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을 뻔한 걸 엄마는 아직 모른다

키야 이걸 사네!

by 김남우

지난 이야기

우여곡절 끝에 야심한 밤에 에어비앤비 숙소에 도착한 나는 깊은 고민에 빠진다.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오늘 일정이 다 취소됐는데 하나라도 볼까?'


지금 다시 돌아간다면 절대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거다. 하지만 난 미쳐있었다.


밤 9시가 넘은 시각, 교토부립식물원으로 발걸음을 옮겼고 핸드폰 배터리가 방전된 채로 목적지에 겨우 도착한다.


언어도 통하지 않는 낯선 곳에서 찾아온 두려움과 역경


나 살아 돌아갈 수 있는 거 맞지??




EP 3. 엄마에겐 영원히 비밀이다!


#1 꽐라 돼도 집 잘 가는 건 이때부터 조짐이?


"왔던 길을 그대로 걸어가자!"


버스를 타고 족히 20분은 달린 거리다.

게다가 중간에 한 번 환승도 했다.

하지만 나에겐 선택지가 없었다.


그때부터 나는 사람 한 명 다니지 않는 도보를 기억에만 의지한 채로 되짚어갔다.

이따금 지나다니는 차들의 라이트만이 나를 비춰줄 뿐이었다.


8월의 일본 날씨라 이미 땀이 흠뻑 난 상태였다.

숙소에 돌아갈 수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등골이 서늘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흘러내리는 땀을 막진 못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1화에서 보여준 지도에서 보듯이 돌아가는 길이 복잡하진 않았다.

나는 기약 없는 발걸음을 끊임없이 앞으로 내디뎠다.


이전까지의 일은 눈앞에 벌어지는 것처럼 생생하다.

그러나 너무 긴장한 것인지 이 순간의 기억은 뚜렷하지 않다.


그저 걷고 또 걷다 보니 저 멀리 지하에서 빛이 새어 나오는 게 보였다.

환승 정류장이었다.


'일단 살았다...'


안도감에 잠시 정류장 의자에 앉아 숨을 골랐다.

하지만 이미 밤 10시가 넘은 시각,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었다.

긴장이 좀 풀리자 나는 다시 길을 나섰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일본이 아무리 안전한 나라라 해도 타지에서 참 위험한 순간이었던 것 같다.

또 그때 카메라가 꺼지지 않고 유튜브 라이브를 했다면 지금쯤 유명 여행 BJ가 되지 않았을까란 생각도 해본다.


하지만 그 당시 나는 그런 속 편한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


정신없이 한 10분쯤 걸었을까?


희소식 하나가 들려온다.



#2 엄마, 모르는 게 약이에요!


20180829_103225.jpg 일본 버스정류장 안내판

버스 정류장 안내판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이 안내판은 각 버스가 어디쯤 왔는지 보여주는데 낯익은 이름이 하나 보였다.

다다음 정류장이 내가 숙소에 가기 위해 내렸던 정류장이었다.


'진짜 진짜 살았다.. 다행이다..'


정말 이때의 감격은 뭐라 형용할 수 없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이때의 희열이 떠올라 미소 지을 뿐이다.


이미 아침부터 삼만 보는 족히 걸었지만 발걸음은 전혀 무겁지 않았다.

오히려 이제 막 여행을 시작한 것처럼 산뜻했다.


나는 얼마 남지 않은 거리를 빠르게 걸어 목적지인 정류장까지 도착했다.

그리고 불과 2시간 전 내가 걸어 나온 골목을 지나 숙소에 도착했다.


숙소에 도착해 카메라 가방을 던지고 먼저 핸드폰 충전을 했다.

시간도 모르고 걷기만 했는데 핸드폰에 찍힌 시간을 보니 11시가 넘어 있었다.

그리고 이내 엄마로부터 수많은 부재중 통화와 카톡 메시지가 와있는 걸 확인했다.


'아 미안 핸드폰이 잠깐 꺼졌었어'

'핸드폰이 왜 꺼져! 해외에 나갔으면 연락이 잘 돼야 될 거 아니야!'


카톡 메시지 속 걱정하던 엄마의 모습은 내가 생존신고를 하자 분노로 뒤바뀌었다.

하지만 불과 10분 전만 해도 이 목소리를 듣지 못했을 나이다.

화나 있는 엄마를 달래고 서둘러 샤워를 하며 지친 피로를 씻어냈다.


이 날 나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우리 가족 그 누구도 알지 못한다.



#3 길조? 이 여행 괜찮은 거 맞죠?


샤워를 마치고 방에 돌아왔는데 요상한 놈과 눈이 마주쳤다.

일본산 도마뱀이었다.

방 창문에 떡하니 붙어있었다.


눈이 마주친 그 녀석은 가만히 나와 대치했다.

나 역시도 놀라 몸이 굳었다.


살면서 도마뱀을 만져본 적도 집에서 만나본 적도 없던 나는 집주인에게 SOS를 보냈다.

이내 주인집 아저씨와 아줌마가 모두 출동했다.

그러나 그 녀석은 마치 자신을 잡아갈 사람을 알듯이 이미 몸을 숨긴 뒤였다.


침대 뒤 깊숙한 곳으로 몸을 숨겨 잡기는 어려웠다.

집주인은 녀석이 다시 밖으로 나오면 언제든지 잡으러 오겠다며 나를 안심시켰다.

스크린샷 2025-10-31 오전 7.21.22.png Chat gpt에게 물어보았다


그리고 일본에서는 도마뱀을 길조로 여긴다는 이야기도 해주었다.

사실 여행 후 7년이 지난 지금까지 믿지 않았지만, Chat gpt피셜 맞는 말이었던 것 같다.


결국 그날밤 그 녀석과 나는 불편한 동거를 했다.

침매 밑에 라이트를 켜보면 녀석의 모습이 작게 보였다.

그러나 나는 녀석을 건드릴 수 없었다.

그저 인간을 무서워하니 내가 자는 내내 나오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이 글을 보는 독자님들께


이렇듯 나의 첫 혼자 해외여행은 모험과 객기로 가득했다.

겁이 없었고 호기심만으로 가득했다.

가끔은 이때의 철없던 패기가 그립기도 하다.


회사에 들어가고 나서 영혼적으로 죽어있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관심사가 돈벌이에 집중돼 있었고 여행은 꿈도 못 꿨다.


'다들 이렇게 사니까...'

라는 생각으로 버티기에는 하루하루가 고통스러웠다.


그래서 나는 이때의 나로 다시 돌아가보려 한다.

회사에는 퇴사 의사를 밝혔다.


그리고 오늘이 바로 내가 마지막으로 출근하는 날이다!


누군가는 나에게 지금도 한없이 철없다 말할 것이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어릴 때 가슴 뛰는 일을 찾아내 하고싶다.


나의 치기 어린 여행사와 인생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구독하고 지켜봐 주길 바란다!


그럼 마지막으로 회사 다녀오겠습니다!


(참고로 엄마는 내가 퇴사하는 거 모른다...)

(언제 들통나는지 궁금하다면 구독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