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정 순정'하게 생긴 친구가 있다.
수수한 머리와 옷을 보면 티 내지 않게 멋을 부리는 타입이다. 말수는 적은데 웃음수는 많다. 다른 사람이 말할 때는 큰 눈으로 내내 응시한다. 그런데 부담스럽지 않다. 이 친구의 가장 큰 매력은 뜬금없는 질문력(力)이다. 남들은 별로 가지 않는 방향으로 생각이 미치는 듯하다. 주로 듣기만 하던 그녀가 주저함 없이 짧은 질문을 할 때면 대화가 솜구름처럼 뭉게뭉게 해지는 기분이다.
며칠 전, 술자리에선 누군가와의 이별 이야기가 나왔다.
이별을 한 이유보다, 이별한 날의 분위기가 더 기억날 정도로 오래전 일이었다. 그날, 이별의 마지막 의례는 해장국이었다. 둘이 마주 앉아 몇 병의 술을 마신 후, 마지막으로 해장국을 먹고 헤어졌다는 그저 그런 이야기. '순정 순정' 친구의 질문은 하나였다.
"해장국 뭐 사줬어요?"
그녀는 이 질문을 하고, 어떤 여자 친구였는지, 이별의 전과 후가 어땠는지, 해장국을 먹은 후에 깔끔하게 헤어졌는지, 지금은 연락하는지, 같은 건 전혀 궁금하지 않다는 표정으로 대답을 기다렸다.
"글쎄... 다."
얘기를 해보면 실제로 순정 순정, 한 것 같진 않은데, 이상하게 마냥 순정스러운 이미지가 만들어지는 그런 질문. 유용하지도 감성적이도 않지만, 어쩐지 모든 걸 말한 듯한 그런 대화.
그러니까, 그런,
순정의 프로토타입,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