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시작

아프다는 것은 더 이상 약점이 아니다.

by 까까멜리아

병원을 찾거나 치과에 가면 의례 받는 질문이 있다.

“평소 드시는 약 있으세요?”

그럼 나는 머뭇거리다가 이렇게 입을 뗀다.

“류머티즘 관절염 약을 먹고 있어요.”

“……아……, 약 이름 알고 계세요? “

(앞에 그 침묵 뭔데?!)

“다 말해야 하나요? 적어드릴게요.”






내 나이 서른아홉.

겉으로 볼 때 그저 통실한 아줌마인 나는

올 해로 19년째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를 받고 있다.


가끔 의도치 않게 병명을 공개하게 되면 사람들은 흠칫 놀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이유를 짐작해 보자면

우선 나는 살면서 ‘아파 보인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 없다. 그만큼 건강하게 생겼고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무언가 끊임없이 하는, 아픈 사람이라고 하기엔 에너지가 많은 사람이다.


게다가 류머티즘 관절염은 흔히 젊은 사람보다는 노인성 질환으로 아는 경우가 많다.


노인성 질병인 줄 알았던 이 낯선 질환은 대학교 2학년이던 스물한 살 봄부터 시작됐다.


처음 진단을 받고

‘나는 관리가 필요한 질환을 겪는 중’

이라는 현 상태를 받아들이기까지는 적잖은 심신의 시행착오가 있었다.

어떤 날은 인생이 모두 끝난 듯 절망하기도 하고 또 어떤 날은 관리만 잘 하면 되니 다행이라며 안도하기도 했다.


20여 년의 시간을 만성질환자, 난치성질환자로 살며 감정의 기복은 잦아들긴 했지만 아직도 누군가에게 선뜻 나서서 말하진 않는다.

입 밖으로 내뱉는 순간 온전한 내가 아닌, ‘아픈 사람‘이라는 벗을 수 없는 프레임이 영원히 씌워질 것 만 같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는’ 약점은 드러내는 순간 약점이 아닌 게 된다 ‘는 글을 읽고 용기를 내 보고 싶어 졌기 때문이다.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할 때도, 취직을 할 때도, 아이를 낳기로 결심했을 때도 류머티즘은 내 약점이었다.

나는 이제 더 이상 내가 가진 질병을 나의 ‘약점’으로 남겨두고 싶지 않다.


더불어 드러내지 않았지만 나처럼 난치성 질환을 앓고 있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용기와 위로가 되었으면, 그리고 그분들이 행복해졌으면 하는 마음에서 부족한 솜씨지만 글을 쓰기로 했다.