 오르고 인증샷을 남길 수 있게 된 것이다. 방학 마지막날엔 함께 아차산을 데리고 가서 몇 번 빠진 것을 채우도록 했다.
투덜거리면서도 방학 내 인증샷이 성실과 도전을 증명했고 친구들과 선생님께도 과정의 힘을 보여줄 수 있었다.
밤톨아 너는 배우면 습득을 잘하는 아이었어.
낯섦이 안온으로 바뀌면 덤벼들 용기를 가지고 도전했고 잘 안 되는 것도 하나씩 미션클리어하는 극복의 유전자를 가졌어. 엄마의 기억 속 승전보를 안내했으니 이젠 네가 그걸 꺼내어 흔들어볼까?
불안에 움츠러든 마음도 여기 따뜻한 불빛 아래 안전하다. 괜찮다. 할 수 있다. 생각해 보렴. 네게도 길이 보일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