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배운 여행, 역마살로 번지다.
지금이야 떠나고 싶을 때 얼마든지 떠날 수 있지만,
20살이 되기까지 나는 내 고향을 벗어나지도 비행기 한 번 타본적이 없었다.
요즘 학생들이 비하의 의미로 쓰고있다는 '개근거지', 그게 바로 나였다.
그렇다고 365일 내고향 인천에만 틀어박혀 있던 건 아니다.
정말 어쩌다 친구들과 서울로 놀러가기도 했으며 어릴적 명절이 되면 강원도 큰집에 가곤했다.
하지만 유난히 내성적인 성격탓에 친구들과도 학교에서나 주로 어울렸던 나는 인천,
그 중에서도 내가 나고자란 동네를 떠나보질 못했다.
현재 살고 있는 집에서도 이사 한 번 해본적이 없으니 20살이 되기까지 내 전부는 반경 2km 내외였다.
내가 비행기를 처음 타본 건 20살이 되던 2017년 2월경이었다.
수능 보기 전부터 오랜 동네친구들과 우정여행으로 일본에 가기로 하였고,
내 생애 첫 비행기는 제주도행이 아닌 오사카행이었다.
처음 밟는 낯선 땅은 설렘과 기대로 가득했다.
출발 전 일본어 문장을 잔뜩 외워가서 쭈뼛대면서도 한 번씩 써먹었고
포켓 와이파이가 부족해 데이터도 없이 낯선 일본 땅에서 고베를 찍고 돌아온 기억도 있다.
하지만, 이 기억이 특별해진 이유는 다름 아닌 생애 처음으로 이방인이 된 경험 때문이었다.
나름 5명이라는 다수가 같이 돌아다니긴 했지만, 일본에서 우리는 절대적 다수였다.
당시에도 오사카 지역에는 한국 관광객이 많았고 한국인 직원들도 즐비했지만 우리는 낯선 언어인 일본어 또는 영어를 사용해야 했고, 지하철 하나 제대로 타지 못해 몇번이고 물어봐야만 했다.
누군가는 이러한 기억이 고생이라 할 수 있겠지만, 당시에 나는 친구들과 처음 느껴보는 경험에 짜릿함과 즐거움을 느꼈고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이후에는 한국에선 느낄 수 없는 색다름을 그리워했다.
하지만 원하는 대학에 합격하지 못했던 나는 곧 재수를 결심했고 그렇게 나의 여행 1막은 끝나가는듯 했다.
2018년 한 영화를 보기 전까진 말이다.
"다카라가이케역에서 만나"
나는 해피엔딩보다는 가슴 절절한 새드엔딩을 좋아한다.
줄거리 설명도 없이 까막눈인 채 본 영화에서 물밀듯이 덮쳐오는 절절한 사랑의 아픔이 가슴을 옥죄어오는 비극적인 사랑을 보며 눈물 짓곤한다.
21살 여름방학,
그렇게 찾은 이 영화는 내 여행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놨다.
영화를 다 본 나는 흘러 넘치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정확히는 눈물보다는 가슴이 애리는, 생전 처음 느껴보는 이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
그리고 나는 결심했다.
"이 영화를 촬영한 곳에 직접 가보고 싶어"
지금 생각해보면 왜 이런 생각이 들었는지는 모르겠다.
영화속 인물들이 실제 내 주변 인물이라고 느꼈던 건지는 몰라도 왠지 그냥 그들이 실제로 있던 그 장소에 직접 가보고 싶어졌다.
운좋게도 영화의 주촬영 장소는 내가 이전에 한 번 가봤던 교토였다.
그렇게 나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당장 3일 뒤 오사카행 비행기 표를 끊었다.
그리고는 부모님께 이렇게 선언했다.
"나 3일 뒤 오사카 갈거야! 혼자서!!"
혼자서는 동네 바닥도 떠본적 없는 애가 갑자기 혼자 일본행이라니..
내가 부모님이었어도 경악할만한 선언이었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단 한가지 생각에 매몰돼있었다.
'영화 촬영지를 꼭 찍어오고 말거야!'
그때부터 디시인사이드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갤러리를 들락날락 거리며 이미 성지순례를 다녀온 선배님들의 정보를 긁어모았다.
정말 친절하게도 촬영장소를 구글맵으로 정리해 준 분이 있어서 수고를 많이 덜었다.
그리고는 정확히 똑같은 구도로 사진이 찍고 싶어 영화의 컷들을 하나 하나 모아 정리했다.
3일간 정말 내가 이렇게 빠져본 적이 있나 싶을정도로 자료를 조사한 뒤 나는 생애 처음으로 혼자 일본으로 떠났다.
그리고 나는 지금부터 내가 그곳에서 겪은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정말 '좌충우돌'도 이런 좌충우돌이 있나 싶을정도의 파란만장한 생애 첫 혼자 여행이 일본이라니? 시작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