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여행 갈 생각을 한다고? 난 생각도 안 해봤어"
23살, 또래보다는 늦깎이로 들어간 군대에서 동기들에게 내 여행 이야기를 해줬을 때 반응이다.
어렸을 때부터 도전하고 새로운 걸 하길 좋아했던 나에게 혼자 여행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아니, MBTI 극 I 성향인 나에게는 오히려 누군가와 일정을 짜고 성향을 맞추는 일련의 과정을 겪는 것보다는 낯선 곳에서 이방인으로서 혼자 고독을 즐기는 것이 더 즐거운 일이었다.
'그런데 이게 특이한 거라고?'
동기들에게 내 이야기를 해줄 때까지만 해도 나는 내가 겪은 여행 에피소드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 아니 적어도 그 공간에 있는 모두는 혼자 여행, 그것도 혼자 해외여행은 생각조차 못해본 일이었다.
게다가 야밤에 핸드폰이 꺼져 왔던 길을 수십 분 되짚어 숙소를 찾고, 숙소에서 쫓겨나 노숙을 하고, 영문도 모르는 현지 친구에게 붙잡혀 최신 클럽춤을 배우는 여행이라니... 지금 생각해 보면 내 여행 이야기가 특이한 것도 같다.
나라고 처음부터 혼자 하는 여행을 즐겨했던 것은 아니다.
내 첫 해외여행도 20살, 갓 수능을 마치고 동네 친구들과 떠난 일본 여행이었다.
미성년자 때는 부모님과 다니는 여행 외에 친구들과 여행다운 여행을 떠나보지도 못했다.
여행 일정을 짜는 것부터 시작해 평생을 인천에서만 살아온 나에게 해외를 혼자 나가라는 것은 고역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런 내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혼자 일본으로 떠난 계기가 있었는데
그건 2018년, 우연히 보게 된 한 일본 영화 때문이었다.
달달한 사랑 이야기보다는 가슴 먹먹한 새드엔딩을 좋아하는 나는, 그날도 어김없이 늦은 저녁 혼자 기숙사에 처박혀 밤잠을 설레게 해 줄 영화를 찾고 있었다.
그러던 중 한 블로그 글에서 '절대 리뷰나 줄거리를 보지 말고 보세요!'라는 추천글을 읽었고, 무언가에 홀린 듯이 이 영화를 골랐다.
그때는 넷플릭스가 보편화되어 있던 때가 아니라 정식으로 네이버에서 돈을 주고 다운로드하여 봐야 했기에 나름 거금을 주고 영화를 구매했다.
그리고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는 순간 나는 깨달았다.
'일본에 가야 돼! 가서 영화 촬영지를 돌아다니자!'
놀랍게도 나는 당장 삼일 뒤 오사카행 비행기를 끊고 교토로 떠날 준비를 했다.(영화 촬영지 대부분이 교토)
영화 촬영지를 알아보던 중에 디시 마이너 갤러리에 이 영화 갤러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미 성지 순례(영화 촬영지를 갔다 오는 걸 이렇게 표현하기도 한다.)를 다녀온 선배들로부터 촬영 장소와 이동 동선 팁을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실제로 삼일 뒤 교토로 떠나 4박 5일간 발에 피가 나도록 영화 촬영지를 돌아다녔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도 이때의 내가 참 겁 없고 용감하게만 보인다.
평생을 인천 밖으로 잘 나가보지도 않은 애가 혼자 일본에 가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녔으니 말이다.
하지만, 한편으론 이때의 내가 참 고맙다.
이때 영화에 빠져 혼자 여행을 시작하지 않았다면, 지금까지 내가 겪어온 특이하고도 다소 고된(?) 경험들이 없었을 테니 말이다.
군대에서 내 이야기가 특이하다는 동기들에게 내가 건넨 말은 '너도 해봐! 재밌어!'였다.
하지만, 열이면 열 모두 자기는 못한다며 난색을 표했다.
당시 혼자 여행에 심취해 있던 나는 굉장히 의아했다.
'아니, 이 재밌는 걸 시도도 안 해본다고?'
이때 다짐했다. 혼자 여행이 무섭고 막막한 친구들에게 내 이야기를 들려주기로.
그렇게 전역을 하고 복학하기 전 잠시 시간을 내어 책을 집필했다.
혼자 책 한 권을 완성하기에는 아직 부족하다 생각해 8명의 사람들과 모여 책을 집필했고 내 첫 에세이를 시장에 선보였다.
하지만, 내가 개인적 명성이 있는 것도 아니고 SNS를 운영하는 것도 아니라서 이 이야기가 많은 독자에게 닿지는 못하는 것 같다.
그래서 이제는 내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들려주려 한다.
브런치는 간간이 올렸지만 취업을 하고 돈에 집중하게 되면서 소홀해지고 방향성도 모호해졌던 것 같다.
그래서 이제부터는 다시 내가 전하고자 하는 '여행', '도전' 키워드에 맞게 글을 연재해 보려 한다.
강연도 준비 중이다.
아직 이렇다 할 강연 관련 스펙이 없다 보니 이곳저곳에 무료 강연을 제안할 생각이지만, 혹시 이 글을 보고 있는 학생들에게 '여행'과 '도전'을 키워드로 강연이 필요한 분이 있다면 언제든지 연락 주시길 바랍니다.
모두가 각자 상황이 다르지만, 그래도 언제나 어렸을 적 간직해 온 꿈을 꺼뜨리지 않고 품고 살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