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이라 그랬어』김애란
책을 읽고만 있다가, 2025년 6월 유튜버 '우기부기'님의 '자료화 독서법' 강의를 듣고 변화가 생겼다.
노션에 내용을 필사하고, 그것을 읽으며 내 인사이트를 더하는 방식. 단순해 보이지만, 이 과정이 정말 달랐다. 핸드폰으로 정리한 내용을 틈틈이 읽다 보니 책의 내용이 더 오래 기억되고, 실생활에서 그 내용을 활용하는 순간들이 자연스럽게 생겼다.
2026년부터는 이 경험을 더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었고, 인스타그램과 브런치에 정리한 독서 기록들을 올리기 시작했다. 아직 레이아웃과 문체가 다듬어지는 과정이지만, 2월 쯤이면 어느 정도 일관된 형태가 나올 것 같다.
여기는 책을 깊게 읽고 싶은 사람, 읽은 책이 실생활에 어떻게 닿는지 궁금한 사람, 그리고 함께 천천히 성장하고 싶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 되면 좋겠다.
『안녕이라 그랬어』를 읽고 인스타 피드에는 다 담지 못한 내용이 있다. 각 단편이 만드는 미세한 감정의 층위들, 그리고 이 책이 나에게 던진 질문들을 이 글에서 나누려고 한다.
즐겨 보는 유투버 이동진님의 추천과 올해 소설가 50인이 뽑은 최고의 책이라고 해서 집어 들었다. 솔직히 처음엔 "또 베스트셀러네"라는 생각이 조금 있었다. 하지만 첫 단편을 펼쳤을 때 나는 깨달았다. 이것이 단순한 베스트셀러가 아니라, 지금 우리 시대가 필요로 하는 책이라는 것을.
왜일까? 이 책이 '지금'을 정확하게 포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자리에 서보는 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p.24
이 책의 첫 단편 『홈 파티』에서 20년 배우 경력의 주인공이 깨닫는 문장이다. 이 한 문장 안에 이 책 전체가 응축되어 있다. 우리가 얼마나 자신의 자리에만 갇혀 있는지, 그리고 그 자리를 벗어나려고 노력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말해준다. 이것이 바로 이 책의 힘이다.
김애란은 1980년생이다. IMF 외환위기 이후의 한국을 경험하며 자란 세대의 대표적 작가다. 그녀의 초기 작품들인 『달려라, 아비』 『침이 고인다』는 청년 실업, 비정규직 노동자, 저임금 일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내면을 그려냈다.
그 이후 8년만의 단편집이 이것이다. 『바깥은 여름』(2017년)에서 『안녕이라 그랬어』(2025년)까지, 8년이라는 시간은 짧지 않다. 하지만 그 시간 동안 한국 사회는 어떻게 변했을까?
한국은 더 양극화되었다. 부동산 자산 격차는 130배가 되었고, 소득 상하위 10% 격차는 2억 원을 넘었다. 그리고 김애란은 그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 이 책은 단순히 '어려운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은 계급 불안감이 내면화된 현대인의 초상이다.
배우 이연은 20년을 무대 위에서 살았다. 고급 아파트의 파티에 초대받은 그녀는, 그곳에서 또 다른 종류의 "연기"를 해야 함을 깨닫는다. 돈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가난을 '낭만적으로' 표현하는 연기 말이다.
이 단편이 보여주는 것은 계급의 벽이 얼마나 보이지 않는 벽인가라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일상에서 연기를 하고, 그 연기 안에서 자신의 계급을 드러내고 감추기를 반복한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이것이다. 주인공이 술에 취한 상층계급 사람들의 "관대함" 속에서 느끼는 것은 따뜻함이 아니라 무언의 우월감이다. 그들은 이연을 초대했고, 그녀와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은 자신들의 '관대함'을 느끼기 위함이었다.
이 단편은 2022년 오영수문학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나는 왜 이것이 상을 받았는지 이해한다.
논술 방문교사인 주인공은 휠체어를 탄 학생 시우에게 '좋은 이웃'이 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그 가족이 아파트를 구매했다는 소식을 듣는 순간, 무언가 달라진다. 그 가족이 자신보다 "잘 사는 집"임을 깨닫는 순간, 주인공의 공감과 배려는 서서히 질투로 변한다.
이 단편이 정말 무섭게 그린 것은, 우리의 공감이 얼마나 쉽게 이기심으로 변할 수 있는가이다. 우리가 누군가를 도울 때, 그것이 순수한 이타심일 거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그 안에는 얼마나 많은 계산과 욕망이 섞여 있는가.
이 단편은 경력단절을 겪은 40대 중반의 여성의 이야기다. 부모님을 간병하다가 경력이 끊어진 그녀는,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왔다가 다시 내려간다. 그 과정 속에서 한 남자를 만났다가 이별한다.
주인공이 "정말 배우지 못했다"고 느낄 때, 우리 독자들도 함께 절망한다. 하지만 이 책의 마지막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
"너한테 배웠어, 정말 많이 배웠어. 보다 정확히는 네가 아니라 너의 부재로부터 무언가 배웠다"
이 한 문장은 모든 것을 바꾼다. 우리가 배우는 것이 항상 성공으로부터만 오는 게 아니라는 것, 그리고 누군가의 '부재'도 우리를 성장시킨다는 것. 이것이 이 책이 전하는 가장 깊은 위로다.
이 책이 출간된 2025년 6월, 한국 사회는 다음과 같은 상황에 처해 있다:
부동산 자산 빈부격차: 130배
순자산 격차: 45배
소득 상하위 10% 격차: 2억 32만원 (처음으로 2억원 돌파)
중위소득 가구가 서울 아파트를 매매로 구매하는 데 걸리는 시간: 10년 이상
이 숫자들은 통계다. 하지만 통계는 마음을 움직이지 못한다.
김애란이 하는 일은 이 숫자들을 "마음"으로 번역하는 것이다.
부동산 자산 격차 130배는 추상적이지만, 『홈 파티』에서 고급 아파트 거실에서 자신의 보증금 이야기를 낮은 목소리로 하는 이연의 모습은 구체적이다.순자산 격차 45배는 숫자지만, 『좋은 이웃』에서 이웃이 아파트를 구매했다는 소식을 듣는 순간 주인공이 느끼는 박탈감과 질투는 너무나 생생하다.
이 책의 핵심은 여기에 있다. 통계는 우리에게 "그런 현실이 있다"고 말하지만, 이 소설들은 우리에게 "그런 현실이 만드는 우리의 못생긴 마음도 인간다운 것"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특히 다음과 같은 사람들이 읽었을 때 깊은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1) SNS 갭 증후군에 시달리는 사람들
SNS는 진실의 일부분만 보여준다. 고급 카페에서의 사진, 명품 가방, 해외 여행. 하지만 그 뒤의 현실은 보이지 않는다.이 책의 인물들도 같은 경험을 한다. 그들은 자신들의 "고급스러운 부분"만 세상에 보여준다. 하지만 그 과정 속에서 자신들도 피곤해진다.
2) 이웃의 성공이 자신을 위협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사람들
친구가 집을 샀다고 했을 때, 순간 당신의 마음에 무언가 회오리친다. 축하해야 하는데 미운 마음이 든다. 그리고 그 감정이 든 자신이 싫어진다.
『좋은 이웃』은 정확히 이 감정을 포착한다.
3) 경제적 불안감 속에서 자신의 욕망을 부끄러워하는 사람들
"나는 돈 때문에 무언가를 포기했다"고 느끼는 경험. 혹은 "나는 여전히 돈 때문에 나를 제한하고 있다"는 생각. 이것이 얼마나 우리를 무겁게 하는지 아는가?
이 책은 그 무게를 그린다. 하지만 그것을 비난하지 않는다. 다만 있는 그대로 본다.
이 책을 읽으며 내가 깨달은 것은 두 가지였다.
첫 번째, 「돌아보는 힘」
이 책의 인물들은 파국을 맞아도 멈추지 않는다. 오히려 돌아본다. 누군가를 미워하던 자신을 부끄러워하고, 타인의 자리를 상상해보고, 그제야 "그럴 수도 있지"라고 중얼거린다.
이것이 다시 생각해보니 엄청난 능력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의 실수나 못된 생각을 마주하면, 그것을 정당화하려 한다. 하지만 이 책의 인물들은 다르다. 그들은 돌아본다.
두 번째, 「진심의 안부」
"무슨 일 있었습니까?"
이 서툰 한국어 한마디가 누군가를 살린다. 이것이 이 책의 제목이 『안녕이라 그랬어』인 이유다.
우리는 '안녕'이 인사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진정한 '안녕'은 다른 사람의 존재와 안위를 묻는 행위다. 경제적 가치로는 계산할 수 없는 그것. 그것이 우리를 산다는 것.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여러 번 멈췄다.
"내가 저 사람의 불행을 보고 안도한 적 있는데, 그럼 나는 어떤 사람이지?"
그 질문 앞에서.
하지만 이 책이 가르치는 것은 다음과 같다: 그 질문 자체를 던질 수 있는 것이 이미 인간다운 첫 발이다.
우리의 욕망이 항상 순수한 것만은 아니다. 우리의 공감이 항상 이타적이지만은 않다. 우리는 누군가를 도우면서도 동시에 자신의 우월감을 느낀다. 우리는 이웃의 성공을 축하하면서도 동시에 질투한다.
그런데도 우리는 계속 묻는다.
"혹시 내가 놓친 게 있을까?"
"저 사람의 처지에서 생각해보면 어떨까?"
"나는 정말로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데, 지금 내가 하는 일이 맞는 걸까?"
그 물음의 힘. 그것이 우리를 인간으로 만든다. 그것이 이 책의 힘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나는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느끼는 질투, 부끄러움, 박탈감. 이것들이 나쁜 감정이 아니라 인간의 기본 조건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것을 인정하고 돌아보는 것 자체가 바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이라는 것을.
완벽한 사람이 되려고 할 필요가 없다. 우리의 "못생긴 마음들"을 인정하고, 그래도 타자 앞에서 열린 존재로 살려고 노력하는 것. 그것이 이 책이 말하는 안녕이다.
그리고 그 안녕은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