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의 현실
태어날 때부터 28년간 인천에서 산 토박이로서 서울에 가려져 인천이 주목받지 못하는 현실은 참으로 안타깝다. 특히, 인천 공항이라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공항을 갖고 있으면서도 서울로 향하는 외국 여행객들을 단 하루도 붙잡아두지 못하는 현 사태는 인천시의 무능함이 얼마나 극에 달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 날 방문한 노가리 해변도 마찬가지였다. 최근 생생정보통과 동네한바퀴에는 인천 영흥도의 노가리해변이 소개됐다. 여름 휴가철을 맞아 TV 프로그램에서는 국내 관광지를 집중 조명해 오고 있고 인천 편에서는 여러 여행지 가운데 노가리 해변이 뽑혔다.
영상으로 본 노가리 해변은 매우 아름다웠다. 특히나 인천 지역에 많이 분포하는 층 구조의 암석물과 동굴이라고 부르기는 어렵지만 멋진사진을 찍을 수 있는 해안동굴이 있어 한 번쯤 방문하기에 매우 좋아보였다. 나 역시 어머니와 방송을 보다 그 아름다움에 흠뻑 빠졌고 곧 노가리 해변으로 향했다.
카카오맵에 노가리 해변을 치고 도착하면 넓은 뻘밭이 나온다. 다행히 이곳은 방송에 나온 해안동굴이 있는 장소는 아니고 우리가 찾는 장소는 좀 더 들어가야 나온다. 하지만, 이곳에 잠시 차를 주차하고 바라본 풍경은 이미 우리의 기대를 팍 누그러뜨리기 충분했다.
물이 빠져 허허벌판과 같은 뻘밭에 주변은 민가와 결합되어 있어 관광지라기보단 남의 주거에 침입한 방랑자 같은 기분을 느꼈다. 게다가 뻘밭을 가로지르는 송전탑들과 마치 내가 지냈던 강원도 군부대를 생각하게 만드는 시골스러움은 힐링 여행지라기 보단 낙후된 시골을 보여주는 소재로 보여주기에 충분해 보였다.
그래도 다행인 건 우리가 도착한 곳에서 좀 더 들어가다 보면 드디어 우리가 찾던 해안동굴이 나온다. 이곳은 층상 구조의 암석이 매력적인 곳으로 특히나 왼쪽 동굴에서 찍은 사진이 방송을 타면서 사진명소로 알려졌다. 우리가 갔을 때도 사람은 많이 없었지만, 모두 이곳에서 사진을 찍으려고 기다릴 정도로 노가리 해변에 왔다면 꼭 담아가야 하는 풍경으로 유명하다.
이곳까지 오니 처음에 받은 충격은 잠시 누그러졌고 자연의 경이로움과 사진에서 오는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잠시 사회의 짐을 덜고 힐링을 받을 수 있었다. 또, 사진의 오른쪽 부분을 확대해서 보면 돌이 올려져 있는 걸 볼 수 있는데 누군가 소원을 빌고 간듯하여 우리도 저마다의 소원을 빌어가며 운수대통을 기원했다.
사진은 꽤 만족스러웠다. 날씨가 좋았다면 정말 멋진 인생사진을 건졌을법 했다. 하지만, 이런 기쁨은 사진을 모두 찍고 돌아가는 길에 다시금 실망으로 이어졌다. 갯벌에 서식하는 다수의 게와 쉽게 볼 수 없는 넓은 뻘밭은 갯벌을 자주 접하지 못한 외지인과 외국인에게 어필할 충분한 요소가 되었다. 하지만, 관리되지 않은 낡은 민가와 미관을 해치는 송전탑과 전선 등의 요소를 보면 이곳에 놀러오라고 광고하는 인천시의 행태가 이해되지 않았다.
이번 추석엔 또다시 역대급 인원들이 국내여행보다는 해외여행을 선택하며 인천공항 이용객이 역대급이 될 전망이라 한다. 나 역시도 국내 여행보다는 값을 좀 더 주고 해외여행을 선호한다. 인천시를 비롯한 다수의 지방관광공사와 한국관광공사는 억울할 수도 있다. 우리가 해외에서 겪는 많은 곳들은 이 곳 노가리 해변보다 더 낙후되고 볼거리가 없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느끼는 감성도 마찬가지로 우리는 낯선 해외에서 느끼는 신섬함보다 국내여행에서 느끼는 익숙함에 더 염격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노가리 해변 주변에서 느껴지는 시골스러움은 옛스러움과 전통이라는 멋진 말로 표장하기엔 부족할만큼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특히 이 곳을 광고까지 하면서 오게 하려는 인천시가 대체 왜 관리를 안 하는지 의문만 깊게 남는 여행지였다.
요즘 시대 다수의 트레픽이 광고로 발생된다지만, 그 본질은 결국 그 장소가 갖고 있는 콘텐츠에서 나온다. 부디 나의 고향 인천이 이를 조속히 깨닫고 인천을 그저 서울로 가는 관문이 아닌 놀거리와 볼거리가 가득한 곳으로 변모하게끔 힘써줬으면 하는 바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